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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빠르게 변하고 대학은 그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지금은 정부가 입시와 커리큘럼에 하나하나 간섭해서 어렵습니다.” 31일 퇴임하는 서승환 연세대 총장(68)은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4년의 임기 중 아쉬웠던 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최일선을 떠나는 교육계 리더로서 교육부의 무전공 선발 확대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 배제, 등록금 동결 압박 등 국내 교육 현안에 대해 “대학이 자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고언을 쏟아냈다.● “등록금 동결, 대학 경쟁력 줄여 학생 손해” 서 총장은 무전공 확대에 대해선 “초융합 시대에 필요성은 공감한다”라면서도 “전공 지식과 융합 사이에서 균형을 잃으면 자칫 (전공) 선택의 시간만 2년 미뤄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10여 년 전 자율전공학부로 입학한 학생 대다수가 결국 취업이 쉬운 학과로 몰린 것처럼 ‘이도 저도 아닌’ 유형의 인재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 앞서 교육부는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뽑는 ‘무전공’ 선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학생들이 주전공 관련 장기는 하나씩 가질 수 있도록 제도를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시 전반에서 대학의 자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지금은 정시와 수시의 모집 비율뿐만 아니라 전형에 포함해야 하는 요소도 거의 정해져 있다”며 “입시 제도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가능한 틀 안에선 대학이 인재를 조금이라도 더 자유롭게 뽑을 여건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올해 등록금을 동결한 이유도 “사실상 정부 간섭 때문”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올해 등록금 인상 한도를 5.64%로 공고하면서도 ‘동결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정부의 국가장학금 II 유형 예산 지원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이 그에 따라야 했다는 얘기다. 그는 “(등록금이 장기간 동결되면서) 물가 인상에 따른 실질 등록금은 30% 이상 줄었다고 한다”며 “대학은 시설 투자 등 씀씀이를 줄여야 하니 교육의 질이 뚝 떨어져 결국 손해 보는 건 오히려 학생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킬러 문항 배제, 효과 내려면 공교육 교사 투자해야” 서 총장은 수능 킬러 문항 배제에 대해선 “방향성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사교육 융성을 막을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교육 과정에 있는 내용도 꼬아서 내면 사교육으로 요령을 배운 학생이 잘 풀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고등학교 교사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 총장은 “교사들이 학생을 실력껏, 마음껏 가르칠 수 있어야 공교육이 정상화된다”며 “초중고교 교육의 (전체) 예산은 부족하지 않은데 그게 사람(교사)에게 투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총장은 스스로 임기 중 잘한 일로 혁신 교육 플랫폼 ‘런어스(LearnUs)’ 개발을 꼽았다. 서 총장은 “대학이 전면적 변화를 시행하기 쉬운 곳은 아닌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 상황이라서 가능했다”고 했다. 서 총장은 1979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2013∼2015년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자구안에 대해 ‘오너 일가의 자구 계획’,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방안’이라며 작심 비판했다. 전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의 질타에 이어 금융당국까지 가세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선 모습이다. 이 원장은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그는 “어떤 경우의 수가 와도 (대처할 수 있는) 시장 안정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주말(6∼7일)까지 새 자구안을 제출하라는 최후통첩까지 날렸다.● “태영, 자기 뼈 아닌 남의 뼈 깎는 노력” 이 원장은 4일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윤세영 TY홀딩스 창업회장 등 대주주 일가를 수차례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태영 측은 당초 산은에 태영건설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금액 중 일부를 제때 납입하지 않았다.이 원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이 아닌) 오너 일가의 더 급한 (빚을 갚는) 쪽으로 거의 소진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쓴 것도 회사 자금만 쓰고 대주주 일가가 가진 개인 명의 자금들은 따로 ‘파킹’(빼돌린 것)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들을 채권단에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압박이 이어지자 태영 측은 이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지원 중 잔액 259억 원을 3일 마저 납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416억 원과 별개로 자회사 채권 매입에도 30억 원을 투입했고, 윤세영 창업회장 역시 38억 원을 투입했다”며 현재까지의 사재 출연 내역도 공개했다.● 기존 자구안들도 실효성 떨어져 업계에서는 태영그룹이 자구안으로 마련한 자회사나 계열사 매각 지분이 태영 측 예상대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에코비트 지분 50%를 매각하려면 나머지 지분 50%를 가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급매’라는 게 변수다. 시장에서는 KKR이 자금난에 빠진 태영그룹에 자금 조달을 도왔던 걸 고려하면 에코비트 지분 매각도 동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체 가치는 2조∼3조 원으로 평가되는 에코비트가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태영이 급하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 골프장을 보유한 자회사 블루원도 마찬가지다. IB업계에 따르면 현재 블루원이 보유한 골프장 3개 중 경주와 상주에 있는 골프장 2곳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태영 측에서는 3000억 원을 예상하지만 시장에서는 2500억∼2700억 원 정도로 보고 있다. 더군다나 태영은 이 매각대금을 우선 태영건설이 아닌 TY홀딩스에 먼저 투입하기로 해 채권단의 빈축을 사고 있다. 채권단과 사업장 수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워크아웃 개시 자체가 쉽지 않고, 개시되더라도 이해관계가 각자 달라 사업장별로 협의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 관계자는 “사업장 수만 60곳이고 각각 이해관계나 사정이 다 다른데 워크아웃 절차를 다 따라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을 위해 자회사 블루원과 에코비트 매각 등을 통해 총 1조5000억∼1조6000억 원가량을 마련하는 자구안을 내놓았다. 