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독점 위해 계엄”… 이런 시대착오적 권력자 다신 없어야[사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5일 23시 30분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했던 내란 특검팀의 조은석 특별검사가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180일간의 수사 기간을 마치고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했던 내란 특검팀의 조은석 특별검사가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180일간의 수사 기간을 마치고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12·3 비상계엄의 전말을 수사해 온 내란 특검이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동기에 대해 “무력으로 입법권과 사법권을 장악한 뒤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특검은 이날 180일간의 수사를 마치면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준비하기 시작한 시점이 2023년 10월 이전부터라고 특정했다. 윤 전 대통령은 ‘야당 폭거에 대한 경고성 계엄’이라 강변했지만 특검은 최소 계엄 1년 2개월 전부터 이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군을 동원해 여야 정치인들을 제거하려는 모의를 해왔다고 본 것이다.

특검은 그 근거로 계엄에 핵심적 역할을 한 군 수뇌부가 2023년 10∼11월 해당 보직에 임명됐고 이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김 전 장관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사전에 논의한 그대로였음을 들었다. 실제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은 계엄사령관을 맡았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국회와 선관위에 대한 무장 병력 투입, 정치인 체포 시도 등을 지휘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들을 임명한 지 4개월 뒤인 지난해 3월부터 계엄 직전까지 한 달에 한 번꼴로 이들을 삼청동 안가로 비밀리에 불렀다. 이 자리에서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표현까지 쓰며 비판 세력을 조치하려면 비상대권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군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고 특검은 파악했다. 그사이 여 전 사령관은 여야 정치인은 물론 법관까지 포함된 체포 명단을 작성했고,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에 사격·폭파에 능한 특수요원을 선발하라고 요구하며 계엄을 위한 인력 차출을 시작했다. 계엄은 비판자들을 정적으로 몰아 없애려는 구실이었고, 군은 이를 위한 도구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면서 국회 예산 차단, 국회를 대체하는 국가비상입법기구 편성, 5개 언론사 단전 단수, 더불어민주당사 봉쇄 등을 지시했다. 국회와 언론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거론할 필요조차 없는 것들이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엔 ‘차기 대선에 대비해 모든 좌파 세력 붕괴’, 대통령 연임 또는 3선을 위한 헌법 개정 등 계엄으로 국회 기능을 무력화시킨 뒤 진행할 조치로 보이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된 것도 확인됐다.

이는 계엄이 야권 일각의 주장처럼 ‘6시간짜리 해프닝’이 결코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윤 전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계엄으로 불리한 국면을 일거에 뒤집으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그것은 혼자만의 망상을 넘어 군을 동원하기 위한 인사, 그 인사로 진용을 갖춘 계엄 수뇌부에 대한 각종 지시 등으로 구체화됐다. 특검은 김건희 여사 관련 리스크도 계엄의 동기 중 하나라고 봤는데, 추가적인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 역사에 이런 시대착오적 권력자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사법적 단죄야말로 그 시작이다.


#비상계엄#내란 특검#윤석열#계엄 동기#권력 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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