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만의 색깔을 버려라[VNL] [발리볼 비키니]※칼럼을 시작하기 전 이번 ‘발리볼 비키니’는 배구 전문지 ‘더 스파이크’ 7월호 기사 ‘한국만의 색깔을 찾아라[VNL]’와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참가한 거의 모든 팀이 엇비슷한 배구를 합니다. 한국만 예외입니다.이런 현실과 무관하게 한국 배구 지도자 사이에서는 ‘아시아 배구 스타일의 정교함을 바탕으로 한 빠르기의 배구’를 한 것인지 아니면 ‘빠르기를 갖춘 높이와 파워를 앞세우는 배구’를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진심으로 궁금합니다. 두 배구 스타일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시면 제 e메일(kini@donga.com)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확실한 건 한국 배구계에는 이렇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그리고 이런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스스로도 잘 모릅니다.서브를 보고 리시브라고 하는 사람은 서브가 무엇인지 모를뿐더러 리시브도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니까요.지난번 발리볼 비키니 에 ‘숨은그림찾기’가 하나 들어 있었습니다.눈이 밝은 독자분께서 찾아주실 거라고 믿었는데 역시나 이런 e메일이 도착했습니다.‘이번 기사에 나온 움짤(GIF) 가운데 이선우가 때린 공은 시간차가 아닙니다. 이선우가 네트 쪽으로 뛰어 들어야 시간차입니다.’지난번 칼럼에 넣었던 GIF를 다시 한번 보겠습니다.독자님 설명이 맞습니다. 정호영(21·KGC인삼공사)이 상대 블로커를 결제하는 차원에서 트릭 점프를 뛴 건 맞지만 이선우(20·KGC인삼공사)는 그냥 직선으로 달려들어서 공격했습니다.한국배구연맹(KOVO) 공식 기록원(KOVIS)이었다면 이 플레이는 그냥 (한국에서만 쓰는 용어인) ‘퀵오픈’으로 기록했을 확률이 높습니다.그렇다면 2019년 3월 5일 남자부 안산 경기에서 나온 아래 플레이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이 경기를 중계한 강준형 KBSN 아나운서 콜은 ‘시간차’, 한국배구연맹(KOVO) 공식 기록원(KOVIS) 판단은 ‘이동’이었습니다.사실 강 아나운서도 먼저 시간차라고 정의한 뒤 삼성화재 손태훈(29)이 움직이면서 공격했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혹시 손태훈 포지션이 ‘센터’라서 시간차가 아니라 이동 공격이 된 건 아닐까요?그럼 아래 GIF에서 삼성화재 ‘레프트’ 송희채(30·현 우리카드)가 같은 해 1월 8일 대전 안방 경기에서 성공한 이 공격은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이번에도 물론 KOVIS 판단은 ‘이동’이었습니다.손태훈은 몰라도 이 송희채가 구사한 이 공격 스타일은 배구 팬들이 흔히 이동 공격이라고 부르는 형태와 아주 다릅니다.보통은 센터가 코트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뛰어간 뒤 한 발로 점프해 스파이크를 날리는 걸 이동 공격이라고 부르니까요.아래 GIF에서 이다현(21·현대건설)이 보여주고 있는 바로 이 스타일 말입니다.아무리 봐도 서로 스타일이 다른데 한국에서는 전부 이동 공격입니다.한국 중계방송에서도 A 속공과 B 속공을 구분하고, 파이프와 소위 ‘라이트 백어택’을 나누지만 KOVO는 그저 △오픈 △속공 △퀵오픈 △시간차 △이동 △후위 등 여섯 가지 형태로만 공격 유형을 기록합니다.그러면서 자연스레 배구 팬들 머리속 공격 유형도 이 분류를 따라갑니다.반면 해외에서는 송희채 케이스는 플레어(flare), 이다현 케이스는 슬라이드(slide)로 구분합니다.어떤 대상을 얼마나 자세히 나누는지는 세상을 보는 우리 인식을 바꿔 놓습니다.위에 나온 쇠고기 분위 분류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미국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1901~1978)에 따르면 한국인은 전 세계에서 쇠고기를 가장 세분하는 민족입니다.그래서 한국인은 배구 전문 팟캐스트 ‘차돌배구 쇼’를 듣는 것과 동시에 ‘차돌박이’도 먹을 수 있습니다.반면 미국에는 양지(brisket)까지만 있을 뿐 양지 가운데 차돌박이에 해당하는 부위를 특정하는 표현은 없습니다.당연히 미국산 쇠고기에도 차돌박이에 해당하는 부위가 있지만 정확하게 똑같은 의미로 쓰는 영어 표현은 없는 겁니다.