윤세영 TY홀딩스 창업회장이 채권단 설명회에 직접 나왔지만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과 SBS 지분 매각 등 실질적 방안들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산업은행은 3일 서울 영등포구 본점에서 채권단 600여 곳을 대상으로 채권단 설명회를 개최했다.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 원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지분 50% 매각 △골프장 3곳 등을 보유한 블루원 지분 매각 혹은 담보 제공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내놓았다. 윤 창업회장은 “태영이 이대로 무너지면 협력업체와 수분양자를 고통으로 몰아넣고, 국가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까 두렵다”면서 “여러분이 믿고 도와주신다면 뼈를 깎는 노력으로 태영건설을 살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윤 회장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SBS 지분 매각 가능성을 묻는 채권단 질문이 2차례 나왔지만 태영 측은 “법적 제약 조건이 많다”고 밝혔다. 오너가 사재 출연에 대해서는 “추가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겠다”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채권단 반응은 냉랭하다. 강 회장은 이날 설명회 직후 “(태영 측이 제대로 된) 자구안을 제출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만 하는 걸로는 상식적으로 ‘채권단 75% 동의’(워크아웃 개시 기준)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에 11일 채권자 협의회에서 워크아웃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지난해 재계 순위 10위권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를 수사해 주목받았던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76% 증원됐다. 민생 침해 금융 범죄에 대한 수사 역량을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리스크를 사전에 감시하는 금융감독기관이 검찰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3일 정기 인사에서 특사경 정원을 기존 26명에서 46명으로 20명 증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수사1팀과 수사2팀 체제였던 특사경에 신속수사반과 디지털포렌식반이 신설된다. 금감원은 “디지털포렌식 등 수사 인프라와 역량을 강화하고 카카오와 핀플루언서 등 중요 불공정거래 사건을 신속하게 수사해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금감원은 중요 불공정거래 현안에 대한 수사를 지원하기 위해 검찰과 금융위원회 특별사법경찰에 총 11명의 수사 인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는 검찰이 진행하고 있는 불법 공매도 관련 수사를 지원하기 위한 인력 3명이 포함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25일 장기간 불법 공매도를 벌인 글로벌 투자은행(IB) BNP파리바와 HSBC에 대해 역대 최대 과징금 265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금감원은 “민생을 침해하고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한 불공정거래 사건이 발생하면 검찰 등에 특사경 인력을 추가 파견하는 등 현안 중심의 협력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최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직접 채무가 1조3000억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태영건설을 유동성 위기로 몰고 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채무는 9조1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태영건설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를 채권단에 보냈다. 통보서에 따르면 회사채와 담보대출 등을 망라한 태영건설의 직접 차입금은 1조3007억 원 규모로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80곳에서 조달했다. 규모가 작은 시행사가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에 대해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보증을 선 규모는 9조1819억 원으로 확인됐다. 태영건설은 전국 122곳의 부동산 사업장에서 보증을 섰는데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업무시설 조성사업 대출의 보증 규모가 1조5923억 원으로 가장 컸다. 산업은행은 태영건설에 대한 직접 채권자와 PF 사업장 대출 보증채권자 등을 모두 합친 400여 곳에 통보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보서를 받았더라도 실제 채권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야 채권단에 들어올 수 있다”며 “부동산 PF 사업이 거의 끝 무렵인 경우 등도 있기 때문에 실제 태영건설의 채권자 수나 부채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태영건설 관련 채권단 규모는 11일 협의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밝힌 태영건설의 금융권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4조5800억 원이다. 워크아웃이 진행되기 위해선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라 채권단 75%의 동의가 필요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일단 태영건설의 자구안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태영건설은 대주주의 사재 출연과 함께 환경종합기업 에코비트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발 위기’가 건설업계와 금융사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의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이 공동으로 출자해 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채안펀드의 최대 운용 규모를 현행 20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늘리는 한편 건설사가 발행하는 회사채 등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정부가 운용하고 있는 85조 원 규모의 시장안정대책은 100조 원 규모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일 태영건설과 관련된 시장의 자금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정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PF 사업장과 건설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건설업 종합지원 대책’을 4일 발표할 예정이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감당하지 못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협력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 대응에 나섰다. 태영건설 협력사에 대한 대출이 일부 부실화되더라도 중대 과실이 아니라면 금융사에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29일 금융감독원은 이세훈 수석부원장 주재로 주요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 등과 태영건설 협력업체 지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태영건설은 협력업체 581곳과 1096건, 총 5조8000억 원 규모의 하도급 계약을 맺고 있다. 