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스포츠로 읽는 세상] 대표팀은 갑? 선수와 먼저 소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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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7일 07시 00분


여오현. 스포츠동아DB
여오현. 스포츠동아DB
■ 배구계 강타한 ‘여오현 파문’

대표팀 은퇴 여오현에 일방적 출전 요청
팀·개인 이기주의 극복과 보상책도 숙제


현대캐피탈 여오현 파문이 한여름 배구계를 강타했다.

대한배구협회는 8월 1일 2014세계남자선수권대회 아시아지역에선 최종라운드(9월4∼8일) 에 참가할 남자대표선수 후보 14명을 선발했다. 4일 진천의 국가대표팀 선수촌에 소집했다.

코보컵을 마친 뒤 제 몸 상태가 아닌 몇몇 선수들과 구단의 반발이 컸다. 현대캐피탈(여오현)과 LIG손해보험(김요한) KEPCO(서재덕, 하경민) 등이 소집을 거부했다.

문제가 커지자 KEPCO는 주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입장을 바꿨다. 여오현은 진천에 가서 대표팀 박기원 감독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퇴촌했다. 김요한은 불참했다.

신성한 국가의 부름을 선수가 거부한 모양새였다. 5일 대한배구협회 상무이사회가 열렸다. 이사회는 여오현에게 다시 한 번 대표팀에 참가해달라는 요청으로 결론을 냈다. 이종경 협회 전무이사가 현대캐피탈 정태영 사장을 만나 협조를 부탁하고 여오현에게도 대표팀 참가를 직접 설득하기로 했다. 김요한은 의무분과의원회의 검토 결과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여오현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합류시켜야 하는 게 맞는가가 이번 파문의 시작이다. 5일 이사회 뒤 선수를 직접 설득하기로 선택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다. 지금은 21세기, 소통의 시대다. 예전에는 국가가 부르면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믿었지만 요즘 대중의 생각은 달라졌다. 최소한 선수의 뜻은 들어봐야 한다고 믿는다.

얼마 전 축구계를 흔들었던 최강희 감독과 기성용 등 해외파들과의 알력도 소통이 문제였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김인식 감독은 혜택이 없어 대회 참가를 꺼리는 선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고 “나라가 있어야 야구가 있다”며 명분을 줬다.

대표팀에 들어가려고 안달하는 선수도 있지만 다른 뜻을 가진 선수도 있다. 이들에게는 다른 의사소통 과정이 필요하다. 대표팀과 선수와의 관계 재검토가 필요하다. 요즘 흔히 말하는 갑을관계가 아니다. 최소한 상대의 뜻은 물어볼 것을 요구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배구계에 만연한 팀과 개인 이기주의다. 우리 선수들을 대표팀에 빼앗기지 않고 훈련시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욕심이 문제를 크게 만들었다. 한 두 번이 아니고 그동안 쌓인 불신이 있기에 어떤 결정을 해도 진심이 의심받는 상황이다.

지금 여오현은 대한민국 최고의 리베로다. 최고 컨디션이다. 이 선수를 선발하지 않고 다른 선수를 뽑으면 상대 팀에서 들고 일어날 것이다. 공교롭게도 김호철 감독은 남자국가대표팀 관리이사다. 아무리 내 입장과 팀 성적이 중요하지만 직책에 맞는 희생을 먼저 생각해야 인심을 잃지 않는다. 내가 먼저 손해를 봐야 사람이 따른다.

희생에 대한 보답도 필요하다. 대한배구협회가 대표선수들에게 충분한 몸 관리와 지원, 거부하지 못할 당근을 줘야한다. 이번 대표팀 후보 선수들에만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자격을 준다는 원칙을 세웠으면 실타래는 쉽게 풀렸다. 하지 않겠다는 선수를 억지로 데려가 봐야 결과도 나쁘다. 대신 나라에 헌신하겠다는 선수에게는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희생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것이 대표팀 선발의 원칙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계획이다. 협회와 연맹이 선발의 원칙을 정하고 대회의 비중에 따라 어떤 선수를 내보낼지 미리 상의하고 준비해서 1년 계획을 미리 세웠으면 이런 일은 없었다. 여오현은 당일 소집을 통보받았다고 했다. 욕심과 무계획은 대형사고를 일으킨다.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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