스위스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1857~1913)는 이에 대해 “대상이 언어에 선행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대상에 선행한다”고 표현했습니다.배구 용어도 물론 마찬가지입니다.위에 있는 그림은 미국 여자 배구 대표팀에서 활용하는 공격 종류입니다. 미국배구협회는 이 중 노란색으로 칠한 용어는 외워두고 있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주문합니다.이렇게 따로 표시한 것만 세어도 13가지로 KOVO 기준보다 두 배 이상 많습니다.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시도하는 공격은 ‘템포’ 단위로 이를 구분합니다.예를 들어 코트 왼쪽에서 구사하는 Go - Hut - 4는 뒤로 갈수록 세터가 느리게 공을 띄우는 공격 형태를 뜻합니다.(이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시겠다면 지난번 발리볼 비키니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면 한국에 이런 공격을 구사하는 팀이 전혀 없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그저 적어도 ‘일반적으로’ 이런 식으로 공격을 구분하는 ‘문화’가 한국에는 없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은 것뿐입니다.그러니까 김춘수 시인(1922~2004)이 이야기한 것처럼 ‘하나의 몸짓’이 우리에게 와서 ‘꽃’이 될 수 있도록 ‘이름’을 찾아주자는 뜻입니다.다른 말로 하면 양지가 아니라 차돌박이를 먹자는 뜻입니다.여기서 잠깐 농구 코트 쪽으로 시선을 옮겨 보겠습니다.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 주장 이대성(32·한국가스공사)은 한국 농구계에서 보기 드문 ‘미국 유학파’입니다.미국 하와이 브리검영대로 유학을 다녀왔고 프로 입단 이후에도 미국프로농구(NBA) 하위 리그인 G리그 무대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대학에 입학하려면 120점 만점인 토플 점수가 60점 이상이어야 했는데 알파벳밖에 모르던 상태에서 반년 만에 82점까지 올린 건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대성은 유튜브 채널 ‘매거진농구인생’에 출연해 “인식의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어떤 분야든지 최대치 가치를 두는 부분이 있잖아요.우리나라 농구 하는 사람들은 속이는 농구가 최고라고 가치를 둬요. 이쪽으로 보고 저쪽으로 패스하고, 내가 오른쪽으로 가는 척하면서 왼쪽으로 가고.제가 미국에서 배운 농구의 최고 레벨은 내가 왼쪽으로만 가는데 왼쪽을 뚫어야 되고, 이 수비자가 내가 슛을 쏘는 걸 아는데 못 막는 거예요.이게 농구의 가장 궁극적인 최고 레벨이에요. 이게 정립이 되어야 슈퍼스타가 나오고 천재가 나와요.(그런데 우리는) 더 밑의 레벨을 최고라고 알고 있어서 위로 못 올라가는 거죠. 그래서 이런 교육적인 시스템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배구는 다른가요? 한국 배구계는 정말 최고 레벨이 배구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나요? 그리고 그리로 올라가려고 노력하고 있나요?이대성이 이야기한 것처럼 최고 레벨에 오르려면 인식을 바꿔야 하고 인식을 바꾸려면 용어부터 바꿔야 합니다.소 앞가슴과 배에 붙어 있는 고기를 뭉뚱그려서 ‘양지’라고 부르면 절대 고소하고 쫄깃한 ‘차돌박이’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한국 배구에서 세터가 거의 수평으로 공격수에게 공을 보내는 ‘슛(shoot)’을 보기 힘든 건 ‘퀵오픈’이라는 콩글리시에 이런 시도를 전부 가둬놓기 때문은 아닐까요?또 있습니다. 저도 이 칼럼에서 센터, 레프트, 라이트 같은 표현으로 선수 포지션을 지칭했지만 실제로 각 선수가 이 자리에서만 플레이하는 건 아닙니다.미들 블로커, 아웃사이드 히터, 아포짓처럼 플레이 특성에 따라 포지션을 나누는 게 맞습니다. 또 한국 배구 팬이 흔히 아는 A, B, 백A, 백B 형태로 속공을 나누는 나라도 한국과 (실력과 무관하게 배구가 국기인) 네팔 정도밖에 없습니다.언어가 국내용이면 세계관도 국내용일 수밖에 없습니다.요컨대 지금 한국 배구에 중요한 건 ‘한국만의 색깔’을 찾는 게 아닙니다.한국 배구는 오히려 너무 ‘한국만의 색깔’을 고집하다가 세계 배구와 멀어진 겁니다.세계 배구를 어떻게 수입해서 그 언어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아니면 네팔처럼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가 않어’ 모드로 우리끼리 배구 비슷한 놀이를 하고 노는 수밖에 없습니다.