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택시 ‘불안한 질주’… 기사 55%가 경력 3년 미만

  • 입력 2005년 2월 17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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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발’인 택시가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

택시의 교통사고율이 최근 2∼3년 동안 급증해 안전이 위험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 등록된 법인택시(회사택시)의 경우 절반 이상이 교통사고를 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력 3년 이내가 55.1%=전국택시공제조합에 따르면 법인택시 사고율이 2002년 32.2%에서 2003년 36.3%, 2004년 40.9%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등록된 법인 및 개인택시는 합쳐 23만9000여 대이다.

운전사들이 피해사고는 좀처럼 조합에 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는 거의 대부분 가해사고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지역은 수도권. 지난해 사고율이 전국 평균(40.9%)을 웃도는 5개 지역 가운데 인천(58.4%)과 서울(52.8%), 경기(45.1%)가 각각 1, 2, 4위를 기록했다.

수도권 지역 법인택시 3만7889대 가운데 약 2대 중 1대꼴(51.6%)로 교통사고를 낸 셈이다.

이는 무엇보다 ‘초보 운전사’들이 많기 때문. 지난해 등록된 법인택시 운전사 13만503명 가운데 3년 미만의 경력자가 7만1880명으로 55.1%에 이른다.

서울시 운수물류과 신종우(辛宗佑) 택시팀장은 “과거 10% 내외였던 택시운전사 이직률이 박봉과 격무 때문에 최근 2∼3년간 30% 수준으로 뛰는 바람에 지리에 어둡거나 운전이 미숙한 초보 운전사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하루 15시간씩 운전”=전문가들은 사고율 증가의 원인으로 초보운전사 급증 외에도 ‘경기불황으로 인한 운전시간의 증가’를 꼽는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기사당 1일 운행시간은 1988년 평균 9시간1분에서 1999년 10시간26분, 2003년 11시간45분으로 계속 늘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승객이 줄자 법인, 개인 할 것 없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운행시간을 늘렸기 때문이다.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 보상지도부 정은태 대리(36)는 “심지어 하루 15시간씩 근무하는 경우도 있어 운전사들의 피로도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민주택시노조연맹 김성한(金聖翰) 정책국장은 “회사가 수입하락의 부담을 사납금 인상 및 운행시간 연장 등으로 기사들에게 짐을 지운 데다, 신용불량자 등 무자격자들을 무차별적으로 고용한 것이 사고 증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운수정책과 관계자는 “불법 영업행위 단속을 강화하고 교육시간을 늘리는 등의 내용으로 관계 법령의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3년차 택시기사의 하소연▼

“요즘엔 차라리 교통사고라도 나서 보험금 받고 병원에 누워 있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3년째 법인택시를 몰고 있는 원모 씨(38)는 스스로 생각해도 요즘 운전이 너무 험해졌다.

며칠 전 반대쪽 길에 서 있던 손님을 태우기 위해 불법 U턴을 하다 화물차와 부딪힐 뻔하는 아찔한 순간도 겪었다. 원 씨는 “매일 사납금 9만5000원을 채우려면 과속이나 신호위반은 어쩔 수 없다”며 “‘돈 많은 자동차 운전자가 사고라도 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4년째 법인택시를 모는 김모 씨(48·서울)는 “한 달에 120만 원 정도 받는데 이 정도면 꽤 잘 버는 축에 속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비스도 엉망이 돼 버렸다. 피곤에 절어 손님들에게 불친절하게 대하게 되고,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손님을 가려 태우기 위해 승차 거부를 하기 일쑤다. 민주택시노조연맹 관계자는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해 안정적인 월급을 보장해 주는 것이 사고를 줄이고 서비스를 향상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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