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박민우 동아일보 경제부 박민우 기자 공유하기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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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韓증시 선진지수 편입 위해 공매도 재개 중요”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공매도를 전면 재개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손 이사장은 17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공매도 규제 완화는 한국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이 문제는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어서 정부가 국민을 설득할 논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싼값에 되사서 갚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국내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면 주가 하락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자 2020년 3월부터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이듬해 5월부터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를 구성하는 일부 350개 종목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규제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 꼽아왔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공매도를 금지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손 이사장은 “공매도도 적절한 투자 방법 중 하나”라며 “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을 듣는 것이 지겹다. 지금이 오랫동안 미뤄둔 숙제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공매도 전면 허용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불법 공매도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금융당국과 검찰 등 관계기관이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외신간담회에서 “공매도 전면 재개는 장기적으로 보면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의 일부”라면서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공매도의 완전한 재개 여부는 정부에 결정 권한이 있지만 손 이사장은 한국 유일의 증권거래소 수장이라는 점에서 발언에 무게가 실린다고 평가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2023-03-17 18:21
국민연금 위탁 수수료 ‘눈덩이’…2021년 2조 넘어국민연금공단이 국내외 민간 자산운용사에 기금을 대신 굴려달라고 맡기면서 주는 수수료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 운용 수수료는 국민이 낸 연금보험료에서 나오는 데 수수료가 커지면 기금수익률과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17일 국민연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위탁 운용에 따라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2021년 2조3424억 원으로 2020년(1조3749억 원)보다 70.4% 급증했다. 국민연금의 위탁 운용 수수료는 2014년 6198억 원에서 2016년 8142억 원, 2018년 9652억 원 등으로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해마다 기금 규모가 커지고 외부 운용사에 맡기는 위탁자금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지급 수수료 추이단위: 원구분수수료2014년6198억2016년8142억2018년9652억2020년1조3749억2021년2조3424억 국민연금의 지난해 위탁 운용 수수료는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아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역대 최악의 수익률(―8.22%)로 약 80조 원의 평가 손실을 냈지만 2021년과 비슷한 규모의 위탁 운용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수료는 위탁계약에 따라 고정비용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전체 기금을 거의 반반씩 나눠서 절반가량은 직접 운용하고, 절반 정도는 위탁 운용한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자산군별 전체 운용현황을 보면 전체 자산 888조9901억 원 가운데 47.9%인 425조6898억 원을 민간 운용사에 맡겨서 운용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미국 실리콘밸리(SVB)금융그룹 주식 1218억 원어치 가운데 위탁 투자분은 약 923억 원 규모였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2023-03-17 14:46
CS 위기에 글로벌 증시 휘청… 70조원 긴급 수혈미 지역 은행에 이어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 파산 우려가 겹쳐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스위스 당국의 70조 원 상당의 CS 유동성 지원 방침에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이 은행의 덩치가 워낙 커서 ‘제2의 리먼 사태’ 위기감마저 감지된다. 15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전날 진정세로 돌아섰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CS발 위기감에 21.4% 폭락하는 등 지역 은행과 JP모건체이스 등 대형 은행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CS 최대주주인 사우디국영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 불가를 밝힌 뒤 불안이 증폭된 데 따른 것이다. 결국 스위스국립은행(SNB)이 유동성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시장은 일단 진정됐다. 1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08% 하락한 2,377.91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향후 CS 정상화까지 불안 조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유보할 것이란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다음 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 경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에 16일 뉴욕 증시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개장 직후 35% 이상 폭락하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국민연금 보유 CS 주식 3000억 추정… 해외투자 리스크 증폭 또 불거진 CS 파산 위기 최대주주 사우디銀 “지원 불가”에SVB 파산 공포 투자자 주식 투매유동성 지원에 우선 급한불만 꺼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앞으로 더 많은 고통이 닥칠 것이다.” 15일(현지 시간) 밥 미셸 JP모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은 이제 어제의 싸움이다. 지금부터는 금융 안전성과의 싸움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에 이어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며 글로벌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 우려가 커졌다. 1856년 설립된 CS는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5800억 달러(약 761조 원)로, 지난주 파산한 SVB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CS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만들어진 국제 은행 규칙에 따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으로 분류될 만큼 영향력이 큰 IB다. 