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독감 백신 품귀 사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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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이후 경각심 높아진 탓
무료 접종 5일만에 237만명 몰려… 복지부 1차 공급물량 대부분 동나

“내일이면 가지고 있는 백신이 동나 병원까지 찾아온 어르신들을 다 돌려보내야 하는데 정부는 뭘 하고 있는 건지….”

서울의 한 병원 관계자는 12일 한숨을 쉬며 고충을 토로했다. 1일 시작된 정부의 ‘만 65세 이상 어르신에 대한 독감 무료 예방접종 사업’에 참여했지만 보건복지부가 공급한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이 병원은 당초 2000개의 백신을 신청했지만 복지부에서 준 백신은 1300개에 불과했다. 병원 측은 지난주 백신이 부족하다며 질병관리본부에 추가로 요청했지만 아직 추가로 요청한 백신은 병원에 오지 않았다.

의료계는 백신의 품귀 현상이 지난해까지 보건소에서만 진행하던 이 사업을 일선 병원과 의원들도 참여하고 있고,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 사업으로 11일까지 백신을 접종받은 노인은 360만여 명. 복지부가 예측한 최종 예상 예방접종 인원은 560만 명이다. 그러나 접종 시작 5일 만에 237만6743명(목표치의 42.4%)이 몰리는 ‘초반 쏠림 현상’이 벌어지며 상당수 병원에서 품절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배가량 많은 수치다.

복지부는 당초 이 사업을 시작하며 병원과 의원의 수요 신청을 받아 노인이 많이 사는 지역을 기준으로 준비한 백신의 60%만 1차로 공급했다. 나머지 40%의 2차 물량은 중점적으로 백신이 사용되는 지역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초반 쏠림 현상이 벌어지자 2차 물량을 지난주부터 일선 병원과 의원에 공급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다. 특히 복지부는 현재 백신을 보유하고 있는 병원과 의원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지만 사업 대상인 노년층이 이 정보를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요 예측의 실패가 아니라 초반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물품 공급과정에서 지연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 벌어진 일”이라며 “내년에는 초반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해명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어르신#독감#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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