태영건설의 협력업체가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대출도 총 7조 원 규모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이 자금을 회수하거나 추가 대출을 내주지 않아 자금줄이 마른 협력업체의 ‘줄도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후속 대책의 핵심은 금융회사가 태영건설 협력업체에 집행하는 금융 지원에 대해서는 부실이 나더라도 중대한 과실이 아니면 제재하지 않는 ‘면책 특례’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또 금융회사의 자체 채무조정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일부 협력업체에 대해 1년 동안 대출 상환을 유예하거나 금리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30%를 넘는 협력업체다. 또 협력업체의 신용등급을 평가해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B등급으로 분류되면 ‘신속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대출 만기 연장과 신규 자금 지원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협력업체라는 이유만으로 여신 한도 축소, 추가 담보 요구 등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없도록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경제 유관 기관 4곳(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수장들이 참석하는 ‘F4(Finance 4)’ 회의를 주재하고 충격 진화에 나섰다. 최 부총리는 “필요하면 현재 85조 원 규모의 시장안정 유동성 프로그램을 더 확대할 수 있다”며 “한은도 (추가로) 유동성 지원을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내년에 부동산 PF 위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한은은 이날 발표된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 보고서에서 “내년에 부동산 PF 관련 유동성과 신용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신세계건설과 HJ중공업 등 부채비율이 높은 건설사들이 적지 않은 만큼 건설업계 전반에 위기가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 전반의 자금 경색이 심화되며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연쇄 파급효과를 차단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신세계건설(467.9%) HJ중공업(835.06%) 두산건설(384.62%) 코오롱글로벌(313%) 등이 부채비율 30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에서는 부채비율이 300%를 넘는 경우 재무 현황이 ‘고위험’인 것으로 분류된다. 신세계건설의 경우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잔액, 책임준공 이행 시 채무를 떠안기로 한 금액 등 우발채무를 합한 금액은 2조4115억 원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은 내년 1분기(1∼3월) 4753억 원, 2분기 4753억 원 등 PF 우발채무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다만 건설업계는 이 기업들 대부분이 신세계, 코오롱 등 그룹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일시적 자금 경색에 빠질 위험은 낮은 것으로 본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현재 분양률이 80%를 넘는 현장이 대다수이고 미착공인 현장은 내년에 계획대로 착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역시 태영건설은 다른 건설사와 달리 자체 시행사업 비중이 높은 점이 리스크로 작용해 워크아웃 신청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태영건설은 부채비율이 258%이고, PF 보증 규모(3조7000억 원)도 많은 편이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면 2013년 쌍용건설에 이어 10년 만에 도급 순위 30위 안에 드는 ‘1군 건설사’가 워크아웃을 개시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현실화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건설업계의 연쇄 위기와 그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이날 오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에 돌입했다. 내년 1월 11일로 예정된 1차 협의회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가 결정된다.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받아들이면 내년 5월에 자구안이 확정된다. 10년 만에 재현된 중견 건설사의 워크아웃 신청에 금융 당국은 이날 긴급 진화에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철저한 자구 노력을 유도하고 채권단과의 원만한 합의와 설득이 이루어지고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와 협조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사재 출연과 계열사 매각 등을 포함한 자구안을 제출했다. 태영건설 지주사인 TY홀딩스 측은 “오너 일가의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60%에 대한 매각대금 1440억 원 중 출연 규모를 고민 중”이라면서도 SBS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조만간 워크아웃을 추가로 신청할 수 있는 건설사들이 거론되는 등 업계 전반으로 문제가 확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금융권의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4조5800억 원으로 금융권의 손실이 일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태영, 오너 일가 사재 출연 검토… “SBS 지분 매각은 없다” [태영發 건설업계 위기]금융당국-채권단 “자구노력” 압박태영, 골프장-계열사 지분매각 추진매각 작업 난항 땐 추가 조치 예상産銀, 내달 11일 채권단 회의 개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채권단의 자구책 마련 요구 압박이 거세다. 금융 당국이 대주주의 고강도 자구 노력을 전제한 만큼, 대주주의 사재 출연이나 SBS 지분 매각 등이 자구 노력의 수준을 가늠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태영건설 측은 SBS 지분 매각은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오너 일가의 사재(私財) 출연이나 골프장 등 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8일 건설업계와 IB업계 등에 따르면 태영건설과 지주사인 TY홀딩스 등은 레저 자회사인 블루원이 보유한 골프장과 환경종합기업 에코비트 지분 매각 혹은 지분 담보대출 등을 검토 중이다. 태영건설은 최근 ‘알짜’ 계열사로 꼽혔던 태영인더스트리를 2400억 원에 파는 등 모두 1조 원 이상을 팔면서 자구 노력을 했지만, 현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태영, 골프장-자회사 지분 등 매각 추진할 듯 금융당국은 이날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사주의 개인 지분 출연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고 태영에 추가 자구책을 압박했다. TY홀딩스는 물류 자회사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한 대금 2400억 원 중 윤세영 창업회장 일가에 돌아간 지분 60%의 매각대금(1440억 원) 중 일부를 내놓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다만 TY홀딩스의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 가능성은 일축했다. 