‘아시아 배구 스타일의 정교함을 바탕으로 한 빠르기의 배구’도 ‘빠르기를 갖춘 높이와 파워를 앞세우는 배구’도 모두 한국 배구를 못 바꿉니다.행동을 바꾸는 건 이렇게 거창하고 현란한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용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차돌배구 쇼도 많이 구독해 주시고 (N 포털에서 보고 계신다면) 제 이름 옆에 구독 버튼도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상 학부에서 언어학 전공했다고 소쉬르 이름까지 들먹이며 잘난 척해 본 ‘발리볼 비키니’였습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2022-06-28 11:32 
VNL, 한국은 어쩌다? (ಠ_ಠ) 일본은 어떻게? (❛ ᴗ ❛) [발리볼 비키니]문1. 배구에서 속공을 책임지는 포지션은 어디일까요?이 질문에 “이 기자 X 지가 지 입으로 ‘배알못’이라더니 그것도 모르냐? 당연히 센터지!”라고 답하신 분이 적지 않을 겁니다.네, 맞습니다. (드물게 예외가 있기도 하지만) 속공은 전위에서 센터가 구사하는 공격 기술입니다.프로배구 V리그 역사상 여자부 경기에서 가장 속공을 많이 시도한 세 명은 정대영(41·한국도로공사), 양효진(33·현대건설), 김세영(41·은퇴)으로 전부 센터입니다.문2. 그러면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경기 장면을 담은 아래 GIF에서 일본 대표팀이 선보이고 있는 공격 기술은 뭐라고 부를까요?이번에는 ‘파이프’라고 답하신 분이 적지 않을 겁니다.다만 해외에서는 이런 공격법을 BIC(Back Row Quick)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후위 속공’인 셈입니다.그리고 이 장면에서 BIC을 날린 건 ‘레프트’ 고가 사리나(古賀紗理那·26·NEC)였습니다.(일본어 표기법에 따르면 東京가 ‘토쿄’가 아니라 ‘도쿄’인 것처럼 古賀도 ‘코가’가 아니라 ‘고가’입니다.) 따라서 ‘속공은 전위에서 센터가 구사하는 것’이라는 통념은 현대 배구에서는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그러면 파이프와 BIC을 나누는 기준은 뭘까요?미국배구협회는 “공이 세터 손을 떠나는 순간 공격수가 ‘세 번째 걸음’을 내딛는 경우”를 BIC이라고 부릅니다.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요? 미국배구협회는 공격수가 네 번째 걸음에 도약한다고 전제합니다.따라서 공격수 점프 바로 직전에 세터가 공격수에게 공을 띄우는 공격 유형을 BIC이라고 정의한 겁니다.파이프는 ‘첫 걸음’이 기준입니다. 공격수가 세 걸음을 더 걸어야 하기 때문에 세터가 상대적으로 공을 더 높고 또 느리게 띄워야 타이밍을 맞출 수 있습니다.이 기준에 따르면 위 장면에서 박정아(29·한국도로공사)는 BIC이 아니라 파이프 공격을 시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박정아는 세터 염혜선(31·KGC인삼공사)이 공을 띄운 다음에야 ‘따-다닥’ 네트를 향해 뛰어 갔으니까요.또 파이프는 아니지만 김희진(31·IBK기업은행)도 리베로 한다혜(27·GS칼텍스)가 공을 띄우는 걸 지켜본 다음 점프에 들어갔습니다.반면 도미니카공화국은 2단 연결 상황에서도 ‘따닥’ 타이밍에 바로 스파이크를 날렸습니다.이렇게 세터와 공격수가 박자를 맞춘다는 걸 이해하면 ‘낮고 빠른 공격’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쉽습니다.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선수를 경기에 내보내는 게 낮고 빠른 공격을 추구하는 게 아닙니다.(한국에서만 쓰는 표현이지만) ‘퀵오픈’을 세팅할 때는 ‘하이볼’이라고 부르는 ‘오픈’보다 공이 낮고 빠르게 날아갑니다. 이런 공을 정확한 타이밍에 때리려면 공격수도 미리미리 움직여야 합니다.그러면 자연스레 전체적인 경기 템포도 빨라지게 됩니다.위에 있는 장면을 보면 일본은 2단 연결 상황에서도 미리 공격을 준비하는 게 눈에 띕니다.물론 V리그에서 속공이 늘 통하지는 않는 것처럼 낮고 빠른 공격이 무조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야구에서 좋은 투수는 변화구도 잘 던지는 것처럼 배구에서도 ‘체인지 오브 페이스’가 없으면 상대 블로커를 속일 수가 없습니다.‘스피드 배구’라는 (콩글리시) 표현이 실제로 강조하는 건 속도가 아니라 조직력에 가깝습니다.단, 이번 한국 대표팀처럼 낮고 빠른 공격을 못해도 너무 못하는 건 확실히 문제입니다.