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규인]‘서울올림픽 유산’ 패럴림픽, 평창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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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중국 국적을 취득한 전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임효준(25) 관련 소식을 확인하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관련 페이지에 들어가자 휠체어 컬링 관련 기사가 눈에 띄었다.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특별 페이지도 아니었다. 그냥 대회 준비 상황을 알리는 페이지(籌備進展)였다.

우리는 흔히 ‘○○○ 올림픽 조직위원회’라는 표현을 쓰지만 2018 평창 대회 때도 조직위 공식 명칭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였다. 그러니 조직위 차원에서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구분하는 건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9일은 평창 패럴림픽이 막을 올린 지 꼭 3년째 되는 날이다. 평창은 패럴림픽 유산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지 궁금해 ‘2018 평창 기념재단’에서 운영 중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 기념관’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았다. 분명 기념관 공식 명칭에는 패럴림픽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었지만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패럴림픽 관련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주 경기장 자리에 위치한 실제 기념관에서는 그나마 ‘흔적’은 찾아볼 수 있다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패럴림픽을 올림픽과 함께 개최하게 된 건 1988 서울 대회가 전 세계 스포츠에 남긴 유산이다. 당시 서울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에서 △올림픽 시설을 활용해 △올림픽에 연이어 장애인올림픽을 개최했다. 이렇게 올림픽과 ‘나란히(para)’ 대회를 연다고 해서 장애인올림픽을 패럴림픽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또 패럴림픽 최우수선수(MVP)가 받는 상 이름은 ‘황연대 성취상’이다. 한국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의사가 된 황연대 박사(83)가 서울 대회 때 “좋은 곳에 써 달라”며 ‘오늘의 여성상’ 상금 200만 원을 기부한 게 이 상을 마련한 계기가 됐다.

요컨대 패럴림픽 역사와 한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그런데도 평창 기념관이 패럴림픽을 이렇게 외면하고 있다. 평창 조직위는 대회를 앞두고 마련한 ‘패럴림픽 데이’ 때도 올림픽 엠블럼만 내걸어 도마에 오른 적이 있었다. 우리가 만든 전통이 되레 안방에서 무시당해서야 되겠나.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kini@donga.com
#서울올림픽#유산#패럴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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