무위자연의 ‘착한 추상’…오수환 ‘변화’ 전 내달 16일까지

  • 입력 2008년 10월 28일 02시 59분


휘뚜루마뚜루 그은 듯한 필선이 화사한 오방색 바탕의 캔버스 위를 자유롭게 질주한다. 시원스러운 붓 자국은 논리와 이성의 틀에 갇히지 말고 자연 그대로의 삶과 사유에 도전해보라고 부추기는 것 같다. 강렬한 색과 어우러진 붓 자국에선 원시적인 생명력의 분출이 느껴진다.

서예의 흔적이 녹아 있는 서체적 추상을 정립한 화가 오수환(62) 씨의 ‘변화’ 시리즈 30여 점이 11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02-720-1020)에서 선보인다. 캔버스가 전체적으로 환해졌고, 화면 분할이나 가는 글자 같은 형태 등 새로운 시도들도 눈에 띈다.

화면 위의 필선은 아이들 낙서처럼 보이지만 그가 지난 3년간 인류의 지혜와 흔적이 담긴 원시공동사회의 유적들을 여행하며 스케치한 드로잉이 바탕에 깔려 있다. 화가에게 이 여행은 세속적 욕망을 갖기 이전, 인간의 착한 모습과 만날 수 있는 오래된 세계를 발견하는 여정이었다.

동양적 정신세계를 캔버스에 유화로 풀어내는 그의 추상은 노장사상과 연계된다. 평론가 정영목 씨는 ‘착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철학을 담은 그의 작품을 ‘착한 추상’이라고 명명했다. 그림에서 발견되는 원시적이고 단순한 아름다움은 각박한 경쟁 속에 내몰린 현대인이 잊고 살아가는 순수한 인간본성을 상징하는 셈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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