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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14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현행 40%에서 43%로 조정하는 안에 잠정 합의했다. 소득대체율 44%를 고수해 온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정부·여당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소득대체율 1%포인트 차이로 팽팽히 맞서던 여야가 이견을 좁히면서 이르면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과 정부가 주장해 온 소득대체율 43% 수정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그동안 보험료율(내는 돈)을 13%로 올리는 데 합의하고도 소득대체율을 두고는 국민의힘은 43%, 민주당은 44%를 주장하며 맞서 왔다. 민주당은 그 대신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디트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를 소득대체율 양보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제안을 긍정적으로 수용한다. 정부와 합리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등 3대 조건에 대해서도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도 입장문을 내고 “여야 합의를 존중한다”며 “야당이 제시한 전제조건에 대해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야가 2007년 이후 18년 만에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에 합의할 가능성이 커졌다. 모수개혁은 저출생 고령화로 기금이 급격하게 소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는 돈과 받는 돈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다. 여야는 21대 국회 막바지인 지난해 5월에도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44%’로 이견을 좁혔으나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다만 국민연금 재정 적자가 예상될 때 자동으로 받는 돈을 줄이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은 쟁점으로 남아 있다. 여당은 국회 연금특별위원회(연금특위)를 구성해 자동조정장치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지금으로선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금특위 구성 과정에서도 ‘여야 합의 처리’를 명문화할지를 놓고 양당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연금특위가 조속히 설치되길 바란다”며 “특히 자동조정장치는 특위에서 핵심 의제로 반드시 논의되고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국민연금 모수개혁은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급속한 연금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국민이 매달 내는 돈(보험료율)과 은퇴 후 받을 돈(소득대체율)의 비율을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여야는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데는 일찌감치 합의했지만 현행 40%인 소득대체율을 두고 국민의힘은 43%, 더불어민주당은 44%를 고집하며 팽팽히 맞서왔다. 민주당이 14일 국민의힘과 정부가 요구한 43%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사실상 모수개혁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아직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추후 논의하기로 한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구성을 놓고 여전히 여야 간 입장 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다음 주 초 지도부 간 협의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논의를 통해 세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더 내고 더 받는’ 모수개혁 잰걸음 국민연금 모수개혁이 시급한 과제라는 데는 정치권과 정부 모두 이견이 없다. 저출생 고령화로 연금을 낼 사람은 줄고, 받을 사람은 급격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금개혁에 보험료율 인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정치권도, 정부도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한 탓에 2007년 이후 18년째 개혁에 실패해 왔다. 21대 국회 말인 지난해 5월에도 여야는 합의에 근접했으나, 소득대체율 1%포인트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끝내 무산됐다. 민주당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안이 사실상 합의된 만큼 3월 본회의에서 모수개혁 방안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세부 사항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하면 된다. 3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본회의까지 통과시키는 게 목표”라고 했다. 복지위원장인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다음 주에 본회의(20일)까지 통과하면 가장 좋다”고 했다. 민주당은 소득대체율을 양보하는 조건으로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디트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 등 3가지를 내걸었다.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는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될 경우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서라도 정해진 액수만큼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국민연금법에 담아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는 내용이다. 출산 및 군 복무 크레디트 확대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는 가입자들의 연금 납입 기간을 늘려 노후에 받을 돈의 액수를 늘려주는 것이 골자다. 국민의힘은 이들 조건에 대해 “원래 정부안에 담겨 있던 내용”이라며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큰 틀에선 여야가 합의가 됐지만,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것에 대해선 재정당국과도 논의가 필요하다”며 “부처 간 이견 조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 자동조정장치-연금특위 놓고 진통 예상 향후 쟁점은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조정장치는 연금 재정 적자가 예상될 때 자동으로 받는 돈의 액수를 줄이는 제도다. 여야는 일단 모수개혁 단계에서는 자동조정장치를 논의하지 않기로 했지만, 도입 여부에 대한 양당 간 온도차는 크다. 민주당은 자동조정장치에 대해 ‘자동삭감장치’라며 부정적이다. 민주당 복지위 관계자는 “노후에 받게 될 돈이 정해져 있지 않고, 언제든 ‘자동으로’ 깎일 수 있다고 한다면 어느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원점에서 (연금특위 차원의) 구조개혁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자동조정장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구조개혁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자동조정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자동조정장치는 이번 모수개혁 논의에 담지 못하더라도 추후 연금특위가 구성되면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소득대체율을 민주당이 양보했으니, 국민의힘도 자동조정장치를 포기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일단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자동조정장치와 다른 연금과 연계해 큰 틀에서 연금 구조를 개편하는 ‘구조개혁’은 추후 국회 차원의 연금특위를 구성해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연금특위 구성 자체를 놓고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연금특위 구성안에 ‘특위 운영은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 같은 의견 차 때문에 당초 13일 본회의에서 연금특위 구성안을 통과시키려던 것도 결국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여야 합의 처리’ 문구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합의 처리를 안 하겠다는 건 수적 우위를 앞세운 강행 처리에 나서거나, 특위 문만 열어두고 구조개혁 논의를 지지부진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앞서 여야는 연금특위 위원 구성을 놓고 야권 7명(민주당 6명, 조국혁신당 1명) 대 여당 6명으로 합의한 바 있다. 21대 국회 연금특위 구성안에는 ‘여야 합의’ 문구가 포함됐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여야가 14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현행 40%에서 43%로 조정하는 안에 잠정 합의했다. 소득대체율 44%를 고수해 온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정부‧여당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소득대체율 1%포인트 차이로 팽팽히 맞서던 여야가 이견을 좁히면서 이르면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과 정부가 주장해 온 소득대체율 43% 수정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그동안 보험료율(내는 돈)을 13%로 올리는 데 합의하고도 소득대체율을 두고는 국민의힘은 43%, 민주당은 44%를 주장하며 맞서 왔다. 민주당은 대신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디트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를 소득대체율 양보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제안을 긍정적으로 수용한다. 다만 부수적 조건은 정부와 합리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등 3대 조건에 대해서도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도 입장문을 내고 “여야 합의를 존중한다”며 “야당이 제시한 전제조건에 대해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야가 2007년 이후 18년만에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에 합의할 가능성이 커졌다. 