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확실한 호재 있어야 집 산다… 대규모 정비, 교통망 개선 주목
서울 노원구 아파트 단지. 뉴스1
미국-이란 전쟁 기간 한국 부동산시장은 과거 다른 지정학적 분쟁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이 발생했을 때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막연한 공포가 아닌 시장 논리가 부동산시장을 움직였다. 국내 자산시장에 대내외적 위기가 여러 차례 발생하며 시장 참여자들이 현명해진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하는 경제불확실성지수(EPU)를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경제적 불확실성’이 기준선 100을 넘지 않은 기간은 전체의 40%가량에 불과하다. 이제는 불안이 뉴노멀인 셈이다.
미분양 아파트도 선별적으로 소진
물론 사람들이 처음부터 경제적 불확실성에 적응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엔 저금리 기조 속에서 “부동산 가격은 무조건 상승한다”는 심리가 시장을 지배했고 극단적인 상승장이 펼쳐졌다. 한국갤럽 정기 조사에 따르면 당시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년 넘게 60%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2022~2023년 금리가 오르자 상황이 급변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이번엔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내릴 것”이라는 응답이 60%를 넘겼고, 공포가 시장을 덮치며 하락장이 이어졌다.
이처럼 불안이 초래한 부동산 급등락을 겪으면서 대중은 “어떤 상황이 와도 우량 자산은 우상향하고, 그렇지 못한 자산은 흔들린다”는 사실을 체득했다. 이후 2024년부터는 매달 상승과 하락 전망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주택 공급, 금리 변동 등 출렁이는 시장 지표에 부동산 심리가 ‘주파수’를 맞춰 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미국-이란 전쟁이 한창일 때 부동산 심리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2월 108포인트, 3월 96포인트, 4월 104포인트, 5월 112포인트 등으로 기준선인 100포인트 언저리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월 5599건, 3월 6433건, 4월 7521건으로 점차 늘었다. 경기 아파트 거래량 또한 2월 1만3576건에서 3월 1만6895건, 4월 1만7182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집값 폭등기였던 2020년 당시 서울과 경기의 아파트 거래 건수가 각각 월 1만 건, 3만 건을 넘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별 증가폭이 크지 않다. 현재 시장이 침체도, 과열도 아닌 선별 매수 흐름을 보인다는 걸 알 수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사람들은 무턱대고 ‘신축 아파트’를 선택하지도 않는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 통계를 보면 4월 기준 6만5000채로 지난해 1월(7만2000채)에 비해 감소했으나, 여전히 장기 평균인 6만 채를 상회한다. 2021년 초저금리 상황에서 신축 열풍이 불며 미분양이 1만 채 수준으로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그렇다면 이런 선별적 매수세 속에 실수요자의 ‘픽’을 받은 지역은 어디일까. 수도권에선 지난해 초에 비해 미분양이 3000채가량 줄어든 경기 평택시(이하 지난해 1월 대비 올해 4월 기준)와 1000채 감소한 인천 계양구가 눈에 띈다. 평택의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호황’이라는 확실한 호재가 있다. 계양은 3기 신도시 중 진도가 가장 빠른 곳이다. 지난해 계양역~검단호수공원역을 잇는 인천지하철 1호선이 연장 개통되는 등 ‘준서울’ 허브로서 위상을 다지고 있기도 하다.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5공장(P5) 신축 현장에서 골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동아DB‘미미삼 재건축’ 기대에 거래 급증
비수도권에선 같은 기간 울산 남구, 경북 구미시 미분양 물량이 각각 1000채 이상 감소했다. 방산, 조선 등 기반 산업 호황으로 지역 주민의 구매력이 뒷받침된 지역이다. 대구 달서구에서도 미분양이 1000채 이상 줄어들었다. ‘미분양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썼던 대구 부동산시장 회복세를 이끈 건 수급 사이클 작동이다. 앞서 대구 미분양 폭증에 놀란 시행사와 건설사가 수주를 줄이거나 착공 속도를 늦췄고, 이런 흐름이 시차를 두고 시장 회복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정리해보면 지금 시장 참여자를 움직이는 건 확실한 개발 호재, 완성된 인프라, 3∼5년 주기로 반복되는 수급 사이클인 셈이다.
서울에서는 노원구와 도봉구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3∼4월 거래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3%, 73% 증가했다. 전쟁 후유증으로 금리인상이 예견되는 가운데도 거래가 늘었다는 것은 사람들이 금리 리스크를 감수하고 부동산을 매입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그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요소들이 있다.
노원구의 경우 월계미륭, 월계미성, 월계삼호3차아파트를 통합한 미미삼 재건축 청사진이 발표됐다. 하반기 중 정비계획 확정이 기대된다. 광운대역세권 개발도 이미 공사가 진행 중으로 서울원아이파크로 대표되는 업무, 주거, 상업 복합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도봉구 창동역에는 최대 2만80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K팝 공연장 서울아레나가 내년 상반기 개관을 앞두고 있다.
경기에선 수원시 팔달구, 용인시 기흥구의 3~4월 아파트 거래량이 전년 같은 때보다 각각 71%, 62% 늘었다. 팔달의 경우 신분당선 화서역 연장 노선이 2029년 개통될 예정이고, 같은 해 인덕원동탄선도 개통을 앞두고 있다. 기흥에는 GTX-A 구성역이 개통된 데다, 기존 수서역에서 서울역까지 연장 개통도 예정된 상태다. 이미 착공한 270만㎡(약 83만 평) 규모의 용인플랫폼시티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2030년이 되면 수원은 서울로 이어지는 철도 개발이 일단락되고, 용인은 자족도시 구축에 청신호가 켜지는 것이다. 이들 지역에 3040의 매수세가 집중되는 이유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외부 충격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수급과 인프라라는 자산의 본질에 집중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수요-공급이라는 시장 원리를 우선시하고, 미래 가치를 결정짓는 정비사업이나 교통 호재를 감안한 상태에서 매매가 이뤄진다. 이에 따라 패닉 바잉을 전제로 한 버블 붕괴 시나리오는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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