‘가만히 서 있기 바빠써’ 이런 공격을 못하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그러니 공격 속도가 느린 것뿐 아니라 조직력이라는 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다시 GIF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이 장면에서는 ①박정아가 상대 서브를 ‘예쁘게’ 받아낸 뒤 ② 정호영(21·KGC인삼공사)의 도움을 받아 ③이선우(20·KGC인삼공사)가 스파이크를 날렸습니다.문제는 상대 팀 블로커와 수비진 모두 이 패턴을 꿰뚫고 있었다는 점입니다.아무리 봐도 전위 레프트에 자리한 이선우 말고는 공격을 시도할 것 같은 선수가 보이지 않았거든요. 리시브를 마친 박정아는 수비 모드를 유지했고 정호영은 너무 열심히(?) 트릭 점프를 뛰었습니다. 코트 오른쪽은 상대팀에게 아예 ‘버려도 되는’ 공간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이 장면은 한국 배구 현실 한 가지를 더 보여줍니다.서브 리시브에 신경을 써도 너무 쓴다는 점입니다.그래서 리베로는 물론 레프트 역시 서브 리시브를 마치고 나면 ‘내 일은 다했다’는 듯 한 박자 쉬어 갑니다.상대 블로커와 ‘가위바위보’를 할 때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셈입니다.그런 이유로 한국은 이번 대회서 서브 리시흐 효율 4위(41.3%)에 자리하고도 공격 효율은 압도적인 최하위(0.134)를 기록하고 있습니다.물론 한국이 ‘그나마’ 서브 리시브에서 상위권에 자리할 수 있던 건 ‘서브 리시브 타령’ 때문입니다.V리그는 경기에서 패한 감독이 ‘서브 리시브가 흔들려서 졌다’고 이야기하는 게 고정 레페토리인 리그입니다.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보급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배구 코트로 넘어오면 ‘공격에 실패한 선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서브 리시브에 실패한 선수는 용서할 수 없다’로 바뀝니다.당장 박정아부터 ‘서브 리시브가 왜 그 모양이냐’며 먹은 욕 때문에 수명이 몇 년은 더 늘었을 겁니다.한국에서 서브 리시브를 강조하는 건 일단 상대 서브를 잘 받아야 소위 ‘패턴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그리고 다양한 공격을 전개해야 공격 효율을 끌어올려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위에 있는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서브 리시브를 잘한다고 곧바로 공격도 잘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만약 서브 리시브와 공격이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면 그래프가 이렇게 어지럽게 나타나지 않고 옆으로 곧게 뻗었을 겁니다.이렇게 서브 리시브에만 신경을 쓰면서 한국은 정말 중요한 두 가지를 놓칩니다. 바로 공격과 수비입니다.한국은 공격도 수비도 정말 ‘더럽게’ 못하는 팀입니다.이 그래프에서 수비 성공률은 그냥 상대팀 공격 성공률을 1(=100%)에서 뺀 겁니다.이번 VNL에서 공격 성공률이 36%가 되지 않는 팀도 한국뿐이고 수비 성공률이 56%가 되지 않는 팀도 한국뿐입니다.이런 팀이 상대를 꺾을 수 있다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일 겁니다.이 그래프를 조금 더 자세히 보시면 일본은 수비를 정말 잘하는 팀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디그 숫자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일본은 이번 대회서 28세트를 치르는 동안 디그 558개를 기록했습니다.세트당 상대 득점을 거의 20번씩 막아낸 셈입니다.2위 폴란드는 일본보다 세 세트를 더 뛰었지만 디그는 78.3%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한국은… (여러분 정신 건강을 생각해 간단한 산수 계산은 생략합니다.)일본은 이렇게 디그에 성공한 다음 이런 2단 연결 능력까지 선보입니다.위에서부터 그래프를 꼼꼼히 보신 분이라면 일본이 서브 리시브도 정말 잘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셨을 줄로 믿습니다.그리고 계속 말씀드리고 있는 것처럼 코트 위에서 정말 분주하게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는 것도 눈치채셨을 겁니다.발리볼TV 중계를 보면 일본 팀 플레이를 설명할 때 “모두가 움직인다”, “완전 비디오 게임 같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이를 통해 일본은 작은 키로도 세계 무대에서 살아 남는 법을 증명하고 있습니다.리베로를 제외한 일본 대표팀 중간(median) 키는 177cm로 이번 대회 참가국 가운데 가장 작습니다.