모수개혁은 저출생 고령화로 기금이 급격하게 소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는 돈과 받는 돈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다. 여야는 21대 국회 막바지인 지난해 5월에도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44%’로 이견을 좁혔으나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다만 국민연금 재정 적자가 예상될 때 자동으로 받는 돈을 줄이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은 쟁점으로 남아 있다. 여당은 국회 연금특별위원회(연금특위)를 구성해 자동조정장치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지금으로선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금특위 구성 과정에서도 ‘여야 합의 처리’를 명문화할지를 놓고 양당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연금특위가 조속히 설치되길 바란다”며 “특히 자동조정장치는 특위에서 핵심 의제로 반드시 논의되고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헌법재판소가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 심판에서 전원일치 기각 판결을 내리자 국민의힘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사필귀정”이라며 반겼다. 국민의힘은 이날 기각된 탄핵소추 4건을 “더불어민주당의 입법권 남용, 의회 독재”로 규정하고 “(헌재가) 민주당의 정치적 탄핵 남발에 철퇴를 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탄핵소추를 주도해 온 민주당은 “헌재가 ‘탄핵 남발’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했다”며 여당의 공세에 맞서는 한편 “중요한 건 윤석열 파면”이라면서 역공에 나섰다. 다만 당내에선 “무리한 탄핵 공세를 펼칠 때부터 우려됐던 상황이 현실화된 것”이라는 자성론도 나왔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탄핵 시도는 헌법과 법률이 아니라 국회 다수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무도한, 무리한 시도였다”며 “정치가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선 안 된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 심판도 마찬가지”라며 “헌재가 보여준 법과 원칙, 엄정한 기준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역시 조속히 결론을 내려 국정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한 총리 탄핵 심판을 윤 대통령 탄핵 심판보다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번 탄핵은 ‘이재명 세력’의 비리 적폐를 들춰냈다는 이유로 다수당 입법권력으로 치졸한 보복을 가한 명백한 권력 남용 탄핵이었다”며 이 대표를 향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탄핵 폭주족 이 대표의 예견된 결말”이라고 했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은 탄핵을 사적인 복수극의 수단으로 마음껏 써먹고 있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 대표는 국정 마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국민 사과를 하길 바란다”고 했다. ‘줄탄핵’이란 여당의 비판에 대해 민주당은 헌재가 검사 3인에 대한 판결문에서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힌 점을 들어 반박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헌법 내지 법률 위반 행위가 일정 수준 이상 소명됐고 절차가 준수된 것은 물론이고 재발 방지 목적도 인정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헌재의 탄핵 기각은 형사상 면책이나 무죄 선고가 아니다”라며 “최 원장의 직권남용죄는 앞으로 수사기관과 사법 절차를 통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 원장 탄핵 사유 중 하나로 전 최고위원이 국민권익위원장일 때 ‘표적 감사’를 진행했다는 의혹을 든 바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자 헌법기관인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무리한 탄핵 공세에 따른 후폭풍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감사원장과 검사 3명 모두 8 대 0으로 기각 판결이 난 건 헌재가 민주당에 경고를 날린 것”이라고 했다. 다른 다선 의원은 “애초에 이렇게 많이 탄핵소추안을 냈던 게 문제”라고 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탄핵안이 가결된 공직자 13명 중 8명째 내려진 기각 결정이다. 헌재는 13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선고기일을 열고 최 원장과 이 지검장,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직무가 정지된 지 98일 만으로, 이들은 선고 즉시 직무에 복귀했다. 헌재는 최 원장의 소추 사유인 대통령실 및 대통령 관저 이전 부실 감사에 대해선 “부실 감사라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는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감사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회의 현장 검증 때 회의록 열람을 거부한 점 등 소추 사유 2개는 위법했다고 인정했지만,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이미선 정정미 정계선 재판관은 최 원장이 훈령 개정 과정에서 헌법 및 감사원법도 어겼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헌재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 등을 부실 수사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된 검사 3명에 대해서도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다만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의 정치적 탄핵 남발에 대해 철퇴를 가한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민주당은 조승래 수석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헌재는 ‘탄핵 남발’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적시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윤석열의 선고 기일을 신속히 잡아 파면하는 것”이라고 했다.헌재 “감사원장 파면 사유 안돼” 부실-표적감사 野주장 모두 기각[감사원장-중앙지검장 탄핵 기각]尹정부 탄핵심판 8명 연속 기각“국회 자료제출 거부 등 일부 위법”“검사 3인, 金여사 수사 의문있지만… 제3장소 조사 부당편의 아니다”“피청구인(최재해 감사원장)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의 위배가 있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피청구인(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의 탄핵소추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헌법재판소는 13일 최 원장과 이 지검장,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 4명에 대한 탄핵소추를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하며 이같이 밝혔다. 최 원장의 위법 행위가 일부 확인되고 검사들이 김건희 여사를 적절히 수사했는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진 않다는 취지다. 헌재의 이날 결정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29건의 탄핵소추안 발의로 직무가 정지된 공직자 13명 중 선고가 내려진 8명 모두가 연속으로 기각됐다.● “위법 행위 있지만 파면할 정도는 아냐”최 원장 탄핵안은 지난해 12월 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헌정사 최초의 감사원장 탄핵소추 사유로는 △감사원 독립성 부정 발언 △대통령실 및 대통령 관저 이전 관련 부실 감사 △문재인 정부 인사 표적 감사 △국정감사 자료 제출 거부 등이 제시됐다.먼저 헌재는 최 원장이 2022년 7월 29일 국회에 출석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발언한 것은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성실한 감사를 통해 원활한 국정 운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에 대한 부실 감사 의혹에 대해서도 헌재는 “부실 감사라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국회 측은 탄핵 심판 과정에서 공사업체 선정과 관련된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추가하기도 했지만, 헌재는 “탄핵소추 의결서에 적시되지 않은 사유이므로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도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다수의 제보를 근거로 실시한 특정사안 감사”라며 “권익위원장 개인에 대한 감찰뿐만 아니라 권익위원회의 행정사무에 관한 감찰도 포함돼 있어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감사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이태원 참사,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등의 감사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다만 최 원장이 감사원의 전자문서 시스템을 변경해 주심위원의 열람 없이 감사보고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점, 국회 국정감사 현장 검증에서 감사위원회 회의록 열람을 거부한 점은 국가공무원법·국회증언감정법 위반이라고 봤다. 그럼에도 헌재는 “피청구인에게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위법 행위가 일부 있었지만 중대하지 않아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는 취지다.이미선 정정미 정계선 재판관은 감사원 훈령 개정의 일부 위법이 있었다는 별개 의견을 내긴 했지만, ‘공직자를 파면하려면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어야 한다’는 파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결론은 함께했다. 별개 의견은 다수 의견과 결론은 같지만 결론에 이르는 별도의 이유가 있을 때 제시하는 의견으로, 법정 의견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과는 다르다.