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연수/누구를 위한 신도시인가?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8시 40분


신도시 건설론이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왔다.

수도권의 난개발과 전세난이 심각해지자 대안으로 신도시계획을 추진하면서도 입단속을 하던 건설교통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섣불리 내놓았다가 여론에 매도당할까봐 두려웠을 것이다. 이젠 신도시를 세워도 문제고, 그러지 않아도 골칫거리가 생길 판이다.

분당 일산 등 5개 신도시 200만가구를 동시에 건설하면서 자재 파동과 부실건설 논란의 악몽이 있은 지 10년도 되지 않았다. 지금은 갈수록 늘어나는 차량 때문에 신도시와 주변 지역 주민들이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토 이용에 대한 장기계획 없이 정치적 의도에 의한 ‘깜짝 발표’와 능력을 벗어난 무리한 건설이 낳은 후유증이다.

난개발보다는 계획된 신도시가 주거환경으로나 주택공급 면에서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인정한다고 하자. 그러나 전제조건이 있다. 서둘러 신도시를 개발해놓고 나중엔 주변 관리를 등한히 하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

서울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 베드타운도 곤란하다. 화성이든 아산이든 잠자리 외에도 일자리와 문화 레저 서비스산업이 가능한 신도시가 건설돼야 한다.

신도시의 문제점들이 드러나자 준농림지의 소규모 개발로 돌아섰다가 다시 난개발이 심각해지자 기다렸다는 듯 신도시 카드를 내놓는 ‘모 아니면 도’식 정책은 이제 사절이다. 신도시를 ‘어디에’ ‘어떻게’ ‘누구를 위해’ 개발하느냐가 ‘하느냐 마느냐’보다 중요하다.

1990년대 초 집 없는 서민들이 전셋집 옥상에서 떨어지던 그때와는 다르다. 학교가 없어도, 출퇴근길이 2시간씩 걸려도 내 집만 있으면 좋다던 그 국민이 아니다.

신도시개발이 또 추진되는 배경은 무엇일까. “건설경기가 어렵다”며 하소연하는 건설업체들의 집요한 로비에 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길 없다.

신연수<경제부>yssh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