방문신 SBS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회사 내부망에 담화문을 올려 “TY홀딩스가 소유한 SBS 주식의 매각 또는 담보 제공 가능성은 없다”고 밝혀 윤 회장은 SBS 지분을 ‘최후의 보루’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골프장 등 자산 매각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TY홀딩스는 2014년 태영건설로부터 분할 설립된 레저 회사 블루원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블루원은 현재 경기 용인·안성, 경북 상주·경주에서 골프장 및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골프장과 토지와 건물 등 자산 가치는 5464억 원이다. 알짜 계열사인 에코비트 지분을 매각하거나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에코비트는 현재 TY홀딩스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지분을 50%씩 가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6427억 원으로, 몸값은 2조∼3조 원까지 거론된다. TY홀딩스는 올해 1월 에코비트 보유 지분 50%를 담보로 KKR에서 4000억 원을 대출받아 태영건설에 자금을 수혈한 바 있다. 매각 작업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추가 자구책 압박이 계속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는 골프장이 홀당 100억 원을 넘었지만, 현재는 인기가 떨어져 예상보다 매각 가격이 낮을 수 있다”고 했다. 에코비트 역시 인수합병(M&A) 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데다, 자구책에 포함되면 협상력이 떨어져 몸값이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채권단 “자구책 보고 워크아웃 동의 결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현장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부터 시공사 교체, 재구조화, 사업장 매각 등이 추진된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총 60개 현장을 보유 중이다. 브리지론 사업장이 18개, 본PF 단계는 42개다. 미착공 현장 중 지방에 있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태영건설이 최근 2년간 수주했다 착공하지 못한 현장은 △대전 유천1구역 지역주택조합사업 건설 공사 △전북 전주 바이오그린에너지㈜ 연료전지발전소 건설 공사 등 10곳(공사비 2조9742억 원 규모)이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내년 1월 11일 1차 채권단 협의회를 열고 채권 행사 여부와 유예 기간 등을 논의한다. 이후 4월까지 실사를 통해 부동산 PF 사업장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해 5월 태영건설과 기업개선계획 약정을 체결한다. 다만 채권단 75%의 동의라는 워크아웃 개시 요건을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요 채권은행 관계자는 “태영건설 측의 자구안이 나오면 그에 따라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태영건설의 정상화를 위해선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은 물론 금융채권단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상장사 임원이나 주요 주주와 같은 내부자의 주식거래는 내년 7월부터 사전에 공시해야 한다. 내부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대량 주식 매각으로 사익을 취할 경우 주가가 하락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사 내부자의 경우 해당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일정 규모 이상 거래할 경우 매매 예정일 이전에 목적과 가격, 수량 등을 공시해야 한다. 이 같은 공시는 매매가 이뤄지기 최소 30일에서 최대 90일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이른바 ‘쪼개기 매매’를 막기 위해 사전 공시 대상 여부는 과거 6개월간 거래 수량 및 거래 금액을 합산해 판단한다. 거래 계획을 공시하지 않거나 허위로 공시하면 최대 20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개정안은 정부 법률 공포 절차를 거쳐 내년 7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1800조 원을 넘어선 가계 빚을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이 내년 2월부터 금융권 대출 상품에 ‘스트레스(Stress)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한다. 당장 내년 2월 26일 연 소득 5000만 원인 대출자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한도(30년 만기)가 최대 1500만 원 줄어든다. 27일 금융위원회는 내년부터 전 금융권의 변동금리와 혼합형, 주기형 대출에 대해 스트레스 DSR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대출자의 연소득에서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의 비율을 따져 대출 한도를 억제하는 기존 DSR 규제에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 금리(가산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추가로 낮추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과거 5년 동안 가장 높았던 수준의 가계대출 금리와 현 시점(매년 5월·11월 기준)의 금리 차를 기준으로 스트레스 금리를 산정하기로 했다. 다만 실수요자의 대출 한도 축소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년 2월엔 확정된 스트레스 금리의 25%만 더 하고, 하반기엔 50%, 2025년부터는 100% 적용할 계획이다. 대출 상품별로 보면 내년 2월 은행권 주담대에서 먼저 시행되고, 6월 중 은행권 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담대까지 순차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들이 향후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규제 수준 등을 넘는 과도한 채무 부담을 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스트레스 DSR 규제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향후 금리 인상 위험을 반영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해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것. 1800조 가계부채 잡으려 대출규제 강화… 연소득 1억때 대출한도 2025년 1억 감소 ‘스트레스 DSR’ 내년 2월 도입내년 상반기 주담대부터 우선 적용하반기엔 은행 신용대출로 확대 새롭게 도입되는 ‘스트레스(Stress)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따라 내년 2월 26일 이후 은행권에서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경우 현재보다 대출 한도(30년 만기 기준)가 2∼4% 줄어든다. 한도 축소 규모는 2025년엔 6∼16%까지 확대되고, 순차적으로 신용대출과 기타대출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진다. 금융당국은 현행보다 강력한 스트레스 DSR 규제로 가파른 가계부채 증가세에 제동을 걸겠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은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 빌리는 가계부채 관리 원칙이 더욱 뿌리 깊게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2월부터 단계적 규제 강화 27일 금융위원회가 밝힌 스트레스 DSR 규제는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과 폭을 확대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내년 2월 26일부터 1단계가 시행되며, 내년 하반기(7∼12월) 2단계, 2025년 이후 3단계가 적용된다. 