● “적절 수사 의문이나 재량 남용은 아냐”헌재는 최 원장과 함께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 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도 이날 재판관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이 지검장 등에 대한 주된 소추 사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는데,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가 전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김 여사를 조사한 것에 대해선 “현직 대통령 배우자를 소환해 조사하는 데 경호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전례에 비춰 봤을 때 부당하게 편의를 제공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 지검장이 기소 여부 등을 권고하는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임의적 절차로 재량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다만 헌재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시세조종 범행에 김 여사 명의의 증권계좌가 활용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언급하며 “김건희에게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는지, 정범이 시세조종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건희의 문자나 메신저 내용, PC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음에도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히 수사를 했거나 수사를 지휘·감독했는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가 제대로 됐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헌재가 탄핵 사유조차 불분명한 무리한 탄핵 소추 4건을 모두 기각해 야당의 탄핵 남발에 경종을 울렸다”고 밝혔다. 야당의 탄핵소추권 남용에 헌재가 제동을 걸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헌재는 이 지검장 등에 대한 결정문에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 필요한 법정 절차가 준수되고 피소추자의 헌법 내지 법률 위반 행위가 일정한 수준 이상 소명됐다”며 “(탄핵소추에)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탄핵소추권이 남용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탄핵소추 사유는 인정되지 않더라도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한 건 아니라는 취지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탄핵안이 가결된 공직자 13명 중 8명째 내려진 기각 결정이다.헌재는 13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선고기일을 열고 최 원장과 이 지검장,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에 대해 이 같이 결정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직무가 정지된지 98일 만으로, 이들은 선고 즉시 직무에 복귀했다.헌재는 최 원장의 소추사유인 대통령실 이전 부실감사에 대해선 “부실감사라고 볼 만 한 다른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감사에 대해선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감사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회의 현장검증 때 회의록 열람을 거부한 점 등 소추사유 2개는 국회증언감정법 등을 위반한 점이 인정됐지만, 중대한 위반이 아니어서 파면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최 원장이 훈령 개정 과정에서도 헌법 및 감사원법을 어겼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헌재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 등을 부실 수사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된 검사 3명에 대해서도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다만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됐다 하더라도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의 정치적 탄핵 남발에 대해 대단히 철퇴를 가한 역사적인 판결”이라며 기각 결정을 환영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조승래 수석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헌재는 ‘탄핵 남발’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적시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윤석열의 선고 기일을 신속히 잡아 파면하는 것”이라고 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헌법재판소가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 심판에서 전원일치 기각 판결을 내리자 국민의힘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사필귀정”이라며 반겼다. 국민의힘은 이날 기각된 탄핵소추 4건을 “더불어민주당의 입법권 남용, 의회 독재”로 규정하고 “(헌재가) 민주당의 정치적 탄핵 남발에 철퇴를 가한 것”이라고 밝혔다.반면 탄핵소추를 주도해온 민주당은 “헌재가 ‘탄핵 남발’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했다”며 여당 공세에 맞서는 한편 “중요한 건 윤석열 파면”이라며 역공에 나섰다. 다만 당내에선 “무리한 탄핵 공세를 펼칠 때부터 우려됐던 상황이 현실화된 것”이라는 자성론도 나왔다.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탄핵 시도는 헌법과 법률이 아니라 국회 다수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무도한, 무리한 시도였다”며 “정치가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선 안 된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 심판도 마찬가지”라며 “헌재가 보여준 법과 원칙, 엄정한 기준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역시 조속히 결론을 내려 국정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한 총리 탄핵 심판을 윤 대통령보다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번 탄핵은 ‘이재명 세력’의 비리적폐를 들춰냈다는 이유로 다수당 입법권력으로 치졸한 보복을 가한 명백한 권력 남용 탄핵이었다”며 이 대표를 향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했다.오세훈 서울시장은 “탄핵 폭주족 이 대표의 예견된 결말”이라고 했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은 탄핵을 사적인 복수극의 수단으로 마음껏 써먹고 있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 대표는 국정 마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국민 사과를 하기 바란다”고 했다. ‘줄탄핵’이란 여당의 비판에 대해 민주당은 헌재가 검사 3인에 대한 판결문에서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힌 점을 들어 반박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헌법 내지 법률 위반 행위가 일정 수준 이상 소명됐고 절차가 준수된 것은 물론이고 재발 방지 목적도 인정된다는 것”이라고 했다.전현희 최고위원은 “헌재의 탄핵 기각은 형사상 면책이나 무죄 선고가 아니다”라며 “최 원장의 직권남용죄는 앞으로 수사기관과 사법 절차를 통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 원장 탄핵 사유 중 하나로 전 최고위원이 국민권익위원장일 때 ‘표적 감사’를 진행했다는 의혹을 든 바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자 헌법기관인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무리한 탄핵 공세에 따른 후폭풍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감사원장과 검사 3명 모두 8 대 0으로 기각 판결이 난 건 헌재가 민주당에 경고를 날린 것”이라고 했다. 다른 다선 의원은 “애초에 이렇게 많이 탄핵소추안을 냈던 게 문제”라고 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윤석열 대통령 석방을 계기로 국민의힘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헌법재판소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여당은 이날 오동운 공수처장을 대통령 불법 체포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공수처를 반드시 폐지시키겠다”고 밝혔다. 헌재를 향해선 “공수처의 불법 수사를 확인한 만큼 변론 재개가 필수적”이라고 압박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공수처를 겨냥해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일정을 늦추려는 시도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헌재 탄핵심판 선고 연기 여론전을 펼치고 나섰다”고 반발했다.● 與 “오동운 공수처장 고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비대위 회의에서 “법원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 사실상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며, 적폐와 다름 아닌 공수처를 반드시 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이어 “특히 (공수처가) 대통령의 체포, 조사, 구속 과정에서 저지른 일련의 불법행위들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범죄 집단을 연상시킬 정도였다”면서 “오 처장은 더 이상 수사기관의 수장이 아닌 국민을 속인 범죄혐의자이며 명백한 수사 대상”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면서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내란죄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던 점을 고리 삼아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법원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를 결정한 이유는 공수처의 불법적 탈법적 수사와 구속 때문”이라며 “공수처가 야당의 사법 흥신소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공수처 폐지를 언급한 직후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 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 처장은 단순히 업무상 실수가 아니라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공세에 가세했다. 