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뛰고 증시 변동성 커지는데 ‘빚투 27조’ 역대 최대[사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5일 23시 24분


국내 주식시장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한계선을 넘고 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1일 기준 27조4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불과 석 달 새 5조 원 급증한 규모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 역시 40조7500억 원으로 3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지난달만 해도 하루 평균 200억 원꼴로 늘었던 마통은 이달 들어 610억 원씩 불고 있다.

이는 ‘주식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 수 없다’는 포모(FOMO) 심리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다. 코스피가 4,100 선을 넘나들자 빚을 끌어다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개미투자자가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증시가 예기치 않은 변수로 조정을 받거나 급락할 경우 빚투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미국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반복되면서 15일에도 코스피가 1.8% 급락하는 등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국고채와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금리가 뛰고 있다. 은행 마통 금리는 연 최고 6%대,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8∼9%대로 높은 편인데, 금리가 더 오르면 투자자들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주가가 폭락하거나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 처분하는 반대매매라도 이어지면 빚의 악순환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다.

경제 체력이 아닌 유동성과 빚으로 쌓아 올린 주가는 외부 충격에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코스피가 3,000을 처음 돌파했던 2021년에도 신융거래융자가 25조 원을 넘었지만 6개월 만에 코스피가 1,000포인트 넘게 급락하며 쪽박을 찬 개미들이 적지 않다. 투자자도 정부도 커지는 주식시장의 과열 경고음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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