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우

박민우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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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 언어로 밥벌이하기가 늘 어렵습니다. 치우치지 않게 취재하고 쉽게 쓰겠습니다.

minwoo@donga.com

취재분야

2024-03-20~2024-04-19
경제일반54%
금융23%
기업7%
부동산7%
산업3%
칼럼3%
정치일반3%
  • 금값 역대 최고가 근접에 ‘금 사재기’ 각국 흐뭇…한은만 소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번진 은행 위기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안전자산인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금 사재기’에 나섰던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값 랠리에 흡족한 모습이다. 올해 금값이 온스당 23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등 금 투자 전략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다른 중앙은행과 달리 금 강세장에서 소외됐다. 10년째 그대로인 한은의 금보유량을 두고 ‘트라우마’에 갇혀 투자를 다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값 사상 최고가 근접5일(현지 시각) 미국 투자분석업체 22V 리서치의 존 로크 선임 매니저는 CNBC와 인터뷰에서 “금 가격이 향후 온스당 2322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VB 파산 사태 이후 미 연방준비은행(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달러인덱스도 약세로 전환되고 국채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는 과정에서 금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은행 위기로 금융 불안이 확산한 것이 금값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화가 왕이 아니다”라는 인식에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채권이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더해지며 금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근월물 가격은 온스당 2035.6 달러에 마감했다. 금 선물 가격은 지난달부터 가파르게 올라 3일 2000달러를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중에 2020년 8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2051.5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면 금값이 추가 상승할 여지가 크다. 통상 달러와 금값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금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3년 금융시장에서 깜짝 놀랄 일들’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올해 금 가격이 2250달러까지 오를 거라고 내다봤다.● 한은 금 보유량은 10년째 제자리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로 금을 매입한 중앙은행들은 금값 고공행진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금 수요는 4742t으로 2011년(4746t) 이후 최대였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50년 이후 최대 규모인 1136t에 달하는 금을 사들였다. 지난해 매입 규모는 2021년(450t)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선다. 특히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지난해 하반기(7~12월) 금 862t을 매입했다. ‘킹달러’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금 417t을 매입했는데 중국(62t)과 튀르키예(53t) 중앙은행이 가장 큰 손이었다. 지난해 11월 온스당 1630달러까지 떨어졌던 금값은 5일 기준 25% 가까이 올랐다. 크리샨 고폴 WGC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들은 2010년 이후 ‘유행’처럼 금을 순매수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만연한 인플레이션 속에서 지난 1년간 중앙은행들이 곳간에 추가로 금을 보관한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은 금을 외면하고 있다. 한은의 금 보유량은 2013년 이후 10년째 104.4t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세계 36위 수준으로 외환보유액의 1.46% 수준이다. 한은은 김중수 전 총재 시절인 2011~2013년 총 90t의 금을 매입한 뒤 금값이 떨어지면서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실패한 투자’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함준호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금 매입 시점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지금보다 금 보유 비중을 늘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202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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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인상 후폭풍… 제조업 27%가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

    가파른 금리 인상의 후폭풍으로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한계기업)이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국내 상장 제조업과 서비스업 기업 10곳 중 3곳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내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제조업 조사 대상 1542곳 중 418곳(27.1%)이 한계기업인 것으로 추정됐다. 2021년 말(263곳·17.1%)과 비교하면 한계기업 수는 155곳, 비중은 10%포인트 급증했다. 한계기업은 영업 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할 만큼 재무적으로 취약한 기업을 의미한다. 예산정책처는 이번 분석에서 2019년 이후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을 초과하지 않는 기업을 한계기업으로 정의하고 2021년 말과 2022년 9월 말 기준 한계기업을 산출해 비교했다. 제조업에서 한계기업이 가장 많은 업종은 기계·전기·전자(197곳)가 꼽혔다. 2021년 말(116곳)보다 81곳 늘었다. 이 밖에 석유화학(83곳→114곳)과 운송장비(25곳→39곳)에서 한계기업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비스업 역시 조사 대상 814곳 중 252곳(31.4%)이 한계기업으로 추정됐다. 2021년 말 191곳(23.5%)에서 61곳이 늘어난 셈이다. 영상·출판·정보통신(55개→78개), 도소매(48개→60개) 업종에서의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이 같은 한계기업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는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이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연 0.5%였던 기준금리를 올해 1월까지 10차례 인상하며 3.5%까지 끌어올렸다. 1년 5개월 새 3%포인트가 오른 셈으로 대출금리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민간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전체 상장사의 18.6%가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계기업 상태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2021년 말 한계기업 비중은 14.9%였다. 기업 구조조정을 책임지는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에서 분석한 한계기업 비중은 2021년 이미 18.3%에 달했다. 금리 인상의 그늘이 깊어지는 가운데 특히 중소 건설사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상장 건설사의 36.1%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기업이라고 분류하기도 했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이자비용 부담으로 한계기업 비중이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서 중소기업의 연체율도 꿈틀거리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안 좋을 때 구조조정을 하기는 쉽지 않지만 무턱대고 재정을 투입해선 안 된다”며 “정부가 원칙을 세워 옥석을 가리고 한계기업의 위기가 금융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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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PEC+ 기습 감산에 유가 급등… 인플레 기름 붓나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하루 100만 배럴 넘게 줄이기로 ‘기습’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고, 일각에선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세계의 공장’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과 맞물려 인플레이션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긴축정책을 펴오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벌여온 각국 중앙은행들이 또 하나의 난제를 마주하게 됐다. ● 국제유가 장중 8% 급등중동 산유국이 주축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연합체 ‘OPEC플러스(+)’가 2일(현지 시간) ‘자발적 감산’이라는 명목하에 일일 116만 배럴의 감산을 결정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장중 8% 넘게 치솟았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권 위기와 그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OPEC+국가들은 가격 방어를 위해 급히 감산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감산량이 큰 국가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 다음 달부터 올해 말까지 하루 원유 생산량을 50만 배럴씩 줄이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또한 같은 기간 14만4000배럴의 감산을 예고했다. 올 3∼6월 50만 배럴의 감산 계획을 이미 밝힌 러시아는 감산 기한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OPEC+는 지난해 10월 올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20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러시아가 지난달 발표한 50만 배럴 감산에 이날 산유국들의 자발적 추가 감산까지 합치면 총 감산량은 하루 366만 배럴로 늘어난다. 이는 전 세계 수요의 3.7%에 달한다.● 배럴당 100달러 다시 오나 시장에선 공급 부족으로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OPEC는 지난달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원유 수요가 지난해보다 하루 71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기습 감산까지 이어지자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놓고 올해 브렌트유 유가 전망은 기존 배럴당 90달러에서 95달러로, 내년 전망치는 97달러에서 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기준금리의 방향을 결정하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심도 한층 깊어지게 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제유가가 올해 배럴당 70∼80달러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지만 중국 경제 상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라 유가가 90달러 이상 100달러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은은 현재 배럴당 80달러 수준인 국제유가가 10% 정도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포인트가량 오르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유가가 높아지면 경상수지 적자와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해 10월과 달리 곧 하절기로 접어드는 지금은 국제유가가 오르더라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 흐름과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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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증시 수익률 꼴찌… 年평균 2%에도 못미쳐