이들은 오 처장을 대통령 불법 체포 및 구금, 국조특위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 친윤 “탄핵 각하 촉구 철야농성” 요구 국민의힘이 공수처 문제를 정조준한 건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헌재에 법적·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하면서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지적한 것을 부각하며 “공수처의 수사는 ‘오염된 기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헌재 심판에 공수처의 수사가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헌재가 변론을 재개해 ‘불법 수사 증거’를 걷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헌재가 변론을 재개하면 이번 주로 예상됐던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일정은 연기가 불가피하다. 탄핵 심판 선고 일정은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시 열리는 조기대선 국면에도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항소심 선고는 이달 26일 나올 예정. 또 3심 판단은 2심 판단 이후 3개월 안에 이뤄져야 한다는 이른바 ‘6·3·3 원칙’에 따르면 이 대표의 대법원 판결은 6월 중하순이 될 수 있다. 여권 대선 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헌재는 실체적 절차적 흠결을 보완하기 위해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며 “흠결의 논란 속에서 내리는 헌재 결정은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은 민주당에 맞서 헌재에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철야농성을 하자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당 지도부는 11일 의원총회를 열고 농성과 장외집회 참가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오 처장을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벼룩도 낯짝이 있다. 내란수괴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국민의힘은 인두겁을 썼냐”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헌법과 법을 형해화하는 행위는 국가시스템 무력화로 이어진다”고 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감세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여야가 이번엔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경쟁적으로 꺼내 들었다.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검토”를 들고나왔고, 더불어민주당은 “스테이블 코인 활성화 검토”로 맞불을 놓은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가상자산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책에 나서면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여야 모두 한국도 세계적인 추세에 올라타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선 셈이다. 청년층이 가상자산 투자를 자산을 축적하는 주요 수단으로 담는 상황에서 여야가 이들의 표심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와 불법적인 자금 세탁 방지책 마련을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與 “가상자산 현물 ETF 검토” 국민의힘과 정부는 7일 국회에서 가상자산 시장 정책과제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과 외국인의 국내 가상자산 시장 진입 허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간담회에는 정부 측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가상자산의 현물 ETF 도입 등 국제적인 흐름을 면밀히 분석해 과도한 규제도 지나친 방임도 아닌 적절한 제도 정비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해서는 당정이 국제 동향을 살펴보고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법률 정비가 필요한 점을 감안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선 가상자산의 현물 EFT 거래가 허용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과 홍콩 등에선 비트코인, 이더리움 현물 ETF가 도입돼 있다. 문재인 정부는 가상자산을 투기로 규정하고 강한 규제를 도입했으며 윤석열 행정부는 가상자산 투자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걸었지만 실효성 있는 조치는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자산을 전략적 비축 대상에 포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 육성에 나서자 정치권도 서둘러 정책 마련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정책위의장은 “금융위는 자금세탁과 관련된 안전장치가 보완된다면 해외 고객들도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입장”이라고도 말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도입 가능성도 열어놨다. 스테이블 코인은 통화 가치에 연동되는 가상자산으로 금융시장과 가상자산을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달러 기반 코인들에 대해 잘 모니터링하면서 양성화하는 쪽으로 갈지, 전면적으로 막을지를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野 “스테이블 코인 활성화 검토” 민주당도 가상자산 정책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6일에만 두 차례의 가상자산 관련 토론회를 열고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점검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이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고 우리와 여러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비트코인을 외환보유액에 편입할 필요성 등도 제기됐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 김병욱 총괄부본부장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맞춰 외환보유액에 비트코인을 편입할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STO(토큰증권), 스테이블 코인 활성화를 통해 ‘디지털 금융 허브’ 한국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미국의 가상자산 정책 변화는 우리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더욱 전향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당내에서도 가상자산 완화에 대해 우호적으로 봐야 한다는 흐름이 좀 더 형성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감세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여야가 이번엔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경쟁적으로 꺼내 들었다.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검토”를 들고 나왔고, 더불어민주당은 “스테이블 코인 활성화 검토”로 맞불을 놓은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가상자산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책에 나서면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여야 모두 한국도 세계적인 추세에 올라타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선 셈이다. 청년층이 가상자산 투자를 자산을 축적하는 주요 수단으로 담는 상황에서 여야가 이들의 표심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와 불법적인 자금 세탁 방지책 마련을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與 “가상자산 현물 ETF 검토”국민의힘과 정부는 7일 국회에서 가상자산 시장 정책과제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과 외국인의 국내 가상자산 시장 진입 허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간담회에는 정부 측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권성동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가상자산의 현물 ETF 도입 등 국제적인 흐름을 면밀히 분석해 과도한 규제도 지나친 방임도 아닌 적절한 제도 정비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해서는 당정이 국제 동향을 살펴보고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법률 정비가 필요한 점을 감안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선 가상자산의 현물 EFT 거래가 허용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과 홍콩 등에선 비트코인, 이더리움 현물 ETF가 도입돼 있다.문재인 정부는 가상자산을 투기로 규정하고 강한 규제를 도입했으며 윤석열 행정부는 가상자산 투자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걸었지만 실효성 있는 조치는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자산을 전략적 비축 대상에 포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 육성에 나서자 정치권도 서둘러 정책 마련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김 정책위의장은 “금융위는 자금세탁과 관련된 안전장치가 보완된다면 해외 고객들도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입장”이라고도 말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도입 가능성도 열어놨다. 