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빅딜 부정평가 말라” 증권사에 압력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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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등의 인수합병(M&A)을 발표한 26일 주가 하락을 우려해 일부 증권사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27일 국내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 측은 전날 여러 경로로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이번 M&A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및 거래나 퇴직연금의 운용을 증권사에 맡기고 있다. 증권사는 이런 거래로 수수료를 챙기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한화 정도 규모의 기업이 부정적인 리포트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면 증권사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는 이번 M&A와 관련해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27일 오전에 낼 예정이었지만 이를 배포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다 썼지만 회사 측에서 막아 발표할 수 없었다”며 “당분간 부정적인 의견을 말하기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한화 측은 “26일 매각 발표 당일 각 증권사의 투자설명(IR) 담당자들에게 콘퍼런스콜 형식으로 전화를 돌렸다”며 “콘퍼런스콜은 기업 M&A가 있으면 의례적으로 하는 절차로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내지 말라고 압력을 가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화가 M&A에 따른 자금 부족 문제와 석유화학 산업의 시너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올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케미칼과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이 고부가가치 제품보다는 범용제품 비중이 높아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데다 경기 악화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테크윈의 거래량이 한화그룹으로 매각된다는 발표 전날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공개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감시 강화에 나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매각 발표 전날인 25일 삼성테크윈의 일일 거래량은 연중 최대치인 472만1965주로 집계됐다. 이는 24일까지 삼성테크윈의 일평균 거래량(26만4864주)의 18배 수준이다.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이번 ‘빅딜’로 한화그룹에 매각되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27일 한화그룹으로 매각되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 ‘AA’에 대한 전망을 각각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한기평은 삼성테크윈에 대해 “한화그룹으로의 매각은 이 회사 신인도에 부정적”이라며 “최대 주주 및 소속 그룹의 변화에 따라 고정거래 기반 등의 측면에서 실적 개선 전망이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 한화에너지 등 3개사를 등급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한다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추후 한화에너지 등 인수주체의 인수자금 조달 방안과 피인수 기업인 삼성테크윈, 삼성토탈의 계열 변화에 따른 영향 등을 분석해 최종 신용등급을 결정할 예정이다.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박민우 기자
#한화#빅딜#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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