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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떡 배달판매 허용됐다지만… 택배 배송은 여전히 금지

입력 2014-09-04 03:00업데이트 2014-09-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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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미해결 규제
경기 고양시에 살고 있는 박모 씨(58·여)는 얼마 전 서울의 유명 떡집에서 떡을 배달시키려다 포기했다. 떡집이 택배를 통한 배달이 안 된다며 거절했기 때문이다. 떡 배달판매는 지난해 ‘손톱 밑 가시’ 개선 과제로 꼽힌 데 이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도 건의돼 정부가 5월 해결했다고 밝힌 규제다.

하지만 택배와 퀵서비스 등 전문배달업체를 통한 배달은 떡이 상할 우려가 있다며 여전히 금지돼 있어 ‘유명무실한 규제개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상인들의 건의를 받아 추가 규제개선을 지시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1월부터 택배를 통한 배달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한 번에 풀 수 있는 규제를 두 번에 나눠 추진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3일 열린 2차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제기된) 현장건의 과제 52건 중 43건은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보 확인 결과 정부가 이미 해결이 완료됐다고 밝힌 현장건의 과제 가운데 상당수는 규제가 일부분만 풀리거나 바뀐 규정이 현장에 아직 적용되지 않아 여전히 사실상의 규제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1차 회의 때 집중적으로 거론됐던 자동차 튜닝규제 완화는 국토교통부가 6월 관련 고시를 개정했지만 튜닝업체들은 규제의 빗장이 여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 규정만 바뀌었을 뿐 튜닝 자동차에 대한 인증제도나 관련 보험 상품 등 핵심 대책들은 빨라야 내년쯤에나 마련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 튜닝업체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회사들은 튜닝 차량이 임의 개조된 것이라며 여전히 사후관리(AS)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미국, 독일처럼 튜닝 차에 대한 인증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튜닝규제가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1차 회의에서 돼지갈빗집 사장의 건의로 간소화하기로 한 ‘근로내역 확인신고서’ 역시 고용노동부는 개선이 완료됐다고 밝혔지만 현장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시행규칙은 개정됐지만 전산 시스템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10월경에나 개정된 서식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렌터카 운전자 알선 허용처럼 당초 취지와는 동떨어진 해결방안을 내놓은 과제들도 있다. 1차 회의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렌터카업체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는 범위를 대폭 확대하자고 제안했지만 국토부는 지난달 29일 웨딩카 리무진과 11∼15인승 소형 승합차에만 운전자 알선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관련 시행령을 개정했다.

각 부처가 2차 규제장관회의를 앞두고 뒤늦게 규제 개선에 속도를 올리려다 보니 관련 규정을 개정하면서 입법예고 기간을 크게 단축하는 등 부작용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 실적 부진을 지적하자 각 부처가 8월 말부터 2주간 10여 건의 규제를 푸는 등 일종의 ‘벼락치기’ 규제개혁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해외여행자 면세 한도를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관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40일 이상 하도록 돼 있는 입법예고 기간을 6일로 줄였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규제개혁에는 10가지 규제 중 9개를 풀어도 남은 하나의 규제 때문에 실제 효과가 0이 되는 ‘곱셈의 법칙’이 적용된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으려면 현장에서 건의된 내용 외에 관련된 규제들을 모두 발굴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김준일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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