스테이블 코인은 통화가치에 연동되는 가상자산으로 금융시장과 가상자산을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달러 기반 코인들에 대해 잘 모니터링하면서 양성화하는 쪽으로 갈지, 전면적으로 막을지를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野 “스테이블 코인 활성화 검토”민주당도 가상자산 정책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6일에만 두 차례의 가상자산 관련 토론회를 열고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점검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이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고 우리와 여러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토론회에서는 비트코인을 외환보유액에 편입할 필요성 등도 제기됐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 김병욱 총괄부본부장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맞춰 외환보유액에 비트코인 편입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STO(토큰증권), 스테이블 코인 활성화를 통해 ‘디지털 금융 허브’ 한국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민주당 관계자는 “미국의 가상자산 정책 변화는 우리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더욱 전향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당내에서도 가상자산 완화에 대해 우호적으로 봐야 한다는 흐름이 좀 더 형성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국민의힘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인 2024학년도 수준(3058명)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정부와 의료계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6일 밝혔다. 교육부도 7일 의대를 둔 대학 총장 및 의대 학장들과 함께 보건복지부에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건의하기로 했다. 의대 증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정부와 여당이 1년 만에 후퇴한 셈이라 의료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반면 복지부는 향후 설치될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에서 의대 정원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교육부 “내년 의대 증원 0명으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6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비공개 당정협의를 한 뒤 “국민의힘은 의대의 교육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의대 학장들의 건의 내용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의대 학장들의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교육부에 건의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3058명’에 대해 찬성한 것이다.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부총리, 조규홍 복지부 장관,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내년도 의대 정원과 관련해서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여당의 제안을 수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총리는 7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회장단인 양오봉 전북대 총장, 이해우 동아대 총장, 이종태 KAMC 이사장과 ‘학생 복귀 및 의대 교육 정상화’ 관련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향후 설치될 추계위에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결정해 달라고 건의할 예정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의대 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결정할 수 있다. 그동안 복지부는 의대 정원 전체 규모를, 교육부는 대학별 모집인원을 정했다. 교육부는 복지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안에 반대하자 대학 총장 등과 함께 복지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료개혁 논의) 참여 없이, 구체적 내용에 대한 제시 없이 무조건 백지화와 중단 요구는 타당하지 않다”며 “의료 전문가로서 현장에 꼭 필요한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대안을 제시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대생 학교 복귀는 여전히 미지수 앞서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2026학년도에는 신입생을 뽑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부와 여당이 ‘의대 모집인원 3058명’으로 되돌아 가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의대생 사이에서는 “정부가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다시 늘릴 수 있어 의대 증원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복귀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대학이 한발 물러선 상황에서 수업을 듣지 않는 의대생에게 유급 등 학사 처리를 더욱 강경하게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부 의대생이 복귀할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다. 추계위가 설치되면 새로 정해질 2027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에 반발한 의대생이 수업을 다시 거부할 수도 있다. 지난해 의대 정원을 늘리지 못한 서울 소재 8개 대학도 지역 병원을 통해 지역 의료에 기여할 수 있다며 증원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정치권에서 대통령제 등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한 개헌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잇따라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며 거리 두기에 나섰다. 여권 및 비명(비이재명)계 대선 주자들이 조기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하자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집중할 때”라고 일축한 것. 다만 친명계 내부에선 대통령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 논의에 대해선 “출범도 하기 전부터 임기 단축을 얘기하면 차기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野 “내란 종식이 개헌보다 우선”민주당 지도부는 3일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개헌 논의와 관련해 선을 그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 일단은 먼저 내란을 종식하고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이 일어난 다음에 대선 과정에서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국민의힘이나 보수 쪽에서 개헌 이슈를 꺼내는 것은 탄핵 정국을 흩트리려는 전략적 의도가 있어 보인다”면서 “대선 정국으로 간다면 저희들이 당연히 입장을 내야 되고 거기에 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이 대표도 지난달 27일 “개헌 논쟁이 블랙홀이기 때문에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한다는 것”이라고 밝히는 등 개헌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친명계 중진 의원은 임기 단축 개헌론에 대해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면 3년 동안 차기 대통령은 아무것도 못 한다”면서 “집권 1년 뒤에 지방선거 치르고, 그다음에 총선 있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조기 대선이 시작되면 개헌 논의를 피해가기 어려운 만큼 이 대표 측에서도 내부적으로 개헌 관련 입장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줄이는 대신 4년 중임을 가능하도록 하는 ‘3+4년 중임제’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0대 대선 당시 공약으로 ‘대통령 임기 4년 중임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 대선 주자 대다수 개헌 ‘찬성’ 반면 여야 대선 주자들은 개헌 의지를 강조하며 이 대표와의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야권에선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두관 전 의원이 ‘3년 임기 단축, 4년 중임제’ 개헌을 공개적으로 제안했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개헌 방향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여권 대선 주자들은 개헌 논의에 더 적극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은 임기 단축 개헌론을 주장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이 다음 총선(2028년)에 맞춰 임기를 3년으로 줄이되 4년 중임제를 담은 개헌안 국민투표를 총선, 대선과 함께 실시하자는 것.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의원은 4년 중임제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여권에선 대권 주자들의 임기단축 개헌론이 전략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말 조기 대선이 다가오면 국민들은 결국 ‘개헌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를 기준점으로 선택에 나설 텐데, 국회 거대 의석을 거느린 이 대표가 개헌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며 “권력구조 개편에 어느 당이 더 적극적인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4일 오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정치개혁 대담회인 ‘국가원로들 개헌을 말하다’를 열고 개헌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대담회에선 정세균 문희상 박병석 김진표 전 국회의장과 정운찬 김황식 이낙연 김부겸 전 국무총리, 정대철 김종인 전 의원이 개헌 필요성에 대해 토론한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여야가 민생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한 3월 임시국회가 5일 개원을 앞두고 있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국민연금, 반도체특별법 등 주요 현안들이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공회전만 되풀이하고 있다. 민생 현안을 둘러싼 이견을 좁혀가던 여야가 다시 날카롭게 부딪히면서 지난달 28일 여야정 국정협의회는 재개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조기 대선 여부를 가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이달 중 열릴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여야 갈등 고조로 3월 임시국회도 ‘빈손’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추경-연금 모두 이견만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당 이 대표는 1일 열린 제106주년 3·1절 기념행사에서 만나 반도체특별법 관련 의견을 나눴다. 