한국도 국민연금의 CS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최대 4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등 CS가 파산한다면 적잖은 여파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동성 지원’에 진정세…정상화까지 먼 길지난해 하반기 제기된 CS 파산 우려는 한동안 잠잠하다 최근 SVB 폐쇄 후폭풍으로 다시 불거졌다. 14일 연례 보고서가 지난해 회계 내부 통제에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으며 고객 자금이 계속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하자 고객 불안은 더 커졌다. 15일 지분 9.9%를 보유한 최대 주주 사우디국립은행이 “보유 지분 10% 미만 제한으로 추가 지분 구입(자금 지원)이 힘들다”고 밝히자 투자자들은 CS 주식을 투매했고 주가는 장중 30.8%까지 폭락했다. SVB 파산 후폭풍에 휘청이다 겨우 진정세를 보이던 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비롯한 은행주는 다시 폭락세로 돌아섰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최근 5일간 36.2% 급등했다. 15일 스위스중앙은행이 “(CS에)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긴급 발표하고 나서야 날뛰던 금융시장은 진정될 기미를 보였다. 16일 코스피는 장 초반 CS 악재에 낙폭을 키우며 1%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스위스국립은행(SNB)의 대규모 유동성 지원 소식에 안정을 되찾으며 전날보다 0.8% 내린 2,377.91로 거래를 마쳤다. 마찬가지로 장중 1.7% 넘게 급락했던 코스닥지수도 혼조세를 보인 끝에 0.10% 오른 781.8로 마감했다. 금융 불안이 커지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3원 오른 1313.0원에 마감했다. SNB가 유동성을 지원하더라도 CS 증자에 참여할 기업을 찾기 어려워서 CS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S와 거래 관계가 깊은 미국 정부도 이날 재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CS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 CS 파산 공포, 국민연금도 물렸다국민연금이 보유한 CS 주식 규모가 3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돼 우려를 낳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자산 대비 CS 주식 비중은 0.11%로, 약 2755억 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민연금이 2018년 이후 보유한 CS 주식 비중은 해외주식 자산 대비 0.11∼0.13% 수준이기 때문에 이 같은 비중을 지난해 말에도 유지했다고 가정하면 국민연금의 CS 주식 위험노출액(익스포저)는 2650억∼3130억 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2021년 말 기준 CS 회사채도 1253억 원 보유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SVB 주식을 1218억 원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직접투자분이 295억 원, 위탁투자분이 923억 원이다. 파산한 SVB에 이어 CS에서까지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리스크가 커진 셈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2023-03-17 03:00
“인공지능 기반 리서치 서비스… 주요 ETF 분석해드려요”한국투자증권이 인공지능(AI) 기반 리서치 서비스 ‘AIR(AI Research)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다. AIR ETF는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한 AI를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ETF를 분석하고 보고서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분석 대상 종목 수는 현재 124개로 지속 확대된다. 보고서에는 ETF에 관한 설명은 물론 최근 수익률과 펀더멘털(기초체력), 피어그룹(비교대상) 분석 등 알아보기 쉽게 시각화한 다양한 데이터를 담았다. 또 텍스트 마이닝 기법과 키워드 분석 등 자체적인 분석 모델을 활용해 주요 이슈와 연관된 ETF를 자동으로 찾아 제시해 주는 것도 특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7월 국내 주식을 대상으로 AIR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AIR는 매일 쏟아지는 3만여 건의 뉴스 콘텐츠를 계량분석하고 선별한 뉴스를 투자자에게 알아보기 쉬운 리포트 형식으로 제공해 화제가 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분석 범위를 미국 주식까지 넓혔고 올해 2월에는 미국 ETF까지 확장했다. AIR는 출시 후 올해 2월까지 국내 주식 7613개, 미국 주식 5626개 종목 코멘트를 내놨다. 중복을 제외한 국내 기업만 따져도 1689개 종목이다. 전체 국내 증시 상장기업의 72%를 다룬 셈이다. 특히 투자정보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중소형 주식을 폭넓게 커버했다. AIR가 지난해 다룬 1173개 국내 주식 가운데 85.1%는 시가총액 1조 원 미만 기업이다. 국내 증권사가 한 번도 리포트를 발간하지 않은 기업은 523개로 발간 종목의 44.6%에 달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R는 중소형주 발굴 측면은 물론 광범위한 글로벌 시장의 주제나 이슈 또한 빠르게 제시해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AI 기술을 활용해 리서치 역량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가상인간을 활용한 리서치 보고서 콘텐츠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쇼미더 리포트’라 이름 붙인 이 서비스는 가상인간 ‘한지아’가 시의성 있는 리서치 보고서를 선별해 3∼4분 길이의 영상으로 짧게 요약 설명해준다. 읽거나 듣는 보고서 형태를 벗어나 모바일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숏폼 콘텐츠 방식을 채용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보다 쉽게 시장 전망과 투자 의견을 전달하려는 목적이다. 한지아는 AI 서비스 전문 기업 이스트소프트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가상 캐릭터로 올해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얼굴을 학습해 외모를 구성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2023-03-17 03:00
비상장 주식 거래자 수 매월 11%씩 증가올해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는 ‘디깅 모멘텀’(Digging Momentum)이다. 채광, 채굴을 뜻하는 디깅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본인이 좋아하고 선호하는 분야에 깊게 파고드는 현상을 말한다. 디깅 모멘텀은 소비를 넘어 투자에도 적용돼 비상장 주식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제품과 서비스, 관심 분야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데다 미래 가치가 뛰어난 기업의 주식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어 비상장 주식시장의 디깅러(디깅을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거래하는 투자자 수는 지난해 7월 이후 매월 약 11%씩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인당 평균 거래대금도 꾸준히 올라 지난해 7월 1만8494원에서 그해 11월 2만8995원으로 57% 증가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일반투자자 대상 거래 가능 종목은 총 56개로 민간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중 가장 많은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누적 거래대금은 1조1000억 원에 달한다. 기존 비상장 주식시장은 공시 의무 없이 허위 정보들이 산재돼 있어 정확한 기업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현재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등록된 기업들은 감사보고서 등 정기공시와 주요 경영사항을 파악할 수 있는 수시공시, 풍문이나 보도의 사실 여부와 중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조회공시 의무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국내 대형 증권사인 삼성증권과 제휴를 통해 비상장 기업 분석 리포트 서비스도 제공한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차별화된 편의 기능으로 복잡한 절차 없이 관심 있는 유망 기업에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다. 모바일 기반의 간편하고 직관적인 종목 탐색 환경이 구현돼 있어 트렌드 탐색에서 거래 체결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인기 종목들이 홈 화면 최상단에 배치돼 트렌드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구매하기’ 버튼이 함께 연동돼 초보 투자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테마별 탐색’ 기능을 통해 디깅러들이 선호하는 분야의 유망 기업들을 체크할 수 있고, 공모주 일정 탭에서 단계에 따른 상장 일정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2023-03-17 03:00