각 단계별로 스트레스 금리 반영 폭은 25%, 50%, 100%로 점차 높아진다. 상품별로 보면 고금리 장기화에 직격타를 맞은 변동금리 대출에 대한 규제가 가장 강력하다. 변동금리 대출에는 과거 5년 이내에 가장 높았던 수준의 가계대출 금리와 현 시점(매년 5, 11월 기준) 금리를 비교해 결정되는 단계별 스트레스 금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반면 혼합형 대출은 전체 대출 만기 중 고정금리 기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낮은 수준(30년 만기 기준 20∼60%)의 스트레스 금리가 더해진다. 주기형 대출 역시 금리 변동 주기가 길수록 낮은 스트레스 금리(30년 만기 기준 10∼30%)를 받는다. 혼합형과 주기형처럼 금리가 일정 기간 고정돼 있는 상품은 변동금리형과 달리 차주가 부담하는 금리 변동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이날 당국이 설명한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할 경우 연 소득 1억 원인 대출자가 30년 만기 분할상환하는 주담대는 당장 내년 2월부터 대출 한도가 1000만∼3000만 원 감소한다. 해당 대출자의 현재 한도는 최대 6억6000만 원이지만 스트레스 DSR 규제가 적용되는 내년 2월 이후 변동형 대출을 받을 경우 최대 6억3000만 원으로 한도가 3000만 원 줄어든다. 혼합형과 주기형 대출도 한도가 각각 2000만 원과 1000만 원 축소된다. 3단계 규제가 적용되는 2025년에는 현 시점 대비 변동형과 혼합형, 주기형 대출 한도가 각각 1억 원, 7000만 원, 4000만 원 급감한다. 금융위는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혼합형·주기형 대출이나 순수 고정금리 대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신용대출은 전체 잔액 1억 원 이상만 우선 적용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 규제를 내년 하반기엔 은행권 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담대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2025년엔 은행권과 2금융권의 기타대출까지 규제가 적용된다. 다만 금융위는 가계부채 상승의 주된 원인인 주담대와 달리 급전 용도로도 쓰이는 신용대출의 경우는 규제 강도를 낮췄다. 신용대출의 경우 기존 대출과 신규 대출을 더한 전체 잔액이 1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스트레스 DSR을 우선 적용하고 향후 상황에 따라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또 기존 대출의 증액이 없는 재약정 등의 경우에는 내년에는 스트레스 금리 적용을 유예하고 2025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며 부동산과 건설업을 발원지로 한 금융권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규모가 작고, 지방에 있는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채권 비율이 1년 6개월 만에 5배 수준이 되며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보다 규모가 큰 5대 은행의 건설업 관련 연체액도 약 2년 새 3배 넘게 치솟았고, 연체율 역시 같은 기간 2배 수준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금융권의 부실이 더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소규모-지방 저축은행 PF 위기 고조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저축은행 업계 사각지대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점검 대상이 된 47개 저축은행은 자산 규모가 작아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을 가지고 있지 못한 곳이다. 47개 저축은행 중 43곳이 자산 규모 1조 원 미만이고, 그중 29곳은 5000억 원 미만 소형사다. 또 지방 소재 저축은행도 30곳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2021년 말 1.3%에 그쳤던 이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올해 6월 말엔 6.5%로 폭증했다. 고정이하여신이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채권을 말한다. 같은 기간 전체 부동산업에 대한 연체율도 3.2%에서 9.6%로 상승했다. 건설업에 대한 연체율 역시 이 기간 2.7%에서 7.0%로 올랐다. 전체 업종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같은 기간 3.4%에서 6.8%로 오른 것에 비해 건설 및 부동산 업종의 부실 비율 상승 폭이 더 큰 것이다. 한신평은 “부동산 경기 저하와 높은 지방 사업장 비중 등을 고려할 때 (47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관련 여신의 건전성 지표는 추가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새마을금고의 사례처럼 일부 저축은행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다른 저축은행으로까지 문제가 전파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올 7월 대출 채권 부실 위기로 일부 지점의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 조짐이 벌어지자 불안감이 확산돼 다른 지점까지 자금이 유출된 새마을금고의 사례가 저축은행업계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선 건설업 연체율 급상승 저축은행에 비해 자산 규모가 훨씬 큰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에선 건설업 관련 연체액과 연체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021년 말 330억 원에 그쳤던 이들 은행의 건설업 관련 연체액은 올해 11월 말 기준으로는 1051억 원으로 상승했다. 연체율 역시 같은 기간 0.21%에서 0.45%로 올랐다. 5대 시중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0%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과 견줘 올해 11월 말까지 26.2% 늘어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시중은행에선 특히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건설업종의 연체율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중 한 곳의 경우 9월 말 기준 13개 업종 가운데 건설업종의 연체율이 0.83%로 가장 높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며 책임준공 확약을 지키지 못해 시행사가 아니라 시공사인 건설사가 PF 빚을 짊어지고 있다”면서 “정부에서는 준공 기한을 늘려주는 등의 방안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금융당국이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금융감독원은 25일 “레버리지 ETF 등은 시장 움직임에 따라 가격·투자 손익이 큰 폭으로 변동할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에 투자하는 3배 레버리지 ETF가 순 매수액 기준 해외증권 중 1위(약 11억 달러)에 올랐다.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기준금리가 조만간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미국 장기채 및 레버리지 ETF 등의 고위험 상품 투자를 늘리고 있어서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값은 오른다. 