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최연소 감독 → 중도 퇴진…“불명예 퇴진 이유 아직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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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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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LIG 감독서 해임된 김상우 해설위원

1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경기를 앞두고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김상우 해설위원. 천안=이승건 기자 why@donga.com
1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경기를 앞두고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김상우 해설위원. 천안=이승건 기자 why@donga.com
4년 전 이맘때는 KBSN 해설위원으로 중계 카메라 앞에 앉았다. 2006∼2007시즌을 마치고 삼성화재에서 은퇴한 뒤 얻은 첫 직업이었다. 김상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38)은 최근 다시 방송을 시작했다. 두 달 전 LIG손해보험에서 잘린 뒤 얻은 직업이다. 그는 지난해 4월 프로배구 최연소 감독이 됐지만 계약 기간 3년 중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올해 9월 3일 해임 통보를 받았다. 16일 방송을 위해 천안을 찾은 그를 만났다.

“그날 다른 사람을 통해 먼저 소식을 들었어요. 오후 늦게 구단 관계자를 만나 정식 통보를 받은 뒤 숙소로 돌아가 짐을 쌌죠.”

김 위원은 감독대행이던 지난해 4월에도 짐을 쌌다. 김호철 전 현대캐피탈 감독이 LIG손해보험으로 오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호철 감독은 현대캐피탈에 남았고 그는 숙소로 돌아와 대행 꼬리표를 뗐다.

“선임 과정이 어찌 됐건 감독이라는 자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기쁘면서 부담이 됐죠. 제 모든 것을 쏟아 부었어요. 감히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LIG손해보험은 최근 5시즌 연속 4위에 머물렀다.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에 밀렸다. 같은 4위라도 시즌마다 내용은 달랐다. 김 위원이 박기원 감독의 뒤를 이어 대행을 맡았던 2009∼2010시즌에 팀은 24승 12패(승률 0.667)를 기록했다. 팀이 5할 승률을 넘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감독을 맡았던 지난 시즌에도 15승 15패로 5할 승률을 맞췄다. 포스트시즌에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에게 패배를 안긴 사령탑은 그가 유일했다.

“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게 이유라면 할 말은 없죠.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도 그 이유는 아닌 것 같아요. 몇몇 선수가 훈련을 강하게 시킨다고 힘들어했지만 그건 강한 팀이 되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선수단에 격려금이 들어오면 식당 아주머니와 기사분들께도 똑같이 나눠 드렸어요. 젊은 감독으로서 같이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물러나야 되나 하는 회의가 들었지만 자리에 연연하기는 싫었습니다.”

그는 대신고 3학년 때 전국 랭킹 1위였다. 배구 명문 성균관대에 진학한 뒤에도 대학 최고의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대학 3학년 때 처음 국가대표로 뽑혀 세 번의 아시아경기에서 금 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삼성화재에 입단해서는 신치용 감독의 권유로 공격수에서 센터로 포지션을 바꿨다. 과거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공격수가 아니었지만 그는 센터로서도 일가를 이뤘다. 그런 그는 자존심이 강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선수를 그만둔 뒤에도 ‘사전 작업’을 위해 선배들을 찾아다니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동차 세일즈맨을 하려고 했어요. 배구선수 경력을 조금이라도 인정해 달라 했는데 안 된다기에 최종 면접 때 안 갔죠. 보험회사를 알아보고 있던 중 방송사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김 위원은 2007년 당시 초보답지 않은 해설로 화제를 모았다. 평소 무뚝뚝해 보이던 이미지와 달리 유머 있고 부드러운 모습도 보여줬다. 그러고 이듬해 박기원 감독의 제의를 받고 LIG손해보험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3년 남짓 세컨드 코치, 수석 코치, 감독대행, 감독을 거쳤다. 김 위원은 다시 코트로 돌아올 수 있을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저를 믿고 지원해 줄 수 있는 팀에서 감독을 해 보고 싶어요. 혼신의 힘을 다해 보답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받은 상처도 잊을 수 있겠죠.”

한편 LIG손해보험은 17일 슬로바키아 용병 마틴이 자국 대표팀 차출로 빠진 대한항공을 3-2(20-25, 25-20, 20-25, 25-22, 15-12)로 힘겹게 이겼다. 승점 6점(2승 5패)으로 6위. 여자부 기업은행은 흥국생명을 3-1로 이겼다.

천안=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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