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원 “전력 보강 필요없다, 팀 훈련도 줄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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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지휘봉 잡은 ‘캥거루 슈터’
선수와 프런트 징검다리 역할하고 좀 더 빠르고 재미있는 농구 추구
챔피언과 꼴찌는 종이 한장 차이… 개인 훈련 통해서도 실력 좋아져

프로농구 LG의 새 사령탑을 맡은 조성원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이 27일 서울 강남구 한국농구연맹(KBL)센터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팀 재건을 위한 포부를 밝혔다. LG의 주축 선수인 박정현, 김시래, 강병현, 조성민(왼쪽부터)이 자리를 함께했다. 주현희 스포츠동아 기자 teth1147@donga.com
프로농구 LG의 새 사령탑을 맡은 조성원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이 27일 서울 강남구 한국농구연맹(KBL)센터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팀 재건을 위한 포부를 밝혔다. LG의 주축 선수인 박정현, 김시래, 강병현, 조성민(왼쪽부터)이 자리를 함께했다. 주현희 스포츠동아 기자 teth1147@donga.com
“감독이라는 개념을 버리겠습니다.”

새롭게 프로농구 LG 지휘봉을 잡은 조성원 신임 감독(49)은 스포츠에 뿌리 깊은 감독의 권위를 내려놓고 선수들과 신뢰부터 쌓겠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강남구 한국농구연맹(KBL)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힌 일성이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LG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00∼2001시즌 LG의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이끌고 LG 선수 최초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2002년 말 SK로 트레이드된 뒤 18년 만의 복귀다. KBL 출범 두 번째 시즌인 1997∼1998시즌부터 리그에 뛰어든 LG는 정규리그 우승만 한 번 했을 뿐 아직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없다. 지난 시즌엔 10개 팀 가운데 9위에 처졌다. “어려운 시기에 감독을 맡아 부담이 된다”고 운을 뗀 조 감독은 “솔직히 기대도 많이 된다. 팀 컬러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감독이 변화를 위한 수단으로 밝힌 비법은 ‘대화’다. 조 감독은 “프런트와 선수들 사이가 그리 좋은 팀은 없다고 본다. 이 간극을 좁히면 유대관계가 생기고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대화를 하며 중간다리 역할을 하려 한다. 감독은 선수들이 필요한 부분을 어시스트하는 위치”라고 말했다.

조 감독의 외할아버지는 YMCA 명예총무로 활동한 고 오리 전택부 선생. 오리 선생은 평소 조 감독에게 “남 탓하지 말고 자신부터 조용히 하나하나 이뤄 나가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선수 보강에 대해서는 “필요 없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휴식기라 아직 선수단과 상견례를 갖지 않았지만 기존 멤버들에게 믿음을 보내며 한발 다가섰다. 조 감독은 “우승이나 최하위권이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기존보다) 조금 더 빠른 농구를 하겠다. 공격 횟수를 많이 가져가는 재미있는 농구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볼 배분 역할을 맡고 있는 가드 김시래(31)의 활용에 대해서도 그는 “드리블을 조금 줄이자고 제안할 거다. 그러면 한 박자 빠른 패스가 나올 거고 시래의 도움 횟수도 늘어날 거라 본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현역 시절 강도 높은 훈련으로 단신(180cm)의 핸디캡을 극복한 끝에 폭발적인 3점슛 능력을 지닌 ‘캥거루 슈터’로 이름을 날렸다. 기량이 별로라는 평가 속에 어렵게 고교에 입학한 뒤 2년 동안 매일 새벽 개인 훈련을 비롯해 하루에 5번씩 훈련을 하기도 했다. LG에선 팀 훈련 방식의 변화도 시사했다. 조 감독은 “단체 운동량이 많다고 실력이 좋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팀 훈련이 하루 1시간 반 정도로 짧더라도 개인 운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KCC의 전신인 현대 시절 이상민(48·삼성 감독), 추승균(46·전 KCC 감독)과 트리오를 이뤄 ‘현대 왕조’를 구축했다. 당시 트리오의 맏형이던 그는 두 후배보다 늦게 KBL 감독 직함을 달았다. 조 감독은 “감독이 된 뒤 두 사람이 첫 번째, 두 번째로 축하 전화를 해왔다. 감독으로는 선배라 ‘한 수 가르쳐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감독으로서) 우승 반지만 가장 마지막에 끼지 않으면 된다”며 웃었다. 이상민 감독과 추승균 전 감독은 감독으로는 아직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험이 없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농구#lg#조성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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