권 위원장이 옆자리에 앉은 이 대표에게 “연구개발(R&D) 인력에 주 52시간 제도의 예외를 두는 조항을 3년만 적용하는 것으로 우선 합의해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키자”고 제안한 것. 하지만 이 대표는 “반도체 산업 지원이 시급하니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제외해서라도 특별법을 서둘러 처리해 달라”고 거부했다. 국민의힘은 국정협의회에 앞서서도 이 같은 내용의 반도체특별법 절충안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거부하고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제외한 특별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여야는 추경 편성과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서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적정 추경 규모를 15조 원으로 제시하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중심으로 선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35조 원 규모 추경을 제안하며 ‘전 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보편적 지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금 개혁과 관련해선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2∼43% 이상 높여선 안 된다는 국민의힘 주장과 44∼45%가 적절하단 민주당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인구 구조에 따라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도 여야 의견이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즉시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추후 구조개혁 때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탄핵 선고 다가올 수록 민생은 ‘뒷전’ 우려 여야 간 이견을 조율하기 위한 여야정 국정협의회는 지난달 28일 민주당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불임명을 이유로 불참해 무산된 뒤 현재까지 재개 논의가 없는 상황이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주말 이틀간 양당 모두 추가 회의 계획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국정협의회 재개 여부를 놓고도 여야는 서로를 탓하며 대치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국정협의회에 불참한 민주당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재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민주당은 서민, 자영업자보다 마 재판관 임명이 더 먼저라는 것”이라며 “민생 회복보다 (헌법재판소 내) 우리법연구회 4인 체제 달성을 우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사안마다 ‘발목잡기’를 하고 있는 만큼 국정협의회가 재개되더라도 제대로 된 논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국정협의회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국민의힘도 할 게 없고 우리도 할 게 없다”며 “양당 정책위원회가 만나고는 있지만 할 이야기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르면 3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다가올수록 민생 논의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헌재가 탄핵 심판 인용 결정을 하면 곧장 60일간 조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는 만큼 여야 모두 ‘선거 모드’로 전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탄핵 심판 선고 전이 그나마 여야가 시급한 민생 현안에 대해선 서로 한 발씩 양보해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헌법재판소는 온갖 절차를 무시하다가 일제 재판관보다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국민의힘 장동혁 의원) “윤석열(대통령)이 온갖 거짓말을 하고 잔꾀를 부리고 어느 신부님 말씀대로 ‘지X 발광’을 하고 있다.”(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여야 의원들이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을 앞두고 3·1절을 맞아 1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및 찬성 집회에 참여해 헌재 심판에 대한 불복을 선동하고 분열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갈등을 풀고 조정해야 할 정치인들이 광장으로 나와 세몰이에 나서면서 선동 정치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헌재 등 향해 ‘척결’ ‘쳐부수자’ 겁박 김기현 나경원 윤상현 등 국민의힘 의원 39명은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헌재에 대한 집중 공격에 나섰다. 서천호 의원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측이 연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헌재는 불법과 파행을 자행해 왔다. 모두 때려 부숴야 한다. 쳐부수자”라고 했다. 박대출 의원은 “심판(헌재)이 한쪽 선수와 짜고 힌트를 주고, 희한한 일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폭력 사태를 벌인 가운데, 여당 의원들이 공수처와 선관위, 헌재에 대한 위협 발언으로 폭력을 선동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이 ‘반(反)국가 세력의 공작’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나 의원은 여의도 집회에서 “대한민국은 ‘좌파 강점기’에 들어서고 있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입법·사법·언론에 암약하고 있는 좌파 기득권 세력을 척결하고, 우리 안에 기회만 엿보는 기회주의자들을 분쇄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대한민국 붕괴를 꿈꾸는 좌파사법 카르텔, 부정부패 선관위 카르텔, 종북주사파 카르텔과 같이 3대 검은 카르텔 세력의 실체를 똑똑히 봤다”고 말했다. ● 野 “윤석열은 ‘망상 장애’ 괴물” 더불어민주당은 서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는 등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 극우 집회에 참석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하지만 같은 날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의원 130여 명이 참석한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열린 야5당 공동 집회에서도 막말 논란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연단에 올라 “12월 3일 내란의 밤이 계속됐더라면 저는 아마도 연평도로 가는 깊은 바닷속 어딘가쯤에서 꽃게 밥이 됐을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해선 “수구조차 못 되는 반동일 뿐”이라고 했다. 이에 연평도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연평도를 치안·안보 사각지역으로 폄훼하는 발언”이라며 이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황 원내대표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측이 광화문에서 연 집회에서 ‘지X 발광’ ‘망상 장애’ 등 비하 표현을 사용해 주최 측으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기도 했다. 황 원내대표는 “우리는 윤석열이라는 ‘망상 장애’ 괴물과 싸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2일 오후 “조금이라도 마음에 상처가 되신 분이 계시다면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시민들은 피로감 호소 여야 정치인들이 극단적 대립 정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시민들은 12·3 비상계엄 이후 사회적 갈등이 일상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박모 씨(30)는 “탄핵 찬성, 반대 시위를 다 봤는데 정당한 방법이 아닌 것 같다. ‘찢어 죽이자’ ‘헌재 없애자’ 등 혐오주의적이고 법을 흔드는 말이 너무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갈등의 고착화’를 우려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정치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국민 비율이 최근 10년 새 가장 높고, 이는 전 세계 1등인 수치”라고 했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 시민의 정치 갈등은 일상이 힘들어질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재계의 반대 속에 상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중도 보수’를 표방해 온 이재명 대표의 ‘성장 우선’ 실용주의 정책의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도 재발의해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일선 기업인, 경제인들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이 대표가 정작 노동계가 요구하는 법안에 대해선 기업들의 반발을 무시한 채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野, 이사 충실 의무 범위 ‘주주’로 확대이날 처리된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조항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이 회사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회사 주주는 주총 시 소집장소에 직접 출석하거나 전자투표 중 한 가지 방식을 선택해 총회에 출석할 수 있다. 민주당은 소액주주 보호 및 권리 확대를 위해 ‘주주’로 충실 의무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11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상법 개정안 토론회를 여는 등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기업들의 우려에도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내부적으로는 상법 개정안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의 연장선상에서 개미투자자들의 표심 공략에 유리할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 같은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송 남발로 기업들의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법사위 소위에서도 여야는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주식회사 제도의 근본을 부정하는 규정”이라며 “대한민국 기업이 경쟁력을 갖지 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도 “이사의 충실 의무 관련 부분은 외국계 헤지펀드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소송이 남발되면서 그 비용이 소액주주들에게 전가될 위험이 있어 오히려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가는 법안”이라고 했다. 