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실종 딸 대신 어머니 참석 ‘영정 입학식’

  • 입력 2003년 3월 3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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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방화참사로 실종된 서울대 입학예정자 이현진양의 어머니 이숙자씨가 3일 오전 서울대 체육관에서 열린 2003학년도 신입생 입학식에 딸 대신 사진을 들고 참석했다.-박주일기자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로 실종된 서울대 입학예정자 이현진양의 어머니 이숙자씨가 3일 오전 서울대 체육관에서 열린 2003학년도 신입생 입학식에 딸 대신 사진을 들고 참석했다.-박주일기자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로 실종된 서울대 입학 예정자의 어머니가 딸의 사진을 들고 입학식에 참석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지난달 18일 대구지하철 사고 과정에서 실종된 이현진양(19)의 어머니 이숙자씨(45)는 3일 서울대 체육관에서 열린 2003학년도 신입생 입학식에 사회과학대에 입학 예정이었던 딸 대신 참석했다.

이씨는 체육관 2층에 마련된 학부모석 가장 앞줄에 앉아 딸의 사진을 들고 입학식을 지켜봤다. 입학식장은 자녀들을 자랑스럽게 지켜보는 학부모들과 대학생활을 앞둔 신입생들의 설렘으로 온통 들뜬 분위기였다.

딸 사진을 꼭 잡고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씨는 신입생과 학부모 1만여명이 입학식 마지막 순서로 교가 제창과 함께 일제히 함성을 지르자 북받치는 설움을 견디지 못한 듯 자리를 떠났다.

“딸 입학식만이라도 참석하고 싶었다”는 짧은 말을 남기고 친지의 부축을 받고 체육관을 빠져나가며 이씨는 눈물을 흘렸다.

대구에 남아 희생자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아버지 이달식씨(47·대구시청 공무원)는 “다른 유가족들에게 누를 끼칠까봐 집사람만 입학식에 참석하게 했다”며 “다음에 명예졸업장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운찬(鄭雲燦) 총장은 입학식 직전 총장실에서 이양 가족을 위로했고, 오후에 열릴 예정이었던 신입생 환영행사를 대구지하철 참사를 추도하기 위해 취소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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