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 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대선 승리가 확정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강경 보수 성향인 카스트 공화당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압승하면서 칠레에 35년 만에 강력한 우파 정권이 들어서게 됐다. 2025.12.15. [산티아고=AP/뉴시스]
“칠레는 ‘범죄’와 ‘불안’에서 벗어날 것이다.”
14일 칠레 대선 결선투표에서 강경보수 성향이며, ‘칠레 트럼프’로 불리는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가 승리했다. 불법 이민자 추방, 우범 지대에 군대 투입, 리튬 등 광물 채굴의 민영화, 미국과의 협력 등을 강조하는 그는 내년 3월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한다.
이번 결과는 2021년 중도 좌파인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 집권 뒤 불법 이민자와 강력 범죄가 증가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자 민심이 등을 돌린 여파로 풀이된다. 중남미 주요국에서 나타나는 우파 정권의 연쇄 집권, 즉 ‘블루타이드(blue tide·푸른 물결)’ 또한 재확인됐다. 칠레 외에도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에콰도르, 파라과이 등 최근 1~2년 사이 대선을 치른 국가에서 다수의 중남미 국가에서 우파 혹은 중도우파 성향 후보가 승리했다. 온건좌파의 연쇄 집권 ‘핑크타이드(pink tide·분홍 물결)’의 퇴조가 두드러진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카스트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했다. 마약과의 전쟁, ‘희토류 무기화’에 나선 중국에 대적할 핵심 광물 확보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는 중남미에 친(親)미 국가를 늘리려 한다. 또 친미 성향 국가와 강하게 밀착하고 있다. 구리, 리튬 등의 세계적 생산지인 칠레와 대규모 협력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3수 끝에 대선 승리
칠레 당국에 따르면 이날 개표율 99.33% 기준으로 카스트 당선인은 58.18%를 얻어 칠레공산당 소속 지네트 하라 후보(41.82%)를 크게 앞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승리 연설에서 내내 ‘질서’를 강조하며 “안보가 없으면 평화가 없다. 평화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고 외쳤다.
독일계 이민자 후손인 카스트 당선인은 1966년 수도 산티아고에서 태어났다. 부친 미하엘 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당원이었다. 다만 그는 “부친은 나치의 강제 징집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의 형 미겔은 군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73∼1990년 집권) 당시 국무장관 겸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다.
법조인 출신인 카스트 당선인은 시의원, 4선 하원의원을 거쳐 2017년 대선에 처음 출마했다. 당시 득표율 5위로 1차 투표의 1, 2위가 맞붙는 결선 투표에 오르지 못했다. 2021년에는 결선 투표에 올랐으나 보리치 대통령에 패했고, 삼수 끝에 대권을 잡았다. 부인 마리아 여사와 9자녀를 뒀다.
그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불법 이민자의 대규모 추방, 우범 지역에 군대 배치, 교도소 확충 등을 강조했다. 칠레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8년 약 1만 명에 불과했던 칠레의 불법 이민자는 2023년 기준 33만7000명으로 급증했다. 대부분 치안 악화와 경제 파탄에 빠진 베네수엘라에서 건너왔다. 같은 기간 인구 10만 명당 살인율 또한 4.5명에서 6.0명으로 치솟았다. 공대생인 이그나시오 세고비아 씨(23)는 CNN에 “과거에는 거리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 평화가 사라졌다”며 좌파 정권 하의 치안 약화에 불만을 표했다.
칠레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약 1만8000달러(약 2600만 원)로 남미에서 최상위권이지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부채 증가, 재정 확대 등으로 0~2%대의 저성장에 직면했다.
● 美와 ‘광물 동맹’ 가능성
카스트 당선인과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밀착 또한 예상된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그의 일부 지지층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본 떠 ‘칠레를 다시 위대하게(Make Chile Great Again)’라고 적힌 붉은 모자를 쓰고 유세에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정간섭 논란에도 중남미 친미 국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는 ‘아르헨티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집권 중인 아르헨티나에 400억 달러(약 60조 원) 투자와 통화스와프를 약속했다. 역시 우파 정권이 집권 중인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등과도 무역 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칠레는 세계 리튬 매장량의 31.0%를 지닌 최대 보유국이다. 보리치 대통령 등 좌파 지도자들은 환경단체와 리튬 생산지 인근에 사는 원주민 반발 등을 의식해 광물 자원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반면 카스트 당선인은 유세 내내 “광물 채굴 민영화”를 강조한 만큼 미국 대기업이 칠레의 리튬, 구리 개발 등에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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