정부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석우 법무부 차관은 “미국에서도 주주와 이사 간의 이익이 대립될 경우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 (이사 충실 의무를) 인정할 뿐”이라며 해당 조항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란 점을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처리에 반발해 퇴장했고 소위 위원 중 민주당 의원 5명 전원이 찬성해 상법 개정안은 통과됐다.● 李 “상법 개정, 주주 배반 행위 막자는 것” 이 대표는 이날 직접 상법 개정안 처리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경제 전문 유튜브에 출연해 “(상법 개정안이) 법사위 소위를 통과했고, 법사위에서 의결되면 본회의에 바로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다수 소액 투자자 피해를 막자는 취지에 따르면 상법이 아니라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자본시장법 담당 상임위가 여당이 위원장인 정무위원회라 대신 (모든 회사에 적용되는) 상법을 개정하는 것”이라며 “상법 개정안에 단서 조항을 넣느라 복잡한데, 그래도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상법 개정안에는 전자주총 도입 의무화 대상을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기업’으로 한정하는 단서 조항이 포함돼 있다.‘상법 개정안 때문에 좋은 회사가 자본시장으로 안 나올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불법 행위를 못 하게 될 거니까 상장하지 말아야지’ 이런 회사는 상장 안 해도 된다”라며 “불법, 주주를 배반하는 행위를 막자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경제를 살린다면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인다”며 “오락가락하는 이 대표는 더 위험하다. 기존의 민주당이 역주행 수준이었다면 이 대표는 역주행에 난폭운전에 음주운전까지 더해서 도로를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중도층의 민심이 요동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중도층 지지 격차가 한 주 만에 5%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크게 확대됐다. 여권의 악재인 ‘명태균 리스크’가 재점화한 데다 국민의힘이 최근 보수 결집에 따른 지지율 상승세에 기대어 강성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에 집중하면서 중도층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기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중도층 민심 변화를 두고 국민의힘은 “이젠 중도층을 향한 메시지 관리에 나서야 할 때”라며 고심에 빠졌고, 민주당은 “당의 우클릭 노력이 중도층에 소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중도층 지지, 민주당이 20%포인트 높아 한국갤럽이 18∼20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도는 40%로 국민의힘 지지도 34%보다 6%포인트 높았다. 지난주와 비교해 민주당은 38%에서 2%포인트 오르고, 국민의힘은 39%에서 5%포인트 내리면서 양당의 위치가 바뀐 것. 올해 들어 줄곧 3%포인트 이내 백중세를 보이던 양당의 격차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특히 중도층의 민심 변화가 두드러졌다.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도는 42%였던 반면에 국민의힘은 22%였다. 지난주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중도층 지지도는 각각 37%, 32%로 격차가 5%포인트에 불과했지만 한 주 만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양당의 중도층 간 격차가 20%포인트 이상 벌어진 건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1월 4주(20%포인트 격차) 이후 3주 만이다. 이 같은 여론 변화에 대해 한국갤럽은 “주초 창원지검의 중간 수사 결과 등으로 다시 이목을 끈 ‘명태균 사건’ 또한 여당에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명태균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됐던 지난해 10월 31일을 전후한 10월 5주, 11월 1주 여론조사에서도 양당의 중도층 지지 격차가 한 주 만에 8%포인트에서 17%포인트로 확대된 바 있다. 명 씨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다. 여당 내부에선 스스로 만든 결과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로 헌법재판소 비판과 윤 대통령 방어 분위기 조성에 집중한 결과가 중도층 이탈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들은 이성을 찾아가는데 당은 아직 흥분 상태로 남아 있는 게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지지율이 보합 내지 하락 흐름이라는 것은 지난주부터 감지하고 있었다”며 “윤 대통령의 헌재 변론이 마무리된 만큼 당 역시 중도층을 위한 정책 발표 등에 신경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중도보수론’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국민의힘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려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오른쪽으로 갈수록 국민들의 경계심이 강화되는 것 같다”며 “당의 중도 노선 강화가 민심에 더 반영돼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尹 탄핵 찬성 다시 60%대로 이번 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응답은 60%, 반대는 34%로 지난주 조사(찬성 57%, 반대 38%)보다 찬성 여론이 더 높아졌다. 찬성 응답이 60%대를 나타낸 건 1월 2주(64%) 이후 5주 만이다. 중도층의 69%가 탄핵에 찬성했고 25%는 반대했다. 한국갤럽은 “20∼50대에서는 10명 중 6∼7명이 탄핵에 찬성하고, 60대에서는 찬반 격차가 크지 않으며, 70대 이상에서만 반대(57%)가 과반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9%), 홍준표 대구시장(5%),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4%) 등의 순이었다. 여권 대선 주자들은 모두 10%를 밑돈 것이다.‘정권 재창출’ 응답은 37%, ‘정권 교체’ 응답은 53%로 지난주 조사(정권 재창출 40%, 정권 교체 51%)와 비교해 정권 교체 응답이 많아졌다. 특히 중도층에선 ‘정권 교체’(62%) 응답이 ‘정권 재창출’(27%) 응답보다 35%포인트 높았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중도층의 민심이 요동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중도층 지지 격차가 한 주 만에 5%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크게 확대됐다. 여권의 악재인 ‘명태균 리스크’가 재점화한 데다, 국민의힘이 최근 보수 결집에 따른 지지율 상승세에 기대 강성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에 집중하면서 중도층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기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중도층 민심 변화를 두고 국민의힘은 “이젠 중도층을 향한 메시지 관리에 나서야 할 때”라며 고심에 빠졌고, 민주당은 “당의 우클릭 노력이 중도층에 소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중도층 지지, 민주당이 20%포인트 높아한국갤럽이 18~20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도는 40%로 국민의힘 지지도 34%보다 6%포인트 높았다. 지난주와 비교해 민주당은 38%에서 2%포인트 오르고, 국민의힘은 39%에서 5%포인트 내리면서 양당의 위치가 바뀐 것. 올해 들어 줄곧 3%포인트 이내 백중세를 보이던 양당의 격차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특히 중도층의 민심 변화가 두드러졌다.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도는 42%였던 반면에 국민의힘은 22%였다. 지난주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중도층 지지도는 각각 37%, 32%로 격차가 5%포인트에 불과했지만 한 주 만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양당의 중도층 간 격차가 20%포인트 이상 벌어진 건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1월 4주(20%포인트 격차) 이후 3주 만이다.이 같은 여론 변화에 대해 한국갤럽은 “주초 창원지검의 중간 수사 결과 등으로 다시 이목을 끈 ‘명태균 사건’ 또한 여당에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명태균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됐던 지난해 10월 31일을 전후한 10월 5주, 11월 1주 여론조사에서도 양당의 중도층 지지 격차가 한 주 만에 8%포인트에서 17%포인트로 확대된 바 있다. 명 씨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다.여당 내부에선 스스로 만든 결과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로 헌법재판소 비판과 윤 대통령 방어 분위기 조성에 집중한 결과가 중도층 이탈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들은 이성을 찾아가는데 당은 아직 흥분 상태로 남아 있는 게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지지율이 보합 내지 하락 흐름이라는 것은 지난주부터 감지하고 있었다”며 “윤 대통령의 헌재 변론이 마무리된 만큼 당 역시 중도층을 위한 정책 발표 등에 신경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중도보수론’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국민의힘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려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오른쪽으로 갈수록 국민들의 경계심이 강화되는 것 같다”며 “당의 중도 노선 강화가 민심에 더 반영돼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尹 탄핵 찬성 다시 60%대로이번 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응답은 60%, 반대는 34%로 지난주 조사(찬성 57%, 반대 38%)보다 찬성 여론이 더 높아졌다. 