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유전개발 참여 신중히

  • 입력 1998년 11월 6일 19시 22분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의 2차 방북(訪北) 이후 북한지역 유전개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북한의 석유매장량도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석유가 생산되면 북한이 파이프라인으로 남한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는 발표까지 나와 많은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막연한 기대감마저 일게 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석유개발공사가 낸 ‘북한 석유개발 현황’이라는 내부보고서는 그래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50억∼4백억배럴의 석유매장량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신빙성이 없는 수치’라고 밝혔다. 또 북한에 석유가 있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을 개발할 가치가 있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경제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북한의 석유부존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만도 최소한 2년간 2억달러가 드는 추가탐사작업을 벌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북한지역의 유전개발 참여는 섣불리 결정을 내릴 문제가 아니다. 신중히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더구나 북한은 지난 수년간 스웨덴의 타우르스사, 캐나다의 소코사 등과 석유탐사활동을 벌여 왔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지난 10월에도 북한은 도쿄에서 ‘조선유전개발 투자설명회’를 개최, 석유개발에 필요한 해외자본을 끌어들이려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남아 최대 산유국인 인도네시아만 해도 전체 석유매장량은 대략 50억배럴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의 주장대로 50억∼4백억배럴이 매장되어 있다면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가만 놔 둘 리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경제적 시련을 겪고 있다. 달러가 동이나 국제통화기금(IMF)체제까지 불러왔다. 현대측은 자기 돈으로 북한의 유전개발에 참여한다지만 결국 지급하는 돈은 달러다. 현재로서는 과연 석유가 얼마나 나올지, 경제성이 어떨지도 정확히 모르는 실정이다. 추가탐사작업에만 2억달러가 드는 사업에 잘못 손을 댔다가 아까운 외화만 낭비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북한유전개발 참여문제는 채산성을 따져보고 전망이 설 때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우리와의 유전개발에 대한 자료와 기술자교환을 거부해왔다. 그러던 북한이 이제 와서 현대측의 제의에 선뜻 응하고 나선 배경도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 그러잖아도 현대를 통해 막대한 외화가 북한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 유전개발 사업에는 엄청난 자금이 소요된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지금은 한푼의 외화라도 신중히 써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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