고금리에 시중 통화량 9년5개월만에 감소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올해 1월 시중 통화량이 9년 5개월 만에 감소했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통화량(M2·광의통화)은 3803조4000억 원으로 한 달 새 6조7000억 원(―0.2%) 줄었다. 통화량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13년 8월(―0.1%) 이후 처음이다. 증감률도 2011년 1월(―0.3%) 이후 가장 낮았다. 한은은 앞서 지난해 12월 통화량이 전월 대비 0.2%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정기 계절변동 조정을 거치면서 0.1% 증가로 수치가 최종 변경됐다. M2는 현금과 요구불 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협의통화(M1)와 2년 미만 정기 예금, 금전신탁,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한다. 금융상품별로는 정기 예·적금이 전월 대비 18조9000억 원 늘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25조8000억 원 줄며 2002년 12월 통계편제 이후 역대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금리가 높은 정기 예·적금으로 일부 자금이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주식과 채권투자 수요가 회복되면서 머니마켓펀드(MMF)와 수익증권은 각각 15조4000억 원, 4조2000억 원 늘었다. 통화량 감소를 두고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한 파급 효과가 시중 통화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단,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들이 연초 부가세 납부 등의 자금 수요로 수시입출식 예금 등에서 돈을 빼냈다”며 “통화량 감소세가 지속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2023-03-16 03:00
금융권 성평등 문화 확장에 앞장… 저출산 해소에도 도움국내 금융지주는 사내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고 ‘유리천장’을 깨는 데 앞장서고 있다. 여성이 근무하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저출산 문제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지주, IBK기업은행은 ‘2023년 블룸버그 성평등지수(Gender-Equality Index·GEI)’ 편입 기업으로 선정됐다. 블룸버그는 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 미국 증권거래소 상장기업 가운데 △여성 리더십과 인재 육성 △동일 임금과 성별 임금 동등성 △포용적 문화 △성희롱 예방 정책 △대외 브랜드 등 5개 부문의 성과를 평가하고 GEI 편입 대상 기업을 선정해 매년 1월 말 발표한다. 올해 GEI 편입 기업은 세계 45개국 484개사로 집계됐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2019년 국내 기업 최초로 GEI에 편입된 이후 5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KB금융은 “유연근무제와 가족돌봄제도 등 워킹맘을 배려하는 가족 친화적 정책과 여성 인재 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직급별 여성 임직원 비율, 성희롱 예방 정책 공개 등의 항목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5년 연속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지난해 6월 2027년까지 계층 및 성별 다양성 확대를 목표로 한 중장기 전략 ‘KB Diversity(다양성) 2027’을 발표했다. 신한금융은 관리자급 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 ‘신한 쉬어로즈(SHeroes)’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양성 평등 문화 정착을 위한 지속적인 사업 성과를 인정받았다. 하나금융도 GEI에 2년 연속 편입됐다. 하나금융의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 ‘하나 웨이브스’는 최근 2년간 전문성과 리더십을 겸비한 여성 리더 70명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6명은 임원으로 승진했다. 올해 처음 지수에 편입된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여성 관리자 비율을 35.4%까지 확대했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여성 관리자 비중은 33.7%로, 한국은 16.3%에 불과하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성별 다양성은 평등의 가치를 넘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남성 육아휴직자도 최근 증가하고 있다. KB금융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 비중은 2019년 7.4%에서 2020년 9.6%, 2021년 11.1%로 늘었다. 다만 신한금융(7.0%)과 우리금융(5.6%), 하나금융(4.1%) 등의 남성 육아휴직 비중은 2021년 기준 10%를 넘지 않아 전체 남성 육아휴직 비중(26.3%)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2023-03-16 03:00
美은행 추가파산 공포… 이틀새 607조원 증발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예금 전액 보장을 외치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 차단에 나섰지만 13일(현지 시간) 미 뉴욕 증시에서 지역 중소형 은행 주가가 급락했고 추가로 파산하는 은행이 나올 것이란 불안이 여전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3, 14일 양일간 세계 금융주의 시가총액이 4650억 달러(약 607조 원) 증발했다. 2020년 세계은행 기준 태국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미국발(發) 금융리스크 우려로 14일 국내 주식시장은 2% 넘게 추락하며 올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증시 개장 직전 연설에서 “미 은행 시스템은 안전하다”고 했지만 투자자의 공포심을 잠재우진 못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기반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애리조나주 피닉스 기반인 웨스턴얼라이언스의 주가는 이날 각각 61.8%, 47.1% 급락했다. 이날 오전 은행주 12곳의 거래도 일시 중단됐다. 전날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담보물만 있다면 1년간 사실상 무제한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SVB, 시그니처은행 등 은행 두 곳이 문을 닫은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14일 아시아 증시도 이 여파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코스피는 전날보다 2.56% 떨어진 2,348.97에 마쳐 아시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지난해 9월 2일(―3.02%) 이후 최대 낙폭이다. 외국인이 약 6400억 원의 주식을 매도하며 지수 급락을 주도했다. 코스닥 지수 또한 3.91% 폭락한 758.05에 마감했다. 이는 대표적 안전 자산으로 꼽혔던 미 국채의 잠재적 위험성이 현실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 채권 가격 급락으로 실현되지 않은 장부상 손실만 6200억 달러(약 810조 원)에 이른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연준의 거듭된 기준금리 인상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 노무라증권 등은 연준이 21, 22일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세계 금융계 전반의 변동성과 불확실성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美 중소은행들 주가 반토막… 코스피, 올해 최대폭 2.56% 급락 추가파산 공포, 금융시장 강타美국채금리, 36년만에 최대폭 하락… 日-대만-홍콩 증시도 일제히 출렁지역 기반 은행들 환경변화 취약… 무디스, 시그니처은행 등급 강등 “워싱턴뮤추얼(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한 은행)도, FTX(지난해 11월 파산한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도 파산 직전까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대마불사’ 은행으로 갈아타는 것이 답인가.” 