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한류→벤처…자산순위로 본 대기업의 흥망성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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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에도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4월 발표하는 대기업 집단 지정현황을 살펴보면 기업들이 쫓는 신성장동력의 흐름이 명확하게 나타난다.

공정위의 대기업 집단 기준은 2009년부터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에서 5조 원 이상으로 상향조정됐다. 본보가 2009년 이후 대기업 진단에 새로 포함된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에너지→한류→벤처’로 업종변화가 두드러졌다.

공정위는 2009년에는 총 9개 기업집단이 신규 지정됐는데 이 중 OCI, 에쓰오일, 웅진 등 3곳이 에너지 관련 기업이었다. 특히 2009년은 태양광 산업의 황금기였다. 특히 OCI는 태양광 산업을 발판으로 지난해 말 자산 순위 31위(11조6000억 원)로 성장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략적으로 에너지·자원 자주개발률을 높이는 정책을 편 것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기간동안 에너지 관련 투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09~2011년 OCI, 에쓰오일, 웅진, 현대오일뱅크, 대성 등 에너지 기업들이 대거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됐다.

한류(韓流) 열풍이 본격화한 2011년부터는 한류를 플랫폼으로 활용한 제조기업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이른바 ‘K-뷰티’가 세계시장에서 통한 것이다. 패션기업 이랜드의 중국 매출은 2000년 90억 원이었지만 2012년 2조 원을 돌파했다. 코치넬리, 만다리나덕 등 해외 명품 브랜드와 해외 리조트를 인수한 이랜드는 2012년 신규 대기업으로 지정됐다. 한국 화장품도 2010~2014년 연평균 10.5%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도 한류를 타고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하며 2013년 대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경기 침체와 저성장이 지속되는 와중에 틈새시장에 진출해 대기업으로 발돋움한 기업도 있었다. 부영은 임대주택 사업으로 현금 자산을 확보해 부동산 침체기를 피했고 2010년 대기업으로 지정됐다. 광교와 세종 등 뜨는 신도시를 공략한 중흥건설은 최근 5년 새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제 신성장동력은 ‘벤처’로 넘어갔다. 올해 대기업으로 지정된 카카오는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금융,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카카오는 2014년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해 몸집을 불렸고 지난해 말 음원 사이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을 인수해 자산 규모에서 네이버를 넘어섰다.

구조적인 고령화 문제로 바이오헬스케어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셀트리온은 가장 먼저 성공을 거둔 벤처기업이다. 박희재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장은 “지금껏 성장을 주도했던 주력산업이 아닌 신산업에서 대기업이 나왔다는 것이 고무적”이라며 “정부가 이런 벤처기업이 보다 성장할 수 있도록 기존 규제와 장벽을 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도 “인터넷 플랫폼과 바이오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라며 “지금 타이밍을 놓치면 중국의 알리바바와 같이 신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을 키워낼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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