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협특집]“이∼ 얼∼ 싼∼” 중국어 열풍

  • 입력 2002년 5월 27일 17시 56분


중국 바람이 불면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학원도 만원을 이루고 있다.
중국 바람이 불면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학원도 만원을 이루고 있다.
중국에 한류(韓流)가 있다면 한국에는 한류(漢流)가 있다.

최근 한국사회에는 중국 열풍이 그야말로 한창이다. 중국 청소년들이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한류(韓流)에 비해 최근 한국에서의 중국 열풍을 의미하는 한류(漢流) 열기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

‘상대방 문화와 언어를 더 잘 알자’는 취지에서 두 현상의 겉모습은 비슷하다. 그러나 근원을 따져보면 두 한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중국에서 유행하는 한국 열풍의 근본은 한국의 대중문화다. 중국 청소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가수의 노래를 이해하고 드라마를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해 한국말을 배운다.

반면 한국에서 유행하는 중국 열풍의 뿌리는 중국의 경제다. 올림픽 유치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을 계기로 중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급속히 다가서면서 많은 한국인이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

▽뜨거운 중국 열기〓홍콩의 시사 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은 3월 ‘중국 열기가 서울을 태운다’는 제목으로 한국에서의 중국 열풍을 커버 스토리로 다뤘다.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경쟁률이 40 대 1을 육박했고, 중국어가 일본어를 제치고 주요 제2외국어로 부상했으며, 직장인을 위한 중국어 학원이 성황을 이루는 사실 등이 이 기사에 언급됐다.

이 같은 지적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서울과 부산에서 열렸던 중국 유학 박람회에는 2000년(약 1500명 참가)에 비해 두 배가 넘는 4000여명이 참가했다. 중국으로 유학을 간 한국 유학생이 이미 3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1월 집계된 중국행 출국자는 13만353명으로 지난해(6만8238명)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여기에 중국의 월드컵 본선진출이 확정되면서 중국 열풍은 더 확산됐다. 몇몇 일간 신문에서는 ‘월드컵 중국어 배우기’를 연재하며 중국어 학습 열기를 고조시켰고 서울 강남과 종로 등 대표적인 학원가에는 10여 곳의 중국어 학원이 새로 문을 열었다.

전문 일본어 학원조차 몇 곳 없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중국어 전문학원이 최근 1년 사이에 10곳을 넘어선 것은 중국 열기가 그만큼 뜨겁다는 증거.

▽중국 열기의 중심은 직장인〓중국 열풍의 근본은 중국 경제의 개방 확대다. 따라서 당장 중국 전문가가 필요해진 여러 기업이 적극적으로 직원들에게 중국어 공부를 장려 중이다.

30대 화이트칼라 직장인들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게 열린 ‘중국 전문가’라는 시장에 큰 매력을 느끼는 상황.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서울 종로와 강남의 중국어학원에는 수강생의 70%가량이 30대 직장인이다.

각 기업도 앞다퉈 ‘중국 전문가’를 우대하겠다고 나섰다. 2005년까지 중국 전문가 500명을 키우겠다고 공언한 삼성SDI는 사내 TV방송을 통해 하루 네 차례 중국어 회화를 방송하고 있고 외부강사를 초빙해 중국어를 배우는 학급도 2개를 운영한다.

LG그룹에서는 지난해 사내 300여 개 동아리 가운데 LG전자의 ‘차이나 COP(Community of Practice)’가 베스트 동아리로 선정됐다. 이 동아리는 중국을 제대로 알자는 취지에서 결성된 모임으로 현재 회원이 300여명에 이른다. LG전자는 또 올해 초 평택연수원에 회사 차원에서 ‘중국의 이해’라는 강좌를 새로 개설했다.

지난달부터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중국어 수강을 시작한 직장인 김승모씨(32)는 “젊은 직장인 사이에는 ‘일본어는 경쟁력이 없으며 앞으로 중국어가 영어 못지않은 최고의 경쟁 무기가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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