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머신-박스조명… “쾌적한 분위기로 2030 잡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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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연기 자욱했던 당구장 대신 맥주 마시며 다른 게임도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잇단 변신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서울 강동구 DS빌리어드클럽. 당구대 수를 과감히 줄이고 인테리어, 조명시설을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췄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서울 강동구 DS빌리어드클럽. 당구대 수를 과감히 줄이고 인테리어, 조명시설을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췄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당구장 맞아?”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에스프레소 머신이 눈길을 끌었다. 실내는 어두컴컴했다. 당구대에는 박스 조명이 달렸다. 분위기 좋은 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당구대마다 달린 스코어보드도 디지털 방식이었다. 바둑알이 매달려 있어 마치 주판을 연상하게 하는 다른 당구장의 스코어보드와는 달랐다. 스코어 아래 화면에서는 방금 전 당구공을 친 사람의 리플레이 영상이 흘러나왔다. 대기 손님들을 위한 별도의 휴식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설 연휴 직전인 1일 오후 5시. 서울 강동구 DS빌리어드클럽 당구장에는 빈자리 하나 없었다. 총 10개의 당구대가 모두 손님으로 가득 찼다. 그중 절반 이상이 20, 30대 젊은 고객이었다. 연인과 함께 온 여성도 여럿 눈에 띄었다.

2030 젊은 세대에게도 당구가 ‘신종’ 레저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천편일률적이었던 당구장이 최근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뀌면서 PC방, 노래방 등에 익숙한 이들이 당구의 재미에 눈을 뜬 것. 이들 젊은 세대를 당구장으로 유인하려는 업체들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당구장 안에서 커피 또는 피자와 맥주를 팔거나 다트 등 다른 게임을 할 수 있는 곳이 늘고 있다.

젊은 고객들의 발길을 끌기 위한 요소는 ‘쾌적함’이다. 과거 담배 연기 자욱했던 당구장의 이미지를 지워야 젊은 고객들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이곳을 연습장으로 쓰는 프로 선수 조명우 씨(21)는 “당구장 안에서 흡연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확실히 친구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김용철 DS빌리어드클럽 대표는 “젊은 고객들은 다른 손님과의 간격에도 예민한 편이다. 보통 대형 당구대 하나에 10평(약 33m²) 정도의 면적을 할당하는데, 우리는 13평(43m²)으로 잡았다. 인테리어 문의를 해오는 곳도 많다”고 귀띔했다. 당구대를 줄이면 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익이 줄어들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젊은 고객을 유치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대화보다는 개인의 플레이에 집중하길 좋아하는 젊은 고객들을 위해 가급적 배경음악도 잔잔한 곡으로 선택한다. 이 당구장의 경우 2030고객의 비율이 30∼40%대다. 최근 일부 중고등학교에서 나타나고 있는 당구부 창단 움직임도 젊은 고객 증가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당구장#2030#ds빌리어드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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