그러나 금감원은 기준금리 동향의 섣부른 예측이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향후 기준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될 때도 예상보다 금리 변동이 천천히 이뤄지게 되면 투자금이 장기간 묶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최대 100만 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 대출 저신용자가 올해 13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생계비 대출금리가 최고 연 15.9%에 이르지만 고물가, 고금리로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가 몰린 데 따른 것이다. 25일 금융위원회 산하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올 3월 출시된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은 저신용자는 15일 기준 13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총 915억 원이 집행돼 평균 대출액은 58만 원이었다. 소액생계비 대출 대상은 신용평점 하위 20%(나이스평가정보 기준 744점·코리아크레딧뷰로 기준 700점 이하)로 연소득이 3500만 원 이하다. 전체 소액생계비 대출 15만7260건 가운데 50만 원 이상 대출은 2만8387건이었다. 이 상품은 처음 50만 원을 대출 받은 후 성실하게 상환할 경우 추가로 5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다. 소액생계비 대출 과정에서 신청자가 받는 복합상담은 16만2390건이 이뤄졌다. 복합상담은 자금 융통에만 그치지 않고 신청자의 경제적 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취업과 휴면예금 찾기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내년에도 올해와 유사한 규모로 소액생계비 대출을 차질 없이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그동안 파킹통장(수시입출금 통장)을 안 쓰고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자가 쏠쏠해 잔액을 매일 확인할 정도다.” 최근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에서 파킹통장과 같은 단기자금 운용 상품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하자 금융권이 종잣돈을 마련하려는 고객을 겨냥해 고금리 상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70∼3.90%로 집계됐다. 1년 만기 상품(3.70∼3.75%)보다 금리 상단이 높다.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6개월 만기 상품은 최고 금리가 연 3.90%로, 1년 만기 상품(3.75%)보다 0.15%포인트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과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도 만기가 짧은 상품의 금리가 각각 0.10%포인트, 0.05%포인트 더 높다. 통상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정기예금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고금리 파킹통장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광주은행은 이달 4일 1000만 원 이하 금액에 연 3.00%의 기본금리 및 내년 12월 4일까지 가입한 계좌의 1000만 원 이하 금액 구간에 연 0.50%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고 연 3.50%의 금리를 제공하는 ‘365 파킹통장’을 출시했다. 저축은행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OK저축은행은 이달 초 하루만 맡겨도 50만 원까지 연 7% 금리를 제공하는 ‘OK짠테크통장’을 내놨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지난달 파킹통장 상품인 ‘플러스자유예금’의 금리를 최고 연 4.10%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금융권이 단기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의 금리를 높이는 것은 주요국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빠르게 긴축을 종료한다는 전망이 제기된 영향이다. 이달 13일(현지 시간)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내년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바 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증시 랠리에 대비해 투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를 흡수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NH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의 6개월 이하 정기예금 잔액은 52조7738억 원으로, 10월 말(50조1449억 원)보다 2조6289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도 5787억 원 늘어났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워 대기성 자금의 성격을 지닌다. 소비자들의 단기자금 수요에 금융사들의 위험 분산 목적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당시 유치한 고금리 예·적금이 1년 만기 상품으로 재유치된다면 내년에도 4분기(10∼12월) 만기가 집중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며 “금융사 입장에서는 단기자금에 금리를 더 제공해서라도 만기를 분산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올해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서민들의 부담이 늘면서 상생금융에 대한 요구가 커진 가운데 금융권에선 신협이 진행해온 이른바 ‘어부바’ 사업 등 각종 사회공헌이 주목받고 있다. 신협은 2015년 전국 신협과 임직원의 기부금만으로 운영되는 한국 최초의 기부협동조합 신협사회공헌재단(신협재단)을 출범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1년부터는 사회공헌 저변 확대에 기여한 신협 및 임직원을 포상하는 ‘신협 사회공헌의 날’ 행사도 매년 열고 있다. 신협 측은 “오른손이 한 나눔을 왼손은 물론 오른발, 왼발까지 알고 동참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올해 ‘신협 사회공헌의 날’ 표창은 대구 소화신협 신협재단은 신협 사회공헌의 날을 통해 한 해 동안 전국 신협과 협력해 추진한 사회공헌 성과와 우수 사례에 시상하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는 대구 남구 대명동에 본점을 둔 ‘소화신용협동조합’이 다양한 나눔 활동을 지속해 중앙회장 표창을 받고, 모든 신협인에게 귀감이 될 우수 조합으로 소개됐다. 1983년 설립돼 올해로 만 40년을 이어온 소화신용협동조합은 ‘우리동네 어부바’ 사업과 연계해 지역 친화적인 사회공헌 활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지역 취약계층과 장애인을 돌보기 위한 △사랑의 밀키트 나눔 봉사 △요셉의 집 겨울 외투 전달식 △이동차량 전달식 등이 있다. 또 지역 전통시장 상인을 응원하는 차 나눔 행사와 북키즈 장학사업, 조합원 대상 세법, 의료 특강 등 다양한 연령과 계층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김근수 소화신협 이사장은 소화신협이 여름과 겨울철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에너지 취약계층을 돌보는 일을 하는 까닭에 대해 “우리나라의 뚜렷한 사계절은 누구에게는 계절의 변화를 즐기는 낭만을 가져다주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공헌 활동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우리 이웃들을 어부바하며 조금이나마 힘이 돼 줄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리다 보면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생각보다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신협 측은 “이 행사를 통해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은 있지만 방법을 모르거나 실행에 어려움이 있었던 조합과 임직원들도 전 신협인이 함께하면 할 수 있다는 결속력을 다지고 동기를 부여받아 신협 내 능동적인 나눔문화가 들불처럼 번져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9년간 누적 기부금 566억 돌파 신협재단이 설립된 2015년 이후 9년 동안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누적 기부금은 566억 원이 넘는다. 