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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4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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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북측의 경직된 태도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밤샘 협상 끝에 마지막 날 상봉행사는 이뤄졌다고 하지만, 북측 지도자를 빗댄 한마디가 과연 수백명 이산가족의 염원을 저버릴 만큼 중대한 사안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이 이렇듯 시대착오적인 자세를 바꾸지 않는 사이에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소원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있다. 북한 당국은 훗날 이들의 원망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는가.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남측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본다. 방북자에 대한 교육을 주관하는 통일부의 관계자가 부주의한 발언으로 북측을 자극한 것부터가 상식 밖이다. 더욱이 금강산 현장에는 남측 관계자가 80여명이나 있었음에도 몇 시간 동안 이산가족에게 해명이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무심한 정부가 또 있을까 생각될 정도다.
남북간 화해협력이 충분히 성숙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러나 이는 이산가족의 한(恨) 맺힌 가슴에 또 한번 못을 박는 행위라는 것을 남북 당국은 알아야 한다.
북측은 향후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갖가지 정치적 이유로 제동을 거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남측 역시 당국간의 불필요한 오해 때문에 가족상봉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남북의 이산가족이 한 명이라도 더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은 남북 당국에 주어진 역사적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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