    국내 굴지의 반도체 회사를 다니는 40대 김모 씨는 국내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고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는 ‘서학개미’다. 올해 성과급을 받은 김 씨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 주식 10주를 딸에게 사줬다. 그는 “한국 증시의 성장성은 한계가 있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앞으로도 미국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생각해서 장기적 관점에서는 미국 기업에 투자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수익률을 비관하면서 김 씨처럼 한국 주식을 외면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글로벌 운용사 JP모건자산운용이 올해 발간한 ‘가이드 투 더 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2013∼2022년) 동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는 연평균 1.9%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이 장기적 관점에서 목표로 하는 물가상승률(2%)에도 못 미치는 성과다. 각국 증시의 연평균 수익률은 미국(12.6%)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대만(10.3%)과 인도(7.6%), 일본(5.9%), 중국(5.5%) 등 아시아 주요국도 한국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 반면 최근 10년간 연평균 변동성은 한국이 21.3%로 중국(24.6%) 다음으로 높았다. 미국(14.7%)과 일본(14.0%) 등 선진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결국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증시는 기대 수익률은 극히 낮은데 세계 최고 수준의 변동성을 감수해야 하는 시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JP모건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9배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1배 미만으로 집계됐다. 한국 증시의 가치가 국내 상장사가 보유한 자산의 장부가에도 못 미칠 만큼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등장과 정부의 인식 개선 등으로 변화의 조짐도 관찰되긴 하지만 자본시장의 수준이 경제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는 고질병은 여간해서 잘 고쳐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계 운용사 대표는 “비즈니스를 떠나 숫자만 놓고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하는 건 분명하다”며 “지배구조 문제와 낮은 주주환원율이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짠물 배당-지배구조-관치 논란… 韓 증시, 베트남-比보다 저평가 상장기업 이익 재벌 총수 등에 집중주주배당 선진국 절반 수준 그쳐기업 CEO 선임 관여 관치 논란도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현상) 용어가 일반화된 이래 한국 증시는 해외 선진시장에 비해 ‘재래시장’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떨치지 못했다. 선진 증시에선 제값을 치르거나 프리미엄(웃돈)을 줘야 살 수 있는 주식이 한국 증시에선 실적이나 덩치가 엇비슷한 기업이라도 주식 가치가 깎여서 거래된다는 뜻이다. 심지어 요즘 한국은 대만 등 비슷한 경쟁국은 물론이고 신흥시장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으로는 취약한 기업지배구조와 미흡한 주주 환원 등이 꼽힌다. 이에 더해 공매도 규제 등 낡은 관행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법제도, 무분별한 관치 역시 자본시장 선진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반값 할인’ K디스카운트 2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2∼2021년 한국 상장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 1.2배로, 선진국(2.2배)은 물론이고 신흥국(2.0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PBR은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대비 주가 수준으로, PBR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의 평균 PBR은 분석 대상 45개국 가운데 41위로 필리핀(14위), 베트남(11위), 브라질(30위), 이집트(34위) 등 웬만한 신흥국보다도 뒤처졌다. 김준석 자본연 연구위원은 “분석 기간 내내 대부분의 섹터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관찰됐다”며 “선진국과의 격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주식 가격을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도 비슷한 양상이다. 같은 기간 한국 상장사의 PER은 평균 17.0배로 선진국(22.0배)과 신흥국(21.3배)보다 낮았고, 분석 대상 38개국 중 29위였다. 2021년부터 미국 주식에만 투자하고 있다는 직장인 김모 씨(40)는 “한국에도 삼성이나 LG,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있지만 애플이나 테슬라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력과 창의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짠물’ 배당과 후진적 지배구조도 원인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저조한 수익성, 성장성과 함께 미흡한 주주 환원 수준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금액을 총자본으로 나눈 주주 환원 수준을 측정한 결과 2012∼2021년 한국은 45개국 중 43∼45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짠물’ 배당으로 유명하다. 국내 기업들의 2021년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19.1%로 영국(48.2%), 독일(41.1%), 미국(37.3%)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심지어 대만(54.9%)과 중국(35.0%), 일본(27.7%) 등 아시아 주요국과도 차이가 크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제조업 기반인 한국은 운전자본이 중요하기 때문에 배당 대신에 현금을 유보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규제부터 풀고 기업의 성장성을 확보한 뒤에 배당성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도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글로벌경쟁력지수(GCI)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는 140개국 가운데 100위 수준이다. 상장기업의 이익이 모든 주주에게 돌아가지 않고 재벌 총수나 일부 지배주주에게 집중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사례에서 나타나듯 기업들의 ‘쪼개기 상장’으로 개인 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반복되는 것도 저평가의 주요 원인이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싫다면 주주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나타나는 소액주주 연대와 행동주의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했다.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분류되는 KT나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두고 불거지는 관치 논란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사 경영자는 주주 이익을 최대한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경영자가 주주보다는 정부의 눈치를 더 많이 보고 있다”며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현상”이라고 꼬집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김수연 기자 suyeon@donga.com}