미국의 지역 기반 중소형 은행 예금주들은 13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등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에 동참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 12일 시그니처은행 등이 잇따라 파산하고 13일 뉴욕 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지역 은행주 또한 급락하자 예금주와 주주들 사이에 급속도로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3일 증시 개장 직전 대국민 연설을 통해 “SVB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세운 SVB의 ‘가교은행(브리지 뱅크)’도 영업을 시작했다. SVB의 주 고객인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은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에서 일단 벗어났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다음 파산 은행은 어디일까’라는 위기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틈새 공략’ 중소銀, 환경 변화에 취약13일 뉴욕 증시에서 지역 기반 중소형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61.9%), 웨스턴얼라이언스(―47.1%), 지온스(―25.72%)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각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애리조나주 피닉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를 기반으로 한다. 이 은행들은 특수 영역에서 틈새시장을 찾는 방식으로 영업해 왔다. SVB도 테크 산업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베이에어리어 일대 포도주 회사들과 끈끈한 거래를 유지해 왔다. 지난주 뱅크런 우려 속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JP모건으로부터 7억 달러(약 9151억 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받은 퍼스트리퍼블릭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대부호 고객 위주의 영업으로 유명하다. 고급주택 담보대출 비중도 높다. 고객이 특정 그룹에 편중되다 보니 연준의 고강도 긴축 등 거시 환경 변화에는 취약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급증한 예금을 관리할 만한 경영진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트위터에 “SVB는 현금(예금)을 쌓아놓고도 전문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어디에서 수익을 내야 할지 몰라 미 국채를 과도하게 매입했다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진단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3일 시그니처은행의 투자등급을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등급인 ‘C’로 부여했다. 퍼스트리퍼블릭 등 5개 미 지역 은행에 대한 등급 강등 또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추가 파산 없이 48시간 지나야 진정될 것”고객 예금 보증으로 당장의 불안은 잠재웠지만 미 중소형 은행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고객들은 중소형 은행에서 돈을 빼 대형 은행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엘리슨 헤네시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통신에 “이런 상황이 계속 확대되면 중소형 은행에서 유동성이 고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위기가 미 최대 온라인 증권거래업체 ‘찰스슈워브’ 등 장기 채권 보유량이 많은 대형 금융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찰스슈워브 주가 또한 11.6% 하락했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로크 수석시장전략가는 CNN에 “추가 파산 없이 48시간까지 버텨야 현재 가장 큰 문제인 ‘신뢰의 위기’가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VB 사태의 여진은 14일 아시아 증시도 덮쳤다. 1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56% 하락한 2,348.97로 마쳤다.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시장은 더 큰 타격을 입어 전날보다 3.91% 떨어진 758.05에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 역시 2.19% 떨어졌다. 대만과 홍콩 증시도 1%대 하락했다. 지역 은행을 위기로 몰아넣은 국채 금리는 위기 확산에 크게 흔들렸다. 13일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준의 고강도 긴축 완화 전망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장중 한때 약 0.50%포인트 하락해 4%대 밑으로 떨어졌다. 1987년 미 증시 급락 ‘블랙 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2023-03-15 03:00
다음은 어디?…美 중소형 은행들 위기감 확산“워싱턴뮤추얼(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한 은행)도, FTX(지난해 11월 파산한 미 가상화폐 거래소)도 파산 직전까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대마불사(大馬不死)’ 은행으로 갈아타는 것이 답인가.” 미국의 지역 기반 중소형 은행 예금주들은 13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등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에 동참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 12일 시그니처은행 등이 잇따라 파산하고 13일 뉴욕 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지역 은행주 또한 급락하자 예금주와 주주들 사이 급속도로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3일 증시 개장 직전 대국민 연설을 통해 “SVB 은행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세운 SVB의 ‘가교은행(브리지 뱅크)’도 영업을 시작했다. SVB의 주 고객인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은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에서 일단 벗어났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다음 파산 은행은 어디일까’라는 위기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틈새 공략’ 중소銀, 환경 변화에 취약 13일 뉴욕 증시에서 지역 기반 중소형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61.9%), 웨스턴얼라이언스(-47.1%), 지온스(-25.72%)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각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애리조나주 피닉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를 기반으로 한다. 이 은행들은 특수 영역에서 틈새시장을 찾아는 방식으로 영업해왔다. SVB도 테크 산업 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베이 애어리어 일대 포도주 회사들과 끈끈한 거래를 유지해 왔다. 지난주 뱅크런 우려 속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JP모건으로부터 7억 달러(9151억 원) 긴급 자금 지원을 받은 퍼스트리퍼블릭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대부호 고객 위주의 영업으로 유명하다. 고급주택 담보대출 비중도 높다. 고객이 특정 그룹에 편중되다 보니 연준의 고강도 긴축 등 거시 환경 변화에는 취약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급증한 예금을 관리할 만한 경영진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트위터에 “SVB는 현금(예금)을 쌓아놓고도 전문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어디에서 수익을 내야할지 몰라 미 국채를 과도하게 매입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진단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3일 시그니처은행의 투자등급을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등급인 ‘C’로 부여했다. 