일본 대표팀 주장 고가는 키 180cm로 한국 대표팀 평균 키(181.2cm)보다 작지만 총 173점으로 이 대회 득점 부문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2주차 일정을 진행 중인 남자부 쪽도 비슷합니다. 남자부 득점 2위(93점)는 일본 대표팀 라이트 니시다 유지(西田有志·22·JTEKT)로 키가 187cm밖에 되지 않습니다.한국은 이것도 거꾸로입니다. 한국 배구는 늘 ‘장신의 유망주’에만 목말라 합니다.배구 선수가 키가 큰 건 물론 장점이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정말 이란처럼 평균 키 201.3cm인 대표팀을 꾸릴 수 있나요?이번 VNL에서 평균 키 190.9cm였던 일본 대표팀은 10cm도 더 큰 이란을 상대로 3-0(25-19, 25-14, 25-20) 완승을 거뒀습니다.참고로 이란에서는 리베로를 제외하고 가장 키가 작은 모르테자 샤리피(23)가 193cm입니다.앞에서 여러 그래프를 통해 확인한 것처럼 한국 여자 배구는 세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특히 일본 배구로부터는 저만치 떨어져 있습니다.일본 여자 배구가 이렇게 변신에 성공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2020 도쿄 올림픽 한일전 때문이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이 경기에서 일본은 한국에 2-3(19-25, 25-19, 22-25, 25-15, 14-16)으로 패했습니다.고가는 당시 케냐와 맞붙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발목 부상을 당했지만 사실상 8강행 티켓이 걸려있던 한일전 때는 코트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팀 내 최다인 27점을 올렸지만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습니다.고가는 VNL 참가 전 일본 TBS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한국을 상대로 필사적으로 뛰었는데 경기 내내 ‘팀이 하나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올림픽 후 대표팀 은퇴를 고민했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그러면서 “이번에 고민 끝에 주장을 맡으면서 한국 주장 김연경(34·흥국생명)처럼 앞장 서서 이끄는 선수가 되자고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그 결과 일본은 도쿄 올림픽 때와 전혀 다른 팀이 됐습니다.3주차 때부터는 패배를 경험할 수도 있지만 일본이 아시아 배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심지어 이번 일본 대표팀 중간(median) 나이는 24.5세로 ‘성장통’을 앓는다는 한국(25.5세)보다 어립니다.이번 대회 대표팀 가운데 한국보다 중간 나이가 많은 나라는 태국, 이탈리아, 불가리아, 미국뿐입니다.한국이 정말 다시 ‘옛 영광’을 되찾고 싶다면 선수뿐 아니라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냉정하게 말해 한국이 도쿄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쓸 수 있던 건 V리그 외국인 선수 자리를 김연경이 채웠기 때문입니다.세계적인 공격수 김연경 덕분에 세계적 변화에 저항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 한계에 다다랐습니다.속도만 보지 말고 선수들 동선, 세트 방향과 높낮이까지 공간을 3차원으로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그래야 현대 배구에서 이야기하는 조직력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도 점점 이런 배구를 따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2주차 마지막 경기였던 튀르키예(옛 터키)전에서는 움직임이 좋아진 모습이 드물지 않게 눈에 띄었습니다.한국도 할 수 있겠죠?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김연경 배출국인데 8전 전패는 너무 창피하잖아요?이상 [스토리 발리볼] 복귀에 맞춰 돌아온 [발리볼 비키니]였습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2022-06-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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