    •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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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자본시장 선진화 대책 상반기 마련”

    정부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올 들어 각종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월 외국인투자가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 2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배당 절차 개선 방안,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등을 발표했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2월 외신간담회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한국 자본시장의 주요 제도가 오랜 시간 큰 변화 없이 유지돼 온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에 진심이며 이번에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1∼6월) 중으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선진 자본시장을 위한 ‘가시적 목표’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은 아직도 요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2008년부터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시도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MSCI는 지난해 6월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도 한국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MSCI는 외국인투자가의 한국 금융시장 접근성과 외환시장 구조를 비롯해 공매도, 배당 절차, 기업지배구조 문제 등을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선결 과제로 꼽았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전 세계 160개 글로벌 투자가와 금융기관을 회원사로 둔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한국 자본시장 백서에서 “외국인들이 2020년 3월 이후 코스피에서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제한된 정보 접근성, 거래 활동 제한 등 구조적인 이슈가 이 같은 현상의 요인이 됐다고 진단한 바 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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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韓증시 선진지수 편입 위해 공매도 재개 중요”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공매도를 전면 재개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손 이사장은 17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공매도 규제 완화는 한국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이 문제는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어서 정부가 국민을 설득할 논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싼값에 되사서 갚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국내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면 주가 하락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자 2020년 3월부터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이듬해 5월부터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를 구성하는 일부 350개 종목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규제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 꼽아왔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공매도를 금지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손 이사장은 “공매도도 적절한 투자 방법 중 하나”라며 “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을 듣는 것이 지겹다. 지금이 오랫동안 미뤄둔 숙제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공매도 전면 허용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불법 공매도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금융당국과 검찰 등 관계기관이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외신간담회에서 “공매도 전면 재개는 장기적으로 보면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의 일부”라면서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공매도의 완전한 재개 여부는 정부에 결정 권한이 있지만 손 이사장은 한국 유일의 증권거래소 수장이라는 점에서 발언에 무게가 실린다고 평가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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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 위탁 수수료 ‘눈덩이’…2021년 2조 넘어

    국민연금공단이 국내외 민간 자산운용사에 기금을 대신 굴려달라고 맡기면서 주는 수수료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 운용 수수료는 국민이 낸 연금보험료에서 나오는 데 수수료가 커지면 기금수익률과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17일 국민연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위탁 운용에 따라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2021년 2조3424억 원으로 2020년(1조3749억 원)보다 70.4% 급증했다. 국민연금의 위탁 운용 수수료는 2014년 6198억 원에서 2016년 8142억 원, 2018년 9652억 원 등으로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해마다 기금 규모가 커지고 외부 운용사에 맡기는 위탁자금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지급 수수료 추이단위: 원구분수수료2014년6198억2016년8142억2018년9652억2020년1조3749억2021년2조3424억 국민연금의 지난해 위탁 운용 수수료는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아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역대 최악의 수익률(―8.22%)로 약 80조 원의 평가 손실을 냈지만 2021년과 비슷한 규모의 위탁 운용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수료는 위탁계약에 따라 고정비용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전체 기금을 거의 반반씩 나눠서 절반가량은 직접 운용하고, 절반 정도는 위탁 운용한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자산군별 전체 운용현황을 보면 전체 자산 888조9901억 원 가운데 47.9%인 425조6898억 원을 민간 운용사에 맡겨서 운용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미국 실리콘밸리(SVB)금융그룹 주식 1218억 원어치 가운데 위탁 투자분은 약 923억 원 규모였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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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S 위기에 글로벌 증시 휘청… 70조원 긴급 수혈