퍼스트리퍼블릭 등 5개 미 지역 은행에 대한 등급 강등 또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추가 파산 없이 48시간 지나야 진정될 것” 고객 예금 보증으로 당장의 불안은 잠재웠지만 미 중소형 은행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고객들은 중소형 은행에서 돈을 빼 대형 은행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엘리슨 헤네시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통신에 “이런 상황이 계속 확대되면 중소형 은행에서 유동성이 고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위기가 미 최대 온라인 증권거래업체 ‘찰스 슈왑’ 등 장기 채권 보유량이 많은 대형 금융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찰스 슈왑 주가 또한 11.6% 하락했다. 존스 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루크 시장수석전략가는 CNN에 “추가 파산 없이 48시간까지 버텨야 현재 가장 큰 문제인 ‘신뢰의 위기’가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VB 사태의 여진은 14일 아시아 증시도 덮쳤다. 1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56% 하락한 2,348.97로 마쳤다.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시장은 더 큰 타격을 입어 전날보다 3.91% 떨어진 758.05에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 역시 2.19% 떨어졌다. 대만과 홍콩 증시도 1%대 하락했다. 지역 은행을 위기로 몰아넣은 국채 금리는 위기 확산에 크게 흔들렸다. 13일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준 고강도 긴축 완화 전망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0.57%포인트 하락한 연 4.03%로 거래를 마쳤다. 1987년 미 증시 급락 ‘블랙 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2023-03-14 21:09
뉴욕서도 은행 파산… 美 “예금 전액 보증” 진화미국 테크 기업의 주거래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가상화폐 전문은행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다. 8일(현지 시간) 자진 청산한 실버게이트 캐피털에 이어 며칠 사이 세 번째 미 은행의 파산 소식이다. 미 연방정부는 전면적인 금융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SVB와 시그니처은행 예금에 대해 전액 보증에 나서기로 했다. 12일 미 뉴욕주 금융서비스부는 시그니처은행을 인수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시그니처은행의 총자산은 1103억6000만 달러(약 146조 원)다. 미 역사상 자산 규모 기준으로 두 번째(SVB), 세 번째(시그니처은행) 큰 은행 붕괴 사태가 이틀 새 잇달아 일어난 것이다.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가 확산되자 미 연방정부는 조기 진화에 나섰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FDIC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SVB 고객은 예금을 모두 보증받고 13일부터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시그니처은행에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자금이 필요한 적격 대상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구제금융을 다시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예금은 완전히 보호하겠지만 투자자, 경영진에 대한 지원은 없다”며 “미 은행 시스템은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팬데믹 시기 형성된 거품이 연준발(發) 고금리 국면으로 급격히 전환된 데 따른 금융 불안 요소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에 따라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하거나 동결 피벗(정책 전환)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당국의 개입 발표에 따라 직후 개장한 한국과 아시아 금융시장은 ‘블랙 먼데이’를 피했다.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67%(16.01포인트) 오른 2,410.60으로 거래를 마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참모들에게 주문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2023-03-14 03:00
골드만삭스 “美 3월 금리인상 없을것”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강경 긴축 발언 이후 시장에 팽배했던 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복귀 전망은 자취를 감췄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SVB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꼽히는 만큼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달 21∼22일(현지 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까지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12일 보고서에서 “SVB 사태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경로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광범위하다”며 “연준이 3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건너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이 우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직면한 은행들에 상당한 유동성을 제공하고 예금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금리 전망 경로를 수정하면서 연준이 5, 6, 7월 FOMC에서 각각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최종 금리 수준은 연 5.25∼5.50%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 등이 공개되자 빅스텝을 전망하던 목소리는 사라졌다.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13일 낮 12시 45분 기준 연준이 이달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97.4%에 달했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금리 동결 전망은 2.60%였다. 불과 24시간 전만 해도 40%가 넘었던 빅스텝 전망은 아예 사라졌다. 지난달 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한은도 다음 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은은 다음 주 발표될 연준의 통화정책방향을 확인한 뒤 3월 물가상승률과 환율 추이 등을 보고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2023-03-14 03:00
韓, 블랙먼데이 피했지만… 당국 “불확실성 주시”국내 금융시장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여파는 현재로선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업계는 이번 사태로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코스닥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나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미 SVB 파산으로 ‘블랙 먼데이’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예상과 다른 흐름을 보인 것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적극적인 SVB 리스크 완화 개입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 가능성 둔화, 양회 폐막에 따른 중국 경기 부양 정책 기대감 등에 힘입어 상승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금융시장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흐른다. 한국투자공사(KIC)는 작년 12월 31일 기준 SVB의 모회사인 SVB파이낸셜의 주식 2만87주(약 60억2000만 원 상당)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도 작년 말 기준 10만795주를 가지고 있다. KIC는 SVB에 이어 파산한 뉴욕주 시그니처은행 주식도 9만1843주(약 137억9000만 원 상당) 보유 중이다. 미국 정부는 채권과 주식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KIC와 국민연금은 보유 주식을 허공에 날릴 수도 있다. 벤처투자 업계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불황인 벤처투자 현황에서 분명한 악재”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 투자금액은 6조76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9% 감소했다. 금융위원회는 거래 상대방의 부도로 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떠안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은행의 위험노출액 한도 규제를 1년 연장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거래 기관별 위험노출액을 자기자본 대비 25% 이내로 관리하도록 규제해 왔다. 한편 신용평가사 피치는 13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전망도 ‘안정적’(stable)으로 봤다. 다만 고금리·고물가와 대외 수요 위축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은 1.2%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국제통화기금(IMF) 1.7%보다 낮은 수치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2023-03-14 03:00