이 기부금으로 소외계층 지원 사업을 운영해 약 19만 명이 혜택을 받았다. 이 같은 문화 확산에는 ‘신협 아너스클럽’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신협 아너스클럽은 2016년부터 신협의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한 기부자를 대상으로 누적 기부금액별 등급순으로 법인 및 개인회원을 인증하는 곳이다. 지난해 말까지 전국 235개 신협이 신협 아너스클럽 법인 회원으로 동참했고, 기부 금액은 총 93억 원에 달한다. 개인회원은 23명으로 누적 기부금은 약 3억 원에 이른다. 신협 측은 “신협 아너스클럽은 고액 기부자에게 감사를 전하는 한편 조성된 기부금이 전국 신협 및 임직원의 참여로 마련된 점을 알리고 나눔을 위한 전 신협인의 협동의 상징으로 작용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식 신협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은 “신협이 지난 반세기 동안 서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신협을 구성하는 모두가 ‘어부바 가치’에 동참하고 협력했기 때문”이라며 “전파되는 나눔의 힘이 크다. 신협 안에서 나눔 문화가 더욱 크게 확산되고 나눔의 외연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코스콤이 증권사 원장관리 시스템의 표준화 모델인 ‘차세대 금융 프레임워크’ 개발에 나선다. 원장관리 시스템이란 증권사가 고객 계좌를 관리하고 매매 및 거래 내역 등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원장을 이관받아 직접 관리하거나 코스콤이 위탁관리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스콤은 현재 대부분 증권사가 사용하는 ‘C언어’ 프로그래밍과 달리 클라우드 환경에 최적화된 오픈소스 기반의 ‘자바’ 언어용 표준 금융 프레임워크를 출시해 증권사 차세대 시스템의 표준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원장관리 시스템의 핵심은 기존 각 기업 전산 서버에 직접 고객센터를 개발하고 구축하는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벗어나 오픈소스를 활용한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이동해 디지털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네이티브는 각종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앱)의 설계와 제작이 클라우드 환경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기술이다. 코스콤이 이러한 개발에 나선 것은 온프레미스 방식의 한계가 점점 드러나며 증권사의 고민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온프레미스를 통해 회사 내에서 데이터를 저장 및 관리하는 것이 외부 클라우드에 회사 관련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보다 보안이나 운영 측면에서 안정적이라는 생각에서 활용해왔다. 하지만 온프레미스는 일부 업무에 장애가 발생하면 모든 업무가 함께 영향을 받는 등 단점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코스콤은 현재 개발되고 있는 차세대 금융 프레임워크를 통해 클라우드 네이티브 방식을 도입하게 되면 기존 시스템에 비해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고, 상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정보통신(IT)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오픈소스의 혜택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향후 동일한 프레임워크 안에서 개발되는 업무 프로그램을 여러 증권사에서 공동 활용할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코스콤은 카카오페이증권 원장을 개발할 당시 증권업계 최초로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MSA)’ 구조를 도입한 경험과 40여 년의 원장 시스템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차세대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MSA는 여러 개의 작은 서비스로 구성돼 각 서비스가 독립적으로 개발되고 배포되는 구조다. 코스콤 관계자는 “국내외 IT 환경이 변혁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권 원장 시스템의 새로운 변화도 필요한 시점”이라며 “앞으로도 ‘IT 서비스를 선도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한다’는 코스콤의 미션을 실천할 수 있는 사업에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석 달 연속 상승하면서 11개월 만에 4%대로 올라섰다.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00%로 한 달 전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코픽스가 4%대에 진입한 건 지난해 12월(4.29%) 이후 처음이다. 코픽스는 예·적금, 은행채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 평균 금리다. 반영 폭은 은행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코픽스가 올라가면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도 따라서 오른다. 시중은행들은 16일부터 코픽스 인상분을 반영해 주담대 변동금리를 올릴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기준)는 4.72∼6.12%에서 4.75∼6.15%로 높아진다. 우리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역시 5.00∼6.20%에서 5.03∼6.23%로 오른다. 반면 잔액 기준 코픽스는 3.89%로 전월보다 0.01%포인트 하락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가 전월보다 내린 것은 30개월 만이다. 한편 20일부터 전국 농·축협에서 미분양 담보에 대한 신규 공동대출이 중단된다. 분양률 또는 임대율이 70% 이상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보험업계가 고금리 및 고물가로 가중되는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보험료를 소폭 내리고, 실손의료보험료의 인상 폭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보험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대출 받는 보험계약대출의 금리도 내릴 예정이다. 14일 금융당국과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는 이 같은 내용의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보험료 부담 경감과 대출이자(보험계약대출) 부담 완화, 소비자 편익 제고 등 3가지 의제, 총 7개 과제를 담았다. 금융당국은 “최근 서민경제가 어려운 만큼 상생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1분기(1∼3월) 내에 추진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해 우선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자동차 운전자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과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가 조정된다. 