    미 지역 은행에 이어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 파산 우려가 겹쳐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스위스 당국의 70조 원 상당의 CS 유동성 지원 방침에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이 은행의 덩치가 워낙 커서 ‘제2의 리먼 사태’ 위기감마저 감지된다. 15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전날 진정세로 돌아섰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CS발 위기감에 21.4% 폭락하는 등 지역 은행과 JP모건체이스 등 대형 은행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CS 최대주주인 사우디국영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 불가를 밝힌 뒤 불안이 증폭된 데 따른 것이다. 결국 스위스국립은행(SNB)이 유동성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시장은 일단 진정됐다. 1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08% 하락한 2,377.91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향후 CS 정상화까지 불안 조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유보할 것이란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다음 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 경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에 16일 뉴욕 증시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개장 직후 35% 이상 폭락하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국민연금 보유 CS 주식 3000억 추정… 해외투자 리스크 증폭 또 불거진 CS 파산 위기 최대주주 사우디銀 “지원 불가”에SVB 파산 공포 투자자 주식 투매유동성 지원에 우선 급한불만 꺼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앞으로 더 많은 고통이 닥칠 것이다.” 15일(현지 시간) 밥 미셸 JP모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은 이제 어제의 싸움이다. 지금부터는 금융 안전성과의 싸움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에 이어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며 글로벌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 우려가 커졌다. 1856년 설립된 CS는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5800억 달러(약 761조 원)로, 지난주 파산한 SVB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CS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만들어진 국제 은행 규칙에 따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으로 분류될 만큼 영향력이 큰 IB다. 한국도 국민연금의 CS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최대 4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등 CS가 파산한다면 적잖은 여파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동성 지원’에 진정세…정상화까지 먼 길지난해 하반기 제기된 CS 파산 우려는 한동안 잠잠하다 최근 SVB 폐쇄 후폭풍으로 다시 불거졌다. 14일 연례 보고서가 지난해 회계 내부 통제에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으며 고객 자금이 계속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하자 고객 불안은 더 커졌다. 15일 지분 9.9%를 보유한 최대 주주 사우디국립은행이 “보유 지분 10% 미만 제한으로 추가 지분 구입(자금 지원)이 힘들다”고 밝히자 투자자들은 CS 주식을 투매했고 주가는 장중 30.8%까지 폭락했다. SVB 파산 후폭풍에 휘청이다 겨우 진정세를 보이던 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비롯한 은행주는 다시 폭락세로 돌아섰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최근 5일간 36.2% 급등했다. 15일 스위스중앙은행이 “(CS에)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긴급 발표하고 나서야 날뛰던 금융시장은 진정될 기미를 보였다. 16일 코스피는 장 초반 CS 악재에 낙폭을 키우며 1%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스위스국립은행(SNB)의 대규모 유동성 지원 소식에 안정을 되찾으며 전날보다 0.8% 내린 2,377.91로 거래를 마쳤다. 마찬가지로 장중 1.7% 넘게 급락했던 코스닥지수도 혼조세를 보인 끝에 0.10% 오른 781.8로 마감했다. 금융 불안이 커지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3원 오른 1313.0원에 마감했다. SNB가 유동성을 지원하더라도 CS 증자에 참여할 기업을 찾기 어려워서 CS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S와 거래 관계가 깊은 미국 정부도 이날 재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CS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 CS 파산 공포, 국민연금도 물렸다국민연금이 보유한 CS 주식 규모가 3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돼 우려를 낳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자산 대비 CS 주식 비중은 0.11%로, 약 2755억 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민연금이 2018년 이후 보유한 CS 주식 비중은 해외주식 자산 대비 0.11∼0.13% 수준이기 때문에 이 같은 비중을 지난해 말에도 유지했다고 가정하면 국민연금의 CS 주식 위험노출액(익스포저)는 2650억∼3130억 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2021년 말 기준 CS 회사채도 1253억 원 보유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SVB 주식을 1218억 원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직접투자분이 295억 원, 위탁투자분이 923억 원이다. 파산한 SVB에 이어 CS에서까지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리스크가 커진 셈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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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 기반 리서치 서비스… 주요 ETF 분석해드려요”