블랙먼데이 피했지만…국내 코스닥-벤처 투자 악재 우려국내 금융시장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여파는 현재로선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업계는 이번 사태로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 코스닥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나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미 SVB 파산으로 ‘블랙 먼데이’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예상과 다른 흐름을 보인 것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의 적극적인 SVB 리스크 완화 개입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 가능성 둔화, 양회 폐막에 따른 중국 경기 부양 정책 기대감 등에 힘입어 상승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금융시장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국투자공사(KIC)는 작년 12월 31일 기준 SVB의 모회사인 SVB파이낸셜의 주식 2만87주(약 60억2000만 원 상당)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도 작년 말 기준 10만795주를 가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채권과 주식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KIC와 국민연금은 보유 주식을 허공에 날릴 수도 있다.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시장과 벤처투자는 당분간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불황인 벤처투자 현황에서 분명한 악재”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 투자금액은 6조7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감소했다. 금융위원회는 거래 상대방의 부도로 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떠안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은행의 위험노출액 한도 규제를 1년 연장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거래 기관별 위험노출액을 자기자본 대비 25% 이내로 관리하도록 규제해 왔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2023-03-13 18:19
골드만삭스 “3월 美 금리 인상 없을 것”…한은도 내달 동결 가능성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강경 긴축 발언 이후 시장에 팽배했던 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복귀 전망은 자취를 감췄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SVB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꼽히는 만큼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달 21~22일(현지 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12일 보고서에서 “SVB 사태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경로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광범위하다”며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을 건너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이 우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직면한 은행들에 상당한 유동성을 제공하고 예금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금리 전망 경로를 수정하면서 연준이 5, 6, 7월 FOMC에서 각각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최종금리 수준은 연 5.25~5.50%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 자금운용회사인 페퍼인터내셔널의 캐롤 페퍼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최대 책무는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므로 이번 사태가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잠시 쉬어갈 명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 등이 공개되자 미국 선물시장에서 이달 연준의 빅스텝 가능성이 ‘제로’로 돌아섰다. 선물 금리로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13일 오전 12시 45분 기준 연준이 이달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은 97.4%에 달했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금리 동결 전망은 2.60%였다. 불과 24시간 전만 해도 40%가 넘었던 빅스텝 전망은 아예 사라졌다. 지난달 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한은도 다음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시 한 번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은 다음주 발표될 연준의 통화정책방향을 확인한 뒤 3월 물가상승률과 환율 추이 등을 보고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13일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현재로서는 미 SVB, 시그니처은행 폐쇄 등이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2023-03-13 16:33
“韓 투자심리 위축-코스피 추락 우려”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에 금융당국도 12일 즉각 이번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점검하고 나섰다. 은행의 ‘초고속 파산’이 금융권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불안을 키워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10일 2,394.59로 장을 마감하는 등 이미 2,400 선이 무너진 코스피가 SVB 사태의 여파로 더 추락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가 너무 높은 수준에 있는 상태에서 (SVB 파산으로) 주식시장에 다시 한 번 구조적인 문제점이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VB와 거래한 국내 기업들과 기관, 벤처캐피털(VC)도 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SVB의 모기업인 SVB금융그룹 주식을 지난해 말 기준 10만795주(당시 주가 기준 약 304억 원) 보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230달러 수준이었던 주가는 9일(현지 시간) 106.04달러로 급락했고, 현재 거래가 정지돼 투자금 회수 가능 여부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국내 한 투자회사 대표는 “최악의 경우는 막 펀드레이징을 끝낸 큰돈을 모두 SVB에 넣은 경우”라고 말했다. 주말 내내 피해 사례 등 사태 파악에 나선 국내 한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회사) 대표는 “이번 사태가 투자 혹한기를 맞아 구조조정과 긴축 재정에 들어간 국내 스타트업계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금융 수장들은 이날 간담회를 열고 “이번 사태가 미국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우세하다”고 전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2023-03-13 03:00
