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울산과기대, 신입생 적게 뽑는 이유

  • 입력 2008년 3월 27일 05시 46분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연리 ‘가막못’ 일대. 한적한 시골마을로 간혹 낚시꾼들만 찾던 이곳은 지금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국립대학법인 울산과학기술대학교(울산과기대·UNIST) 건립공사장을 드나드는 수십 대의 덤프트럭과 중장비로 활기가 넘친다.

이 대학은 입학 정원을 1000명(학부생)으로 승인받았지만 개교 첫해에는 절반 이하만 모집할 계획이다. 일부 울산시민은 “타지 대학 진학에 따른 학부모들의 학비 부담을 덜기 위해 울산과기대를 유치했는데 굳이 절반만 모집할 이유가 있느냐”고 지적한다.

그러나 기숙사와 강의동 등 캠퍼스 형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재정도 열악한 상태에서 울산과기대가 문을 열기 때문에 여느 지방대처럼 정원 미달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원 채우기에 급급할 경우 ‘또 하나의 고만고만한 지방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조무제 울산과기대 총장은 “명문대로의 도약 여부는 개교 첫해 우수 학생을 얼마나 많이 유치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전국 상위 5% 이내의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해 정원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선발 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주고, 교수에게는 국내 국립대 가운데서 최고 대우를 하겠다는 게 이 대학의 방침이다.

“포스텍(포항공대), KAIST와 함께 또 하나의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되도록 육성하겠다”는 조 총장의 야심에 걸맞은 국내 최고 수준의 명문대가 울산에 생긴다면 ‘교육 불모지’로 불리던 울산의 품격도 올라가고 시민의 자긍심도 높아지지 않을까.

‘명품’ 울산과기대를 만들려는 조 총장의 의지에 울산시민들이 힘을 실어줘야 하는 이유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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