    한국투자증권이 인공지능(AI) 기반 리서치 서비스 ‘AIR(AI Research)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다. AIR ETF는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한 AI를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ETF를 분석하고 보고서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분석 대상 종목 수는 현재 124개로 지속 확대된다. 보고서에는 ETF에 관한 설명은 물론 최근 수익률과 펀더멘털(기초체력), 피어그룹(비교대상) 분석 등 알아보기 쉽게 시각화한 다양한 데이터를 담았다. 또 텍스트 마이닝 기법과 키워드 분석 등 자체적인 분석 모델을 활용해 주요 이슈와 연관된 ETF를 자동으로 찾아 제시해 주는 것도 특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7월 국내 주식을 대상으로 AIR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AIR는 매일 쏟아지는 3만여 건의 뉴스 콘텐츠를 계량분석하고 선별한 뉴스를 투자자에게 알아보기 쉬운 리포트 형식으로 제공해 화제가 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분석 범위를 미국 주식까지 넓혔고 올해 2월에는 미국 ETF까지 확장했다. AIR는 출시 후 올해 2월까지 국내 주식 7613개, 미국 주식 5626개 종목 코멘트를 내놨다. 중복을 제외한 국내 기업만 따져도 1689개 종목이다. 전체 국내 증시 상장기업의 72%를 다룬 셈이다. 특히 투자정보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중소형 주식을 폭넓게 커버했다. AIR가 지난해 다룬 1173개 국내 주식 가운데 85.1%는 시가총액 1조 원 미만 기업이다. 국내 증권사가 한 번도 리포트를 발간하지 않은 기업은 523개로 발간 종목의 44.6%에 달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R는 중소형주 발굴 측면은 물론 광범위한 글로벌 시장의 주제나 이슈 또한 빠르게 제시해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AI 기술을 활용해 리서치 역량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가상인간을 활용한 리서치 보고서 콘텐츠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쇼미더 리포트’라 이름 붙인 이 서비스는 가상인간 ‘한지아’가 시의성 있는 리서치 보고서를 선별해 3∼4분 길이의 영상으로 짧게 요약 설명해준다. 읽거나 듣는 보고서 형태를 벗어나 모바일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숏폼 콘텐츠 방식을 채용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보다 쉽게 시장 전망과 투자 의견을 전달하려는 목적이다. 한지아는 AI 서비스 전문 기업 이스트소프트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가상 캐릭터로 올해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얼굴을 학습해 외모를 구성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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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상장 주식 거래자 수 매월 11%씩 증가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는 ‘디깅 모멘텀’(Digging Momentum)이다. 채광, 채굴을 뜻하는 디깅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본인이 좋아하고 선호하는 분야에 깊게 파고드는 현상을 말한다. 디깅 모멘텀은 소비를 넘어 투자에도 적용돼 비상장 주식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제품과 서비스, 관심 분야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데다 미래 가치가 뛰어난 기업의 주식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어 비상장 주식시장의 디깅러(디깅을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거래하는 투자자 수는 지난해 7월 이후 매월 약 11%씩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인당 평균 거래대금도 꾸준히 올라 지난해 7월 1만8494원에서 그해 11월 2만8995원으로 57% 증가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일반투자자 대상 거래 가능 종목은 총 56개로 민간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중 가장 많은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누적 거래대금은 1조1000억 원에 달한다. 기존 비상장 주식시장은 공시 의무 없이 허위 정보들이 산재돼 있어 정확한 기업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현재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등록된 기업들은 감사보고서 등 정기공시와 주요 경영사항을 파악할 수 있는 수시공시, 풍문이나 보도의 사실 여부와 중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조회공시 의무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국내 대형 증권사인 삼성증권과 제휴를 통해 비상장 기업 분석 리포트 서비스도 제공한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차별화된 편의 기능으로 복잡한 절차 없이 관심 있는 유망 기업에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다. 모바일 기반의 간편하고 직관적인 종목 탐색 환경이 구현돼 있어 트렌드 탐색에서 거래 체결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인기 종목들이 홈 화면 최상단에 배치돼 트렌드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구매하기’ 버튼이 함께 연동돼 초보 투자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테마별 탐색’ 기능을 통해 디깅러들이 선호하는 분야의 유망 기업들을 체크할 수 있고, 공모주 일정 탭에서 단계에 따른 상장 일정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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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금리에 시중 통화량 9년5개월만에 감소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올해 1월 시중 통화량이 9년 5개월 만에 감소했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통화량(M2·광의통화)은 3803조4000억 원으로 한 달 새 6조7000억 원(―0.2%) 줄었다. 통화량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13년 8월(―0.1%) 이후 처음이다. 증감률도 2011년 1월(―0.3%) 이후 가장 낮았다. 한은은 앞서 지난해 12월 통화량이 전월 대비 0.2%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정기 계절변동 조정을 거치면서 0.1% 증가로 수치가 최종 변경됐다. M2는 현금과 요구불 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협의통화(M1)와 2년 미만 정기 예금, 금전신탁,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한다. 금융상품별로는 정기 예·적금이 전월 대비 18조9000억 원 늘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25조8000억 원 줄며 2002년 12월 통계편제 이후 역대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금리가 높은 정기 예·적금으로 일부 자금이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주식과 채권투자 수요가 회복되면서 머니마켓펀드(MMF)와 수익증권은 각각 15조4000억 원, 4조2000억 원 늘었다. 통화량 감소를 두고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한 파급 효과가 시중 통화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단,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들이 연초 부가세 납부 등의 자금 수요로 수시입출식 예금 등에서 돈을 빼냈다”며 “통화량 감소세가 지속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202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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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권 성평등 문화 확장에 앞장… 저출산 해소에도 도움

