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지도자들 올림픽 개막식 참석 말라”

  • 입력 2008년 4월 11일 03시 00분


EU의회, 결의안 채택… 부시도 불참 가능성 시사

브라운 英총리 불참 선언… 日-濠총리 티베트 탄압 비판

시위대 충돌 우려 코스변경 등 美서 숨바꼭질 성화 봉송

유럽 의회가 유럽연합(EU) 회원국 지도자들의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 집단 거부를 촉구하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개막식 불참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중국의 티베트 사태 무력 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유럽 의회는 10일 중국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대화를 하지 않을 경우 27개 EU 회원국 지도자들이 집단으로 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9일 미 상하 양원도 중국에 티베트 무력진압을 중단하고 수감자들을 석방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각각 통과시켰다.

영국 총리실은 이날 고든 브라운 총리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데이너 페리노 미 백악관 대변인도 부시 대통령의 올림픽 개막식 참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의 8월 일정에 대해 말하기는 이르다”고 말해 불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쓴소리도 이어졌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는 이날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와의 당수 토론에서 “(티베트 문제와 관련해) 가장 책임이 있는 곳은 중국이라고 생각한다”며 “평화적인 대화로 해결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후쿠다 총리가 티베트 사태와 관련해 중국의 대응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적인 친중파로 알려진 호주의 케빈 러드 총리는 이날 베이징대 특별 강연에서 유창한 중국어로 연설하면서 “티베트와 관련해 심각한 인권 문제가 있다”고 쓴소리를 해 중국인들을 당혹하게 했다. 러드 총리는 “진정한 친구라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직언도 할 수 있는 ‘정유(諍友)’가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10일 중국 정부에 대해 “올림픽 개최에 앞서 인권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화해의 여정’이라는 공식 이름과 달리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은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예정된 코스를 벗어나 쫓기듯 치러졌다.

이날 오후 1시 올림픽 성화가 시내 매코비 만을 출발하기 전부터 중국 지지자들과 반중(反中) 시위대 수천 명이 몰려들어 긴장이 고조됐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봉송단은 봉송 구간을 당초 예정(9.6km)의 절반가량(5.6km)으로 줄이고 구간도 바꾸었다. 뒤늦게 변경된 봉송로를 알아낸 시위대가 접근을 시도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봉송단은 워터프런트 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행사 폐막식도 취소하고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약식으로 대체한 뒤 다음 봉송지인 아르헨티나로 출발했다.

한편 2주간의 일정으로 미국 방문길에 오른 달라이 라마는 10일 경유지인 일본 나리타(成田)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의 올림픽 개최를 지지한다. 티베트 사태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러한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도의 티베트 망명정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올림픽 성화 봉송 반대 시위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성화 봉송 기간에 시위대는 (올림픽) 주최국의 법을 존중해야 하며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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