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은 내가 듣는 음악에 간다’ 음원 수익에도 民意 반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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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 새 분배 시스템 시도 관심

21일 열린 디지털경제포럼 세미나에서 네이버가 ‘바이브‘의 새로운 수익 분배 시스템 VPS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21일 열린 디지털경제포럼 세미나에서 네이버가 ‘바이브‘의 새로운 수익 분배 시스템 VPS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총선을 통해 선거법 개혁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다. 새로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낳은 부작용 때문이다. 결국 선거제도의 핵심은 민의(民意)를 얼마나 잘 반영하느냐다.

음원 플랫폼에서도 ‘이용자 민의’가 최근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네이버 뮤직’의 후신인 ‘바이브(VIBE)’가 화두를 던졌다. ‘내돈내듣(내 돈은 내가 듣는 음악에 간다)’ 캠페인이다. 요즘 온라인은 물론 가두 광고까지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바이브는 기존의 비례배분제에 대한 대안으로 VPS(바이브 페이먼트 시스템)를 주창하고 나섰다.

현재 국내외 주요 음원 플랫폼들은 저작권자, 저작인접권자에게 수익을 나눌 때 ‘비례배분제’에 따른다. 한 달간 모든 이용자의 재생 횟수 총합을 구한 뒤 많이 재생된 곡의 비율에 따라 권리자들(작사 작곡 편곡 연주 가창 제작 유통 등)에게 나눠 주는 방식이다.

비례배분제를 더 들여다보자. 이를테면 멜론에서 한 달간 전체 음원이 3억 회 재생됐는데, 방탄소년단의 노래들이 그중 1억5000회를 차지했다면 전체 수익의 절반이 방탄소년단에게 간다. 즉, 본인이 한 달간 다른 노래는 안 듣고 방탄소년단의 노래만 들었을 경우, 개인의 사용료의 절반은 방탄소년단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절반은 재생수 순위에 따라 본인이 듣지 않은 노래에도 배분된다. 같은 원리로 다른 편에서 보면, 방탄소년단 노래를 한 번도 안 들은 사용자의 이용료 중 절반이 방탄소년단에게 가는 셈도 된다.

이에 비해 VPS는 어떤 사용자가 한 달 내내 인디 밴드 두 팀의 노래만 들었다면, 수수료 등을 뺀 수익은 그 두 팀에만 고스란히 간다.

이태훈 네이버 뮤직비즈니스 리더는 21일 디지털경제포럼 세미나에서 VPS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레전드급 뮤지션’ K는 정산 금액이 60%, ‘전 세대가 즐겨 듣는 트로트 뮤지션’ S도 74% 증가했다. 반면 VPS를 적용했을 때 정산 금액이 94%나 줄어든 곡도 있었다. A곡은 하루에 3만481회 재생됐는데, 실제 곡을 들은 사람은 6명이었다. 바이브 관계자는 “비례배분제에서는 특정 곡을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이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멜론, 지니, 플로, 벅스 등 다른 플랫폼들은 “분배 방식 변화를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한 대형 음원 플랫폼 관계자는 “(VPS가) 음원 사재기나 아이돌 스밍 총공(스트리밍 총공격)의 부작용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소비량이 적은 가수에게 과장된 배분이 이뤄지는 또 다른 모순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리자들도 일단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한 인디 음반 제작사 대표는 “좋은 시도로 읽히나 일단 정산 자료를 받아 비교해봐야겠다”고 했다.

홍보는 먼저 진행하지만 VPS는 아직 시행 전이다. 바이브 관계자는 “저작권 단체들과 협의 중이다.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바이브#음원 수익#내돈내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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