    국내 금융지주는 사내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고 ‘유리천장’을 깨는 데 앞장서고 있다. 여성이 근무하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저출산 문제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지주, IBK기업은행은 ‘2023년 블룸버그 성평등지수(Gender-Equality Index·GEI)’ 편입 기업으로 선정됐다. 블룸버그는 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 미국 증권거래소 상장기업 가운데 △여성 리더십과 인재 육성 △동일 임금과 성별 임금 동등성 △포용적 문화 △성희롱 예방 정책 △대외 브랜드 등 5개 부문의 성과를 평가하고 GEI 편입 대상 기업을 선정해 매년 1월 말 발표한다. 올해 GEI 편입 기업은 세계 45개국 484개사로 집계됐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2019년 국내 기업 최초로 GEI에 편입된 이후 5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KB금융은 “유연근무제와 가족돌봄제도 등 워킹맘을 배려하는 가족 친화적 정책과 여성 인재 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직급별 여성 임직원 비율, 성희롱 예방 정책 공개 등의 항목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5년 연속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지난해 6월 2027년까지 계층 및 성별 다양성 확대를 목표로 한 중장기 전략 ‘KB Diversity(다양성) 2027’을 발표했다. 신한금융은 관리자급 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 ‘신한 쉬어로즈(SHeroes)’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양성 평등 문화 정착을 위한 지속적인 사업 성과를 인정받았다. 하나금융도 GEI에 2년 연속 편입됐다. 하나금융의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 ‘하나 웨이브스’는 최근 2년간 전문성과 리더십을 겸비한 여성 리더 70명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6명은 임원으로 승진했다. 올해 처음 지수에 편입된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여성 관리자 비율을 35.4%까지 확대했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여성 관리자 비중은 33.7%로, 한국은 16.3%에 불과하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성별 다양성은 평등의 가치를 넘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남성 육아휴직자도 최근 증가하고 있다. KB금융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 비중은 2019년 7.4%에서 2020년 9.6%, 2021년 11.1%로 늘었다. 다만 신한금융(7.0%)과 우리금융(5.6%), 하나금융(4.1%) 등의 남성 육아휴직 비중은 2021년 기준 10%를 넘지 않아 전체 남성 육아휴직 비중(26.3%)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202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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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은행 추가파산 공포… 이틀새 607조원 증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예금 전액 보장을 외치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 차단에 나섰지만 13일(현지 시간) 미 뉴욕 증시에서 지역 중소형 은행 주가가 급락했고 추가로 파산하는 은행이 나올 것이란 불안이 여전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3, 14일 양일간 세계 금융주의 시가총액이 4650억 달러(약 607조 원) 증발했다. 2020년 세계은행 기준 태국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미국발(發) 금융리스크 우려로 14일 국내 주식시장은 2% 넘게 추락하며 올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증시 개장 직전 연설에서 “미 은행 시스템은 안전하다”고 했지만 투자자의 공포심을 잠재우진 못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기반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애리조나주 피닉스 기반인 웨스턴얼라이언스의 주가는 이날 각각 61.8%, 47.1% 급락했다. 이날 오전 은행주 12곳의 거래도 일시 중단됐다. 전날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담보물만 있다면 1년간 사실상 무제한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SVB, 시그니처은행 등 은행 두 곳이 문을 닫은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14일 아시아 증시도 이 여파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코스피는 전날보다 2.56% 떨어진 2,348.97에 마쳐 아시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지난해 9월 2일(―3.02%) 이후 최대 낙폭이다. 외국인이 약 6400억 원의 주식을 매도하며 지수 급락을 주도했다. 코스닥 지수 또한 3.91% 폭락한 758.05에 마감했다. 이는 대표적 안전 자산으로 꼽혔던 미 국채의 잠재적 위험성이 현실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 채권 가격 급락으로 실현되지 않은 장부상 손실만 6200억 달러(약 810조 원)에 이른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연준의 거듭된 기준금리 인상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 노무라증권 등은 연준이 21, 22일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세계 금융계 전반의 변동성과 불확실성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美 중소은행들 주가 반토막… 코스피, 올해 최대폭 2.56% 급락 추가파산 공포, 금융시장 강타美국채금리, 36년만에 최대폭 하락… 日-대만-홍콩 증시도 일제히 출렁지역 기반 은행들 환경변화 취약… 무디스, 시그니처은행 등급 강등 “워싱턴뮤추얼(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한 은행)도, FTX(지난해 11월 파산한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도 파산 직전까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대마불사’ 은행으로 갈아타는 것이 답인가.” 미국의 지역 기반 중소형 은행 예금주들은 13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등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에 동참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 12일 시그니처은행 등이 잇따라 파산하고 13일 뉴욕 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지역 은행주 또한 급락하자 예금주와 주주들 사이에 급속도로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3일 증시 개장 직전 대국민 연설을 통해 “SVB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세운 SVB의 ‘가교은행(브리지 뱅크)’도 영업을 시작했다. SVB의 주 고객인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은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에서 일단 벗어났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다음 파산 은행은 어디일까’라는 위기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틈새 공략’ 중소銀, 환경 변화에 취약13일 뉴욕 증시에서 지역 기반 중소형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61.9%), 웨스턴얼라이언스(―47.1%), 지온스(―25.72%)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각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애리조나주 피닉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를 기반으로 한다. 이 은행들은 특수 영역에서 틈새시장을 찾는 방식으로 영업해 왔다. SVB도 테크 산업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베이에어리어 일대 포도주 회사들과 끈끈한 거래를 유지해 왔다. 지난주 뱅크런 우려 속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JP모건으로부터 7억 달러(약 9151억 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받은 퍼스트리퍼블릭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대부호 고객 위주의 영업으로 유명하다. 고급주택 담보대출 비중도 높다. 고객이 특정 그룹에 편중되다 보니 연준의 고강도 긴축 등 거시 환경 변화에는 취약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급증한 예금을 관리할 만한 경영진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트위터에 “SVB는 현금(예금)을 쌓아놓고도 전문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어디에서 수익을 내야 할지 몰라 미 국채를 과도하게 매입했다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진단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3일 시그니처은행의 투자등급을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등급인 ‘C’로 부여했다. 퍼스트리퍼블릭 등 5개 미 지역 은행에 대한 등급 강등 또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추가 파산 없이 48시간 지나야 진정될 것”고객 예금 보증으로 당장의 불안은 잠재웠지만 미 중소형 은행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고객들은 중소형 은행에서 돈을 빼 대형 은행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엘리슨 헤네시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통신에 “이런 상황이 계속 확대되면 중소형 은행에서 유동성이 고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위기가 미 최대 온라인 증권거래업체 ‘찰스슈워브’ 등 장기 채권 보유량이 많은 대형 금융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찰스슈워브 주가 또한 11.6% 하락했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로크 수석시장전략가는 CNN에 “추가 파산 없이 48시간까지 버텨야 현재 가장 큰 문제인 ‘신뢰의 위기’가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VB 사태의 여진은 14일 아시아 증시도 덮쳤다. 1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56% 하락한 2,348.97로 마쳤다.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시장은 더 큰 타격을 입어 전날보다 3.91% 떨어진 758.05에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 역시 2.19% 떨어졌다. 대만과 홍콩 증시도 1%대 하락했다. 지역 은행을 위기로 몰아넣은 국채 금리는 위기 확산에 크게 흔들렸다. 13일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준의 고강도 긴축 완화 전망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장중 한때 약 0.50%포인트 하락해 4%대 밑으로 떨어졌다. 1987년 미 증시 급락 ‘블랙 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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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은 어디?…美 중소형 은행들 위기감 확산