자동차보험료의 경우 2.5∼3%를 내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매년 10%를 웃돌았던 실손의료보험료의 인상 폭은 최소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만 1조5300억 원 등 매년 수조 원의 실손보험 적자가 발생해 보험료를 올려야 하지만 인상 폭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보험업계는 금융당국과 논의를 거쳐 보험료 조정 폭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보험업계는 또 군 입대 장병을 위해 ‘실손의료보험 중지·재개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군 입대 사실을 보험사에 알리면 보험료를 내지 않더라도 실손의료보험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입대하면 군 병원에서 무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도 기존의 낮은 보험료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군 생활 중에도 보험료를 계속 납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울러 보험계약대출은 부실과 금리 변동 위험이 낮고, 대부분 서민 생계를 목적으로 소액으로 받는다는 점을 감안해 금리를 내릴 계획이다. 손해보험업계의 경우 관련 대출의 최고 금리는 연 7%에 육박하고 있다. 또 실직과 폐업, 중대 질병 발병 등의 어려움을 겪는 계약자를 위해서는 대출이자 납부를 유예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보험업계는 또 기존에는 사고가 잦아 가입이 거절된 대리운전기사들도 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대리운전자 보험에 사고 횟수별 할인·할증제도를 도입한다. 지금까지는 사고 횟수에 따른 보험료 조정 체계가 없어 가입 거절 사례가 많았는데, 앞으로 보험료 할증이 가능해지면 보험사들이 대리운전자 보험도 인수할 여지가 생긴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원금 보장이 된다고 해서 이사 갈 때 쓰려고 넣은 돈인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1억5000만 원을 투자한 안모 씨(46)는 분통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했다. 해당 상품은 다음 달 9일 만기 예정으로 H지수가 현 수준을 유지하면 원금의 절반가량을 날릴 수 있다. 그는 “목돈 쓸 일이 있다고 분명히 의사 표시를 했는데, 은행에서 ‘중국이 망하지 않는 한 별일 없을 것’이라며 투자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상당수 H지수 ELS 만기가 다음 달 도래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당장 내년 1분기(1∼3월)에 만기를 맞는 상품 규모만 4조 원에 육박한다. 투자자들이 15일 대책을 촉구하는 첫 집회를 열기로 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현장 검사를 조기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를 맞는 은행권 판매 H지수 ELS는 총 13조40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당장 내년 1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만 3조8000억 원이다. 금감원은 “내년 1월부터 만기 도래액이 점차 늘어 4월에 정점을 찍은 뒤 이후에는 점차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의 H지수 ELS 투자비율이 약 40%에 육박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판매된 ELS(홍콩H지수 편입 상품에 한정) 금액(14조5383억 원)의 36.6%를 60대 이상 고령층이 차지했다. 이어 50대 31.2%, 40대 17.6%, 30대 5.5%, 20대 2.7%, 20대 미만 0.6% 순이었다. ELS의 만기가 통상 3년임을 감안하면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ELS 판매액의 약 40%를 60대 이상 고령층이 투자한 것이다. 5대 시중은행이 홍콩H지수 ELS 판매로 2021년에 벌어들인 판매 보수 및 수수료는 1153억 원에 달한다. 투자자들 중에는 90대 노인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오기형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으로 5대 시중은행이 90대 이상 고객에게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잔액은 90억8000만 원이었다. 투자자들이 모인 ‘홍콩 지수 ELS 피해자 모임’은 15일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앞에서 첫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내년 1분기에 실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내년에 손실이 난 사례를 바탕으로 불완전 판매 여부를 검사하고, 이를 토대로 금융사들이 참고할 보상 기준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감원은 은행권의 H지수 ELS 판매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또 상황에 따라 현장검사를 조기에 착수하기로 했다. 단순히 판매 실태를 파악하는 조사와 달리 검사는 징계 등을 목적으로 귀책 사유를 따지는 강도 높은 조치다. 금융당국이 현재 참고하고 있는 2019년 원유 파생결합증권(DLF) 사태 당시 금감원은 그해 8월 검사에 착수한 후 대표 사례에 대한 보상 비율을 결정하기까지 약 4개월이 걸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에 신속히 조사에 착수한 건 앞서 DLS 사태 당시 보상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걸 감안해 검사 기간을 단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앞으로 은행지주와 은행의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가 현직 CEO의 임기가 끝나기 최소 석 달 전에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직 CEO가 ‘셀프 연임’을 하거나 측근 인사를 앉히는 문제를 막기 위해 외부 인사의 CEO 선임을 용이하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2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모범관행은 사외이사 지원조직 및 체계(6개),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10개),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 확보(9개),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체계(5개) 등 총 30개 방안이 담겼다. 금감원은 차기 CEO를 선임할 때 현직 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하는 방안을 각 은행지주와 은행이 명문화하도록 했다. 현재는 차기 CEO 최종면접 대상 후보군(쇼트리스트) 선정 후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를 결정하기까지 불과 1주일 정도만 소요돼 검토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은 내부보다 외부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CEO 선임 과정도 바꾸기로 했다. 은행지주와 은행이 외부 후보를 포함한 ‘상시 후보군’을 만들어 평소 이사회 참석과 발언 기회를 보장하고,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은 이가 승계절차 시작 이후 CEO 후보가 되면 추천자와 이유를 공시하도록 했다. 또 내부 후보에게 부회장직 등을 부여해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 경쟁력 있는 외부 후보에게도 비상근 직위를 줘 경쟁구도를 만들 방침이다. CEO를 견제하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도 마련된다. 사외이사 지원조직을 CEO가 관리하는 게 아니라 이사회 산하의 독립조직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같은 해에 끝나 CEO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이사진으로 한꺼번에 교체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앨 수 있도록 이사들의 임기를 조정한다. 금감원은 이 같은 방안을 향후 은행지주 등에 대한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할 예정으로, 내년 각 회사 주주총회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