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인 13일 ‘망국(亡國)의 통한(痛恨)’이란 항일 사료집을 펴낸 심정섭(65·전 광주송원정보여고 교감·사진) 씨.
그는 구한말 의병활동을 했던 주촌 심의선(1870∼1945) 선생의 증손자이자 중국 상하이(上海)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백강 조경한(1900∼1993) 선생의 외손자다.
232쪽 분량의 사료집에는 일제강점기 친일인사의 행적과 일본의 경제 수탈 자료 등 사진 500여 점과 설명이 실려 있다.
일본이 전쟁 비용을 마련하려고 발행한 국채, 군수품 공출 명령서, 소작료 보고서를 비롯해 이완용 등 ‘을사오적’의 친필 서신과 친일 잡지는 사료적 가치가 높다.
병력 보급을 위해 출산을 장려한 친일파 금융인의 협회보, 독립군 토벌 장면을 촬영한 화보, 태평양전쟁이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유인물도 보기 드문 자료다.
심 씨는 “항일 자료를 모으고 공개하는 일은 올바른 민족정신 구현과 후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집한 독립운동과 친일 행적 관련 자료는 3000여 점. 매천 황현(1855∼1910) 선생의 서신과 면암 최익현(1833∼1906) 선생의 친필 휘호, 친일파 이두황이 직접 쓴 족자는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구했다.
심 씨는 “다섯 살 때 외조부와 함께 백범 김구 선생을 만난 인연 때문에 백범의 사진과 친필 사인이 들어 있는 백범일지를 가장 애지중지한다”며 “그동안 모은 자료는 전남 순천시에 외조부의 유물전시관이 생기면 기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