    “워싱턴뮤추얼(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한 은행)도, FTX(지난해 11월 파산한 미 가상화폐 거래소)도 파산 직전까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대마불사(大馬不死)’ 은행으로 갈아타는 것이 답인가.” 미국의 지역 기반 중소형 은행 예금주들은 13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등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에 동참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 12일 시그니처은행 등이 잇따라 파산하고 13일 뉴욕 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지역 은행주 또한 급락하자 예금주와 주주들 사이 급속도로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3일 증시 개장 직전 대국민 연설을 통해 “SVB 은행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세운 SVB의 ‘가교은행(브리지 뱅크)’도 영업을 시작했다. SVB의 주 고객인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은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에서 일단 벗어났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다음 파산 은행은 어디일까’라는 위기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틈새 공략’ 중소銀, 환경 변화에 취약 13일 뉴욕 증시에서 지역 기반 중소형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61.9%), 웨스턴얼라이언스(-47.1%), 지온스(-25.72%)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각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애리조나주 피닉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를 기반으로 한다. 이 은행들은 특수 영역에서 틈새시장을 찾아는 방식으로 영업해왔다. SVB도 테크 산업 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베이 애어리어 일대 포도주 회사들과 끈끈한 거래를 유지해 왔다. 지난주 뱅크런 우려 속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JP모건으로부터 7억 달러(9151억 원) 긴급 자금 지원을 받은 퍼스트리퍼블릭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대부호 고객 위주의 영업으로 유명하다. 고급주택 담보대출 비중도 높다. 고객이 특정 그룹에 편중되다 보니 연준의 고강도 긴축 등 거시 환경 변화에는 취약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급증한 예금을 관리할 만한 경영진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트위터에 “SVB는 현금(예금)을 쌓아놓고도 전문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어디에서 수익을 내야할지 몰라 미 국채를 과도하게 매입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진단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3일 시그니처은행의 투자등급을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등급인 ‘C’로 부여했다. 퍼스트리퍼블릭 등 5개 미 지역 은행에 대한 등급 강등 또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추가 파산 없이 48시간 지나야 진정될 것” 고객 예금 보증으로 당장의 불안은 잠재웠지만 미 중소형 은행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고객들은 중소형 은행에서 돈을 빼 대형 은행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엘리슨 헤네시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통신에 “이런 상황이 계속 확대되면 중소형 은행에서 유동성이 고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위기가 미 최대 온라인 증권거래업체 ‘찰스 슈왑’ 등 장기 채권 보유량이 많은 대형 금융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찰스 슈왑 주가 또한 11.6% 하락했다. 존스 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루크 시장수석전략가는 CNN에 “추가 파산 없이 48시간까지 버텨야 현재 가장 큰 문제인 ‘신뢰의 위기’가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VB 사태의 여진은 14일 아시아 증시도 덮쳤다. 1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56% 하락한 2,348.97로 마쳤다.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시장은 더 큰 타격을 입어 전날보다 3.91% 떨어진 758.05에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 역시 2.19% 떨어졌다. 대만과 홍콩 증시도 1%대 하락했다. 지역 은행을 위기로 몰아넣은 국채 금리는 위기 확산에 크게 흔들렸다. 13일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준 고강도 긴축 완화 전망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0.57%포인트 하락한 연 4.03%로 거래를 마쳤다. 1987년 미 증시 급락 ‘블랙 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

    •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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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서도 은행 파산… 美 “예금 전액 보증” 진화

    미국 테크 기업의 주거래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가상화폐 전문은행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다. 8일(현지 시간) 자진 청산한 실버게이트 캐피털에 이어 며칠 사이 세 번째 미 은행의 파산 소식이다. 미 연방정부는 전면적인 금융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SVB와 시그니처은행 예금에 대해 전액 보증에 나서기로 했다. 12일 미 뉴욕주 금융서비스부는 시그니처은행을 인수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시그니처은행의 총자산은 1103억6000만 달러(약 146조 원)다. 미 역사상 자산 규모 기준으로 두 번째(SVB), 세 번째(시그니처은행) 큰 은행 붕괴 사태가 이틀 새 잇달아 일어난 것이다.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가 확산되자 미 연방정부는 조기 진화에 나섰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FDIC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SVB 고객은 예금을 모두 보증받고 13일부터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시그니처은행에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자금이 필요한 적격 대상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구제금융을 다시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예금은 완전히 보호하겠지만 투자자, 경영진에 대한 지원은 없다”며 “미 은행 시스템은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팬데믹 시기 형성된 거품이 연준발(發) 고금리 국면으로 급격히 전환된 데 따른 금융 불안 요소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에 따라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하거나 동결 피벗(정책 전환)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당국의 개입 발표에 따라 직후 개장한 한국과 아시아 금융시장은 ‘블랙 먼데이’를 피했다.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67%(16.01포인트) 오른 2,410.60으로 거래를 마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참모들에게 주문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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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드만삭스 “美 3월 금리인상 없을것”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강경 긴축 발언 이후 시장에 팽배했던 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복귀 전망은 자취를 감췄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SVB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꼽히는 만큼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달 21∼22일(현지 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까지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12일 보고서에서 “SVB 사태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경로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광범위하다”며 “연준이 3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건너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이 우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직면한 은행들에 상당한 유동성을 제공하고 예금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금리 전망 경로를 수정하면서 연준이 5, 6, 7월 FOMC에서 각각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최종 금리 수준은 연 5.25∼5.50%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 등이 공개되자 빅스텝을 전망하던 목소리는 사라졌다.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13일 낮 12시 45분 기준 연준이 이달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97.4%에 달했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금리 동결 전망은 2.60%였다. 불과 24시간 전만 해도 40%가 넘었던 빅스텝 전망은 아예 사라졌다. 지난달 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한은도 다음 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은은 다음 주 발표될 연준의 통화정책방향을 확인한 뒤 3월 물가상승률과 환율 추이 등을 보고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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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블랙먼데이 피했지만… 당국 “불확실성 주시”