‘실리콘밸리 돈줄’ 파산… 블랙먼데이 공포미국 테크 기업들의 주거래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 48시간 만에 폐쇄됐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보유한 국채 급락 등의 사태에 대응하려다가 자산 277조 원 규모의 은행이 순식간에 붕괴한 것이다.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는 줄도산 공포 속에 정부에 긴급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오전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급 불능 사태에 빠진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지정했다. 1983년 설립된 SVB는 미 서부지역 벤처캐피털(VC) 및 스타트업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은행이다. 테크 기업 예금을 유치하고, 초기 스타트업에 대출을 해주며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인도, 중국 등 테크 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금리 인상으로 SVB가 보유한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예금 이자 부담이 커지자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한 것이 시장의 공포를 불러왔다. 8일 오후 SVB의 모회사 SVB파이낸셜그룹이 22억5000만 달러(약 3조 원) 규모의 신주 조달 계획 등을 발표하자 ‘뱅크런’이 시작됐다. 고금리로 자금 경색에 시달리던 미 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예금 인출에 나선 것이다. 9일 하루 동안 420억 달러(약 56조 원)가 인출됐고 주가는 60% 이상 급락했다. 결국 48시간 만인 10일 오전 은행 폐쇄로 이어졌다. “2008년 워싱턴뮤추얼 은행 붕괴 이후 미 역사상 두 번째 규모 은행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당장 13일부터 줄도산이 벌어질 수 있다며 서양에서 불길하게 여기는 ‘13일의 금요일’을 빗대 ‘13일의 월요일’을 우려하고 있다. 벤처 투자가 데이비드 색스는 트위터에 “월요일 전에 ‘모든 예금이 안전하다’고 발표하지 않으면 위기는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가 팬데믹 거품과 고금리의 영향임을 감안하면 부동산 대출은행 등이 다음 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SVB의 고객이 테크 업계에 한정돼 2008년 리먼브러더스 부도로 금융시스템 전반이 붕괴하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것처럼 ‘제2의 리먼 모먼트’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리 금융당국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12일 정례 간담회를 열고 SVB 사태에 대해 집중 점검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SVB의 유동성 위기가 은행 폐쇄로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SVB 주식 약 10만 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식 가치가 304억 원가량이지만 9일 주가 폭락으로 반 토막이 났다.美 금융위기 후 최대규모 은행 폐쇄… 스타트업 줄도산 우려‘실리콘밸리 돈줄’ 파산 자산 277조원 美 16위 대형은행가파른 금리 인상에 투자손실 커져“美 금융 전반 위험으로 확산 안될것”“부동산 대출은행 등 위험” 의견 갈려 미국 테크 산업의 ‘자금줄’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갑작스러운 붕괴는 팬데믹 거품과 가파른 금리 인상이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부실대출’에서 비롯됐다면 이번 사태는 유동성이 넘쳐나던 시장이 갑작스러운 자금 경색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빚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고강도 긴축 1년 만에 벌어진 대규모 은행 실패가 글로벌 시장에 미칠 파장에 각국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277조 원 규모’ 은행 붕괴 어떻게 벌어졌나10일(현지 시간) SVB의 붕괴에 실리콘밸리는 충격에 빠졌다. 자산 규모 2090억 달러(약 277조 원), 총예금액 1754억 달러(약 232조 원)에 달하던 대형 은행이 순식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SVB는 최근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예금이 급증했다. 2020년 1분기(1∼3월) 총예금 600억 달러에서 2022년 1분기 약 2000억 달러 수준으로 늘었다. 비대면 산업 확산으로 테크 기업의 수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장된 미국 벤처캐피털(VC) 지원 테크·헬스 분야 기업 중 44%가 SVB의 고객이라 다른 은행보다 예금이 더 크게 늘었다. SVB는 다른 일반 은행처럼 예금 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방식의 ‘예대 마진’을 통한 수익은 별로 내지 못했다. 투자금이 넘치는 테크 기업들이 SVB에서 돈을 빌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SVB는 안전 자산인 미국 장기 국채에 주로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이뤄진 연준의 고강도 긴축 속에 국채 가격이 급락했다. 손실은 커졌고 금리 인상에 따른 예금 이자 상승 부담까지 겹쳤다. SVB는 8일 유동성 확보를 위해 22억5000만 달러(약 3조 원)의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치명적 악재가 됐다. 은행 예금 지급 능력에 어려움이 있다는 신호에 주 고객인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인출에 나선 것이다. 테크 산업은 최근 지속된 고금리로 자금줄이 말라가는 상태라 공포감이 더욱 컸다. 그 결과 9일 하루 동안 420억 달러(약 56조 원)가 빠져나갔다. ● “제2의 리먼 오나” vs “확산 없을 것” 2008년 금융위기는 부실 채권에 기반한 파생상품이 금융사 전반으로 확산된 상태에서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도화선이 돼 벌어졌다. 당시 미 최대 은행 실패로 기록된 워싱턴뮤추얼 은행은 주택 관련 대출 비중이 높아 결국 문을 닫았다. 래리 서머스 미 전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리먼 사태와 달리 SVB는 (예금 지급 불능 위험이) 테크 산업에 집중돼 있어 미 금융 전반으로 위험이 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 주요 은행들은 일반 소비자 비중이 높고, 신용카드 등 사업이 다각화돼 있어 SVB에 비해 위험이 분산돼 있다. 미국 정부도 은행의 연쇄 도산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SVB 뱅크런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발빠르게 파산 조치에 들어갔다. 하지만 팬데믹 거품 영향으로 이미 가상화폐 산업이 줄도산 위기를 겪은 만큼 다음은 부동산 대출은행 등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VC인 퍼스트마크캐피털의 릭 하이츠만 창업자는 “40년간 스타트업 생태계의 한 축이었던 SVB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면 또 무엇이 추락할지 모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대응 논의에 나섰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사태를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SVB 영국 지점도 파산 선언을 앞두고 있다. 이에 영국의 180개 스타트업은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에 개입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연방정부가 구제금융에 나서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2023-03-13 03:00
