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고3’ 대입에 한숨…“확진되면 ‘재수각’이죠”

  • 뉴스1
  • 입력 2020년 8월 5일 14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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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등교 중지 안내문이 붙은 한 고등학교. © News1
학생의 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등교 중지 안내문이 붙은 한 고등학교. © News1
“‘월드컵둥이’라고, 복덩이라고 좋아했는데 올해만 놓고 보면 지금 고3들은 저주받은 것 같아요. 코로나라니….”

서울 강남구 한 고등학교 3학년인 정모양(18)은 5일부터 11일까지 1학기 기말고사를 치른다. 내신 등급을 좌우할 중요한 시험이지만 정양은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교육부의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2021학년도 대입 관리방향’ 발표도 정양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도 오는 12월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를 길이 열렸지만, 논술·면접·실기 등 대학별 평가에서는 확진자의 응시가 제한되고 자가격리자 가운데도 대학 여건에 따라 응시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서다.

정양은 “매일 버스를 타고 등하교하는데 ‘여기에 확진자가 타고 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대학 논술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고 덜컥 확진 판정이라도 받으면 ‘재수각’(재수할 느낌)이니까 불안하다”고 했다.

이날 기준으로 수능이 120일 앞으로 다가왔고, 대학별 평가는 오는 10월부터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고3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실력이나 노력 여하에 관계없이 감염병을 이유로 응시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에 초조함을 느끼는 분위기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수험생 조지훈군(18)은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6개월이 넘었는데 아직도 대학별로 수험생 확진자·자가격리자 평가를 위한 대안 하나 내놓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수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이 사태 속에서도 꿋꿋이 공부하고 있는데 너무 허무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코로나19 여파로 불이익을 받는 수험생이 없도록 관리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가능하다면 면접 평가를 온라인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하고 실기 평가도 비접촉 방식으로 진행하거나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조정할 것을 검토하라고 요청했다.

논술 등 지필고사도 감염병 상황에 따라 시행 일정을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하루에 치러지는 시험을 2~3일에 나눠 시행해 밀집도를 낮추는 식이다.

다만 각 대학의 현실적인 감염병 관리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확진자의 시험 응시는 제한하도록 했다. 자가격리자의 경우에도 대학의 관리 여건이나 시험 방식에 따라 응시가 제한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고3 수험생 사이에서는 만약 대학이 확진자의 평가 참여를 제한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의심증상이 나타나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지 않고 대학별 평가에 참여하는 학생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원 원주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조민식군(18)은 “지금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한 줄이라도 더 넣으려고 학생들이 대회도 참여하고 교내 발표도 하고 그러는데 열이 나거나 의심증상이 있어도 참고 하는 경우가 엄청 많다”며 “대학에 가느냐 못 가느냐가 걸린 시험이나 면접이라면 어떻게든 증상을 숨기고 참여하려고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군은 이어 “학생들이 코로나19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도 아니고 자가격리자나 확진자도 어떻게 보면 피해자일 수 있는데 대입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도록 정부나 대학이 방안을 찾아주면 좋겠다”며 “자가격리자나 확진자의 응시를 보장하는 것이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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