    국내 금융시장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여파는 현재로선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업계는 이번 사태로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코스닥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나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미 SVB 파산으로 ‘블랙 먼데이’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예상과 다른 흐름을 보인 것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적극적인 SVB 리스크 완화 개입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 가능성 둔화, 양회 폐막에 따른 중국 경기 부양 정책 기대감 등에 힘입어 상승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금융시장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흐른다. 한국투자공사(KIC)는 작년 12월 31일 기준 SVB의 모회사인 SVB파이낸셜의 주식 2만87주(약 60억2000만 원 상당)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도 작년 말 기준 10만795주를 가지고 있다. KIC는 SVB에 이어 파산한 뉴욕주 시그니처은행 주식도 9만1843주(약 137억9000만 원 상당) 보유 중이다. 미국 정부는 채권과 주식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KIC와 국민연금은 보유 주식을 허공에 날릴 수도 있다. 벤처투자 업계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불황인 벤처투자 현황에서 분명한 악재”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 투자금액은 6조76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9% 감소했다. 금융위원회는 거래 상대방의 부도로 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떠안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은행의 위험노출액 한도 규제를 1년 연장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거래 기관별 위험노출액을 자기자본 대비 25% 이내로 관리하도록 규제해 왔다. 한편 신용평가사 피치는 13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전망도 ‘안정적’(stable)으로 봤다. 다만 고금리·고물가와 대외 수요 위축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은 1.2%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국제통화기금(IMF) 1.7%보다 낮은 수치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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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먼데이 피했지만…국내 코스닥-벤처 투자 악재 우려

    국내 금융시장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여파는 현재로선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업계는 이번 사태로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 코스닥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나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미 SVB 파산으로 ‘블랙 먼데이’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예상과 다른 흐름을 보인 것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의 적극적인 SVB 리스크 완화 개입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 가능성 둔화, 양회 폐막에 따른 중국 경기 부양 정책 기대감 등에 힘입어 상승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금융시장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국투자공사(KIC)는 작년 12월 31일 기준 SVB의 모회사인 SVB파이낸셜의 주식 2만87주(약 60억2000만 원 상당)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도 작년 말 기준 10만795주를 가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채권과 주식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KIC와 국민연금은 보유 주식을 허공에 날릴 수도 있다.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시장과 벤처투자는 당분간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불황인 벤처투자 현황에서 분명한 악재”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 투자금액은 6조7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감소했다. 금융위원회는 거래 상대방의 부도로 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떠안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은행의 위험노출액 한도 규제를 1년 연장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거래 기관별 위험노출액을 자기자본 대비 25% 이내로 관리하도록 규제해 왔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 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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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드만삭스 “3월 美 금리 인상 없을 것”…한은도 내달 동결 가능성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강경 긴축 발언 이후 시장에 팽배했던 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복귀 전망은 자취를 감췄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SVB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꼽히는 만큼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달 21~22일(현지 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12일 보고서에서 “SVB 사태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경로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광범위하다”며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을 건너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이 우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직면한 은행들에 상당한 유동성을 제공하고 예금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금리 전망 경로를 수정하면서 연준이 5, 6, 7월 FOMC에서 각각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최종금리 수준은 연 5.25~5.50%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 자금운용회사인 페퍼인터내셔널의 캐롤 페퍼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최대 책무는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므로 이번 사태가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잠시 쉬어갈 명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 등이 공개되자 미국 선물시장에서 이달 연준의 빅스텝 가능성이 ‘제로’로 돌아섰다. 선물 금리로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13일 오전 12시 45분 기준 연준이 이달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은 97.4%에 달했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금리 동결 전망은 2.60%였다. 불과 24시간 전만 해도 40%가 넘었던 빅스텝 전망은 아예 사라졌다. 지난달 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한은도 다음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시 한 번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은 다음주 발표될 연준의 통화정책방향을 확인한 뒤 3월 물가상승률과 환율 추이 등을 보고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13일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현재로서는 미 SVB, 시그니처은행 폐쇄 등이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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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투자심리 위축-코스피 추락 우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에 금융당국도 12일 즉각 이번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점검하고 나섰다. 은행의 ‘초고속 파산’이 금융권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불안을 키워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10일 2,394.59로 장을 마감하는 등 이미 2,400 선이 무너진 코스피가 SVB 사태의 여파로 더 추락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가 너무 높은 수준에 있는 상태에서 (SVB 파산으로) 주식시장에 다시 한 번 구조적인 문제점이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VB와 거래한 국내 기업들과 기관, 벤처캐피털(VC)도 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SVB의 모기업인 SVB금융그룹 주식을 지난해 말 기준 10만795주(당시 주가 기준 약 304억 원) 보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230달러 수준이었던 주가는 9일(현지 시간) 106.04달러로 급락했고, 현재 거래가 정지돼 투자금 회수 가능 여부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국내 한 투자회사 대표는 “최악의 경우는 막 펀드레이징을 끝낸 큰돈을 모두 SVB에 넣은 경우”라고 말했다. 주말 내내 피해 사례 등 사태 파악에 나선 국내 한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회사) 대표는 “이번 사태가 투자 혹한기를 맞아 구조조정과 긴축 재정에 들어간 국내 스타트업계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금융 수장들은 이날 간담회를 열고 “이번 사태가 미국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우세하다”고 전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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