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기의 경제 칵테일]미래 우울하다고 생각하는 한국 청년들…가장 큰 고민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1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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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말이야….”

삼시세끼 기름진 밥에 좋은 옷 입고, 부족할 것 없는 이 좋은 세상에서 자란 한국의 젊은이들이 왜 취업을 못하느냐며 어떤 어른들은 혀를 찹니다. 9.8%, 사상 최대의 청년 실업률은 부모세대보다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청년들은 ‘노오력’을 해도 헬조선을 벗어날 수 없다며 우울해 합니다. 실제로 한국의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에 비해 가난하고 불행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청년들이 미래를 훨씬 더 비관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딜로이트컨설팅이 내놓은 ‘2017 딜로이트 밀레니얼 서베이’ 보고서에 따르면 1982년 이후 태어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한국의 정규직 청년들의 ‘경제적 기대지수’는 -16이었습니다. 이 지수가 0이면 부모세대와 경제적 형편이 똑같을 것이란 뜻이고 플러스면 더 잘 살 것이라는 낙관을, 마이너스면 더 못 살 것이라는 비관을 나타냅니다. -16이라는 것은 부모세대에 비해 못 살 것 같다는 응답률이 잘 살 것 같다는 답변보다 16%포인트 많았다는 뜻입니다.

다른 나라 청년들도 이처럼 비관적일까요. 조사 결과는 한국 청년들의 좌절과 불안감이 유독 심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조사대상 30개국의 경제적 기대지수 평균은 26이었습니다. 자식세대가 부모세대보다 잘 살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이 더 많았습니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 국가 평균은 44로 더 높았습니다.

부모세대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보여주는 한국 청년의 ‘행복 기대지수’ 역시 -13으로 부정적인 답변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아시아 국가와 세계 평균은 각각 38과 23으로 조사됐습니다.

왜 한국의 젊은 세대는 미래가 우울하다고 생각할까요. 한국 젊은 세대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불평등한 소득과 부의 분배’(46%, 중복응답)로 조사됐습니다. ‘금수저’ 물고 태어난 아이들을 ‘흙수저’ 가정 출신은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좌절감이 청년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뜻입니다. 한국 청년들은 “돈도 실력, 능력 없으면 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발언에 분노하면서도 내심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진 오늘날, 부의 불평등은 청년들에게 절망을 안길 수밖에 없습니다.

젊은 세대의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도 어두웠습니다. 한국 청년의 13%만이 올해 한국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동남아 국가 평균(45%)이나 세계 평균(53%)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입니다. 2014년 한국 청년의 28%가 그 해 경제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런 응답은 2015년엔 19%, 지난해 16%로 매년 하락하고 있습니다.

한국 청년들은 정치·사회적인 상황도 밝게 보지 않았습니다. 한국 청년의 12%만이 올해 정치·사회적인 상황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동남아시아 국가 평균(47%), 세계 평균(36%)보다도 크게 낮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로 오른 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가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젊은 세대가 실망했다는 게 딜로이트의 분석이다.

올해로 6번째인 이번 조사는 1982년 이후 출생한 대학 학사 이상의 학위를 소지한 정규직 7900명을 대상으로 세계 30개국에서 진행됐습니다. 물론 조사 방법론의 한계도 있습니다. 미래 경제 상황에 대한 각국 젊은 세대의 주관적인 생각을 나타내는 것일 뿐, 실제 부모세대와 비교해 그들의 경제적 여건이나 삶의 질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조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날 것 그대로의 시선이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의 시야를 가린 사회에 대한 불신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걷어 내주지 못하면서 그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을까요.

신민기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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