증권사 평균 연봉 1억 넘어… 상위 10% 3억∼4억대국내 주요 증권사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권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에서는 성과급 비중이 크다 보니 연봉이 높아졌다고 설명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큰 상황에서 지나친 성과 보수 지급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주요 증권사 10곳의 직원 평균 총급여는 모두 1억 원을 넘어섰다. 메리츠증권이 1억9366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삼성증권(1억6800만 원), NH투자증권(1억5420만 원), 하나증권(1억4779만 원), KB증권(1억4679만 원), 미래에셋증권(1억4424만 원), 한국투자증권(1억4149만 원), 신한투자증권(1억3091만 원), 대신증권(1억1526만 원), 키움증권(1억1246만 원) 순이었다. 10곳 모두 같은 해 시중은행 가운데 평균 연봉이 가장 높았던 KB국민은행(1억1074만 원)을 웃도는 평균 급여를 보였다. 주요 증권사의 직원 상위 10%의 평균 연봉은 대체로 3억∼4억 원대에 달했다. 특히 메리츠증권 상위 10% 평균 연봉은 8억9192만 원으로 9억 원에 육박했다. 반면 5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상위 10% 평균 연봉은 모두 2억 원 미만이었다. 2022년에도 평균 연봉이 억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지난해 글로벌 긴축으로 인한 증시 침체와 자금조달 시장 위축 등으로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8.2%로 2021년 말(3.7%)의 2배를 넘어서는 등 부동산 PF 부실 우려도 커졌다. 윤 의원은 “PF대출 부실로 증권사가 KDB산업은행과 한국은행 등의 지원을 받는 만큼 성과급 지급은 국민 정서를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2023-03-13 03:00
파월 “금리 더 높일 준비” 이달 다시 ‘빅스텝’ 시사… 환율 하루에 22원 급등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매파 발언을 쏟아내며 다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미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한 데 이어 미 장단기 금리 역전 폭이 42년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코스피도 1% 넘게 추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320원대로 급등(원화 가치는 급락)했다. 7일(현지 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파월 의장은 “최근 미 경제지표는 예상보다 강했고 이는 연준이 예상했던 최종 금리 수준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만약 경제지표 전체가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와 식품,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에 대해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하락)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2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긴축 속도를 줄여 온 연준이 곧 금리 인상에 브레이크를 걸 것이란 시장의 기대는 무너졌다. 오히려 연준이 21, 22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으로 긴축 고삐를 바짝 조일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은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날 연준의 금리에 민감한 채권시장에서는 10년물과 2년물 미 국채 금리 역전 폭이 1%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경기 침체 신호가 커졌다. 뉴욕 증시가 1% 넘게 하락한 여파로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8%(31.44포인트) 내린 2,431.91로 마감했다. 투자 심리가 위축된 외국인(―1620억 원)과 기관(―8189억 원)이 1조 원 가까이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2.0원 오른 1321.4원에 거래를 마쳤다.“美 최종금리 6%대” 전망까지… 한은, 내달 금리 인상 가능성파월 연준의장, 이달 빅스텝 시사강력 긴축→침체 공포에 유가 급락美 빅스텝땐 한미 금리 1.75%P 차환율 상승-자본유출 압박 커질듯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드러낸 ‘매파 본색’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렸다. 연준은 지난해 11월 이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서서히 줄이면서 시장에서는 “기나긴 긴축 터널의 끝이 보인다”며 곧 금리 인상이 멈출 것이란 기대가 확산됐다. 하지만 7일(현지 시간)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톤을 높이며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할 조짐을 보이는 데다, 파월의 발언까지 더해지며 시장에선 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복귀를 넘어 최종 금리가 6%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빅스텝 가능성 75% ‘유력’ 투자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달 21,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을 결정할 가능성은 74.9%로 나타났다. 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25.1%에 그쳤다. 불과 하루 전만 하더라도 빅스텝 확률은 31.4%였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 전망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것이다. 파월 의장은 최종 기준금리 전망과 관련해 “지난 점도표 전망치(중간값 5.0∼5.25%)보다 올라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자 골드만삭스는 최종 금리 전망을 5.5∼5.7%로 상향 조정했고, 블랙록과 슈로더는 6%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은 파월 의장이 ‘경제지표 전체(The totality of the data)’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10, 14일 발표되는 2월 미 고용보고서와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에 주목하고 있다. 두 핵심 지표가 예상보다 높을 경우 3월 FOMC에서 더 강하게 긴축 고삐를 잡을 수 있다. 연준의 긴축이 예상보다 더 강하게, 오래 이어지면 경기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날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는 16년 만에 5%를 돌파했고, 그에 따라 장단기 국채 금리는 42년 만에 최대 폭으로 역전됐다. 국제유가도 3%대 급락하면서 경기 침체 전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초대형 헤지펀드사 시타델의 켄 그리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트라우마 수준의 인플레이션 때문에 우리는 경기 침체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환율 ‘다시 1400원대’ 우려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며 금리 인상 행진을 일단 멈춘 한국은행의 부담도 커지게 됐다. 연준이 이달 빅스텝에 나설 경우 현재 1.25%포인트인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였던 2000년 5∼10월(1.50%포인트)을 넘어 1.75%포인트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고, 외국 투자금이 국내 시장을 탈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외환시장에선 이미 ‘킹달러’(달러 가치의 초강세) 공포도 되살아나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원-달러 환율은 3거래일 새 1.97%(25.5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하며 지난해 12월 7일(1321.7원) 이후 1320원 선을 넘었다. 이후 잠시 내림세던 환율은 이날 22원 급등하며 다시 1320원대로 올라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 10월 장중 1440원 넘게 치솟으며 시장의 불안을 키운 바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는 조정을 받았던 지난해 말 양상이 재연될 수 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위기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시장 안정화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7일 “금리 격차 자체가 환율과 외국인 자금에 기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환율 오름세가 지속되고 자본 유출이 가속화되면 한은이 4월 다시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2023-03-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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