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소프트(MS)가 82조 원을 들여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블리자드)’ 인수에 나섰다. 스마트폰 운영체계(OS) 경쟁에서 구글과 애플에 밀렸던 MS가 메타버스를 통해 역전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메타버스 사업 기회를 선점하려는 메타(옛 페이스북), 애플 등과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MS가 블리자드를 품는 것은 단지 게임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려는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MS는 ‘윈도’를 통해 개인용 컴퓨터(PC) 운영체제(OS) 시장을 장악했지만 모바일 시대에 들어서서는 구글, 애플에 밀려 존재감이 약해졌다. 이를 돌파할 새로운 무기로 메타버스와 게임을 선택한 것이다.
게임은 가상공간에서 놀고 일하고 쇼핑할 수 있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데 가장 앞선 산업으로 평가된다. 이용자들이 장시간에 걸쳐 몰입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는 게임 자체가 일종의 메타버스라는 것이다. 이번 인수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디지털 세상에서 보낸다는 데 크게 베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MS가 메타버스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는 메타버스 구현의 핵심인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 시장 규모가 2030년 1조5429억 달러(약 184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는 메타버스 인력 쟁탈전까지 벌이지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메타가 MS의 AR 개발 인력을 대거 영입하면서 지난 1년 동안 수십 명의 AR 개발·엔지니어가 메타로 적을 옮겼다. 메타는 애플에서도 100명가량의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MS의 블리자드 인수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빅테크의 과도한 확장 문제를 주시하고 있어 규제 당국의 반독점 심사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 사내 성폭력 의혹 묵살로 물의를 빚은 블리자드의 경영 정상화도 숙제로 꼽힌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