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딸둔 엄마의 반성]『이젠 국산품만 쓰겠다』

  • 입력 1997년 12월 7일 20시 47분


옷은 게스 입생로랑 베네통 디즈니베이비, 먹는 것은 씨밀락분유 네슬레 거버이유식, 장난감은 리틀타익스 레고, 우유병은 누크 타파웨어 페나텐, 프랑스제 쇼콜라 유모차와 차량용 아기 안전의자…. 경기 고양시 일산구에 사는 주부 박모씨(27)는 최근 1년3개월된 딸아이를 쳐다보며 자성의 시간을 가졌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다 내 아이가 외제품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은 것. 『처음에 출산 준비물을 살 때는 동네 근처에 있는 킴스클럽에 가서 35만원 가량을 주고 국산상표로 된 우유병과 아기 이불, 베개 등을 구입했지요』 그러나 예쁜 아기가 태어나고 친구나 남편의 직장동료가 비싼 축하선물을 보내 오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10만원대가 넘는 게스 원피스 등 옷과 유모차 장난감 등 선물의 대부분이 온통 외제였던 것. 이후 백화점 아기용품 전문매장을 찾아간 박씨는 압소바 파코라반 엘르 입생로랑 미치코런던 쁘띠꼬숑 등 외우기도 어려운 외제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됐다. 베비라 아가방 해피랜드 등 국산브랜드는 구석에 진열돼 있어 쉽게 찾을 수도 없었다. 이웃의 젊은 엄마들은 하늘색 파스텔톤 색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랑스제 쇼콜라로 아기용품 일체를 준비하느라 1백만원대가 훨씬 넘게 쓰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 『많은 엄마가 나는 못입어도 우리 아이는 좋은 옷과 좋은 분유를 먹여야겠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대부분의 아기용품이 해외의 유명브랜드에 로열티만을 주고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어 품질의 차이보다는 색상 디자인이 다른 게 대부분. 박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엄마의 허영심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외제품에 길들여져 가는 것같아 앞으로는 외제품 사용을 자제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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