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144경기 체제와 코로나19, 주 5일 근무의 ‘뉴 노멀’ 만들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6월 1일 05시 30분


경기 전 훈련중인 NC 선수단. 스포츠동아DB
경기 전 훈련중인 NC 선수단. 스포츠동아DB
1987년 MBC 청룡 3루수 이광은은 ‘전 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다. 7개 구단이 한 시즌 팀당 108경기를 치르던 때다. 20세기는 좋은 능력의 척도인 ‘우등상’보다는 성실함을 상징하는 ‘개근상’을 더 높이 쳐주던 때라 주전 선수들은 다치거나 정말로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스타팅 오더에서 빠지지 않았다. 당연히 전 경기 출장자도 많았다. 그럼에도 이광은의 기록은 달랐다. 시즌 내내 단 한 이닝도, 한 타석도 빠지지 않았다. 21세기의 프로야구선수 누구도 감히 도전하지 못할 한 시즌 ‘전 경기, 전 이닝, 전 타석’ 출전 기록이다.

이와는 결이 다른 그 시절 어느 유명 선수의 숨겨진 이야기다. 장마 때였는데 비로 경기가 취소되자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 하지만 이튿날까지 계속 내릴 줄 알았던 비는 새벽에 그쳤다. 결국 더블헤더가 잡혔다. 숙취로 힘들어 죽겠는데 한여름에 더블헤더 첫 경기부터 뛰어야 했던 그 선수는 경기 도중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심판에게 대들어 퇴장을 자초했다. 아무리 힘들다고 하소연해도 감독이 경기에서 빼주지 않자 스스로 찾아낸 궁여지책이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면서 정부와 방역당국이 국민들에게 반복해서 강조하는 말이 있다. ‘아프면 직장에 가지 말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아파도 출근해 일하는 것이 조직원의 올바른 도리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아니다. 아프면 쉬면서 내 병을 주위에 감염시키지 말자고 한다. 코로나19가 바꾼 직장생활의 새로운 기준이다.

10개 구단, 팀당 144경기 체제로 치러지는 요즘 프로야구에선 선수들의 휴식도 경기 출전만큼이나 중시된다. 특히 개막이 평소보다 1개월 이상 늦춰지고, 더블헤더 등 빡빡한 일정이 예고된 2020시즌에는 선수들을 얼마나 잘 쉬게 해주는가도 감독의 역량에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많은 감독들은 공개적으로 선수들에게 휴식을 보장한다. 선수가 먼저 요구하지 않아도 트레이너와 상의해서, 때로는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감독 스스로 판단해 쉬는 날을 챙겨준다. 경기 도중 특별한 상황이 와도 최대한 휴식을 보장한다. 그 덕에 ‘주 5일’ 또는 ‘주 4일’ 근무하는 야구선수도 생겼다. 이제는 경기에 나가지 않아도 욕을 먹거나 눈치를 볼 이유는 없는 듯하다. 과거 두산 베어스 김동주가 주 5일, 주4일 근무선수라는 비난을 받던 때와는 세간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물론 몸값이 비싼 선수에게는 그라운드에서 더 자주 활약해줘야 할 책임이 있다는 고전적 생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팬들은 스타들을 보기 위해 비싼 돈을 내고 야구장에 오거나, TV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기 때문에 일반직장인과는 처지가 다르다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더 절제된 생활이 필요하고, 어지간한 불편은 참고 뛰는 것이 팀과 프로야구시장 전체에 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프로야구에서도 점점 주 5일 근무형태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음은 ‘뉴 노멀’ 시대의 부인할 수 없는 현실 중 하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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