찬성 응답이 60%대를 나타낸 건 1월 2주(64%) 이후 5주 만이다. 중도층의 69%가 탄핵에 찬성했고 25%는 반대했다. 한국갤럽은 “20~50대에서는 10명 중 6~7명이 탄핵에 찬성하고, 60대에서는 찬반 격차가 크지 않으며, 70대 이상에서만 반대(57%)가 과반을 차지한다”고 밝혔다.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9%), 홍준표 대구시장(5%),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4%) 등의 순이었다. 여권 대선 주자들은 모두 10%를 밑돈 것이다.‘정권 재창출’ 응답은 37%, ‘정권 교체’ 응답은 53%로 지난주 조사(정권 재창출 40%, 정권 교체 51%)와 비교해 정권 교체 응답이 많아졌다. 특히 중도층에선 정권 교체 응답(62%)이 정권 재창출 응답(27%)보다 35%포인트 높았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출간할 저서에 12·3비상계엄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4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윤) 대통령은 자신이 ‘국회 해산도 할 수 있었는데도 국회 해산을 하지 않았지 않느냐’고 말했다”는 취지의 대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에 없는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을 언급하며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는 얘기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예약 판매를 시작한 한 전 대표의 저서 ‘한동훈의 선택―국민이 먼저입니다’(사진)에는 이 같은 내용의 계엄 비화들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국회 해산 발언에 한 전 대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가 나중에 비상입법기구를 만들 계획이 있었다는 걸 알고 황당한 발상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경고성 계엄’ 주장에 대해 “의원들이 모이기 어려운 오후 10시 넘어 기습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을 보면 윤 대통령에게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막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는 취지로 책에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정치인 체포조’ 논란과 관련해선 한 전 대표는 비상계엄 발동 직후 휴대전화를 끄고 가족과 함께 피신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여의도로 가던 중 여권 인사로부터 “체포되면 정말 죽을 수 있다. 그러니 즉시 은신처를 정해서 숨어라. 추적 안 되게 휴대폰도 꺼놔라. 가족도 피신시키는 게 좋겠다”는 언질을 받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4일 윤 대통령 면담 자리에서 한 전 대표가 “여당 대표를 체포하려 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물었고 윤 대통령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만약 정치인 체포를 하려 했다면 방첩사령부를 동원했을 텐데 이번 계엄에서 방첩사를 동원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부인한 상황도 책에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아직 방첩사령부가 정치인 체포조를 가동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 전인 데다 자신이 언급하지도 않은 방첩사 얘기를 윤 대통령이 먼저 거론하자 한 전 대표는 “갑자기 방첩사 얘기는 왜 하는지 의문”이라고 의아함을 표시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책을 통해 12·3비상계엄은 위헌이라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고령 제1호는 제일 앞머리에서 국회의 정치 활동을 정지시켰다. 포고령 문구 자체로 명백한 위헌’ ‘계엄군을 보내 계엄 해제 요구를 못 하도록 국회를 봉쇄한다는 것은 그 계엄의 위헌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란 설명이다.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 공격을 유도하려 했다는 이른바 ‘평양 무인기’ 의혹에 대해 미국 측이 문제 제기한 정황도 소개된다고 한다. 의혹이 사실일 경우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사전에 미국과 협의되지 않은 점에 미국 측이 문제 인식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이 공석이던 국방부 장관에 한기호 의원을 지명하려던 것을 막은 일화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지난해 12월 13일 관련 사실을 인정하며 “고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전 대표는 한 의원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절대 국방부 장관 지명을 수락하면 안 된다고 간곡히 요청했고, 한 의원도 결국 국방부 장관직을 수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전 대표가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로 진입하던 당시 이를 막던 경찰에게 “정말 이럴 것이냐”고 설득해 경내로 들어갔던 당시의 상황과, 체포에 대비해 비상계엄 반대 인터뷰를 미리 녹음한 사실도 책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저서 소개에 한 전 대표의 21년 검사 이력은 빠져 있다. ‘검사 한동훈’이 아닌 ‘정치인 한동훈’을 부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저서 출간과 함께 북콘서트 등을 통해 전국에서 시민들을 만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비상계엄에 따른 내수 위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통상 위기 등으로 한국 경제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지만 경기 침체를 막아줄 민생대책을 담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실타래는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신속 추경’ 요청에 따라 이견을 줄여가던 여야가 정면충돌하면서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민생대책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경제 복합 위기를 막을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말로는 (추경을) 하자고 하는데 구체적 협의를 해 보면 전혀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추경안은 민생 회복에 23조5000억 원, 경제 성장 부문에 11조2000억 원을 배정했다”며 “속도가 관건이다. 신속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을 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13조1000억 원)’이 포함된 추경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 것.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2주 전 이 대표는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소비쿠폰이라는 이름만 바꿔 가져왔다”며 “‘라벨 갈이 추경’을 하자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여당 추경안을 내놓는 대신 “여야정 협의체부터 가동해서 의견을 모아가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추경 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권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제시한 추경안을 ‘조기 대선용’이라고 규정하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20일 열릴 국정협의회가 여야 추경 논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협의회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이 대표가 참석한다. 다만 조기 대선 정국을 앞두고 여야가 추경 핵심 예산에 대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서로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더불어민주당) 추경안을 보니 회복한 것은 민주당의 포퓰리즘이고, 성장할 것은 국가부채다.”(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국민의힘은) 시쳇말로 나라 망치자고 하는 일 같다.”(민주당 이재명 대표) 14일 여야 지도부는 추경 편성을 두고 서로를 향한 거친 비판을 쏟아내며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가 10일 “추경 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고 제안하자 권 원내대표가 다음 날 “추경 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화답하며 좁혀졌던 추경에 대한 간극이 다시 커진 것이다. 정치권에선 여야의 추경 대치가 조기 대선 가능성에 따른 주도권 다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여야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전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추경 동력이 급속히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 서로 ‘네 탓’이 대표는 여야 간 추경 논의가 지지부진한 탓을 여당에 돌렸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추경을 하지 않고, 국민 경제 나쁘게 만들고, 민생 회복을 지연시켜서 대체 누구에게 이익이 있는 건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이 추경 편성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지난해 민주당 주도로 감액한 예산의 복원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예비비, 특경비, 특활비 늘리면 민생경제가 살아나고 경제가 회복되나”라며 “이상한 고집을 부리고 있다. 나라 살림보다는 어떻게 하면 야당을 괴롭힐까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한 유튜브 채널에선 성장 우선 정책을 내건 데 대해 “자꾸 우클릭했다고 몰아가는데 저는 우클릭 안 했다. 원래 제 자리에 있는 것”이라며 “보수 정권이 (경제 성장) 어젠다를 우리에게 뺏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추경안을 자체 편성한 민주당을 향해 “정부 행세를 한다”고 공세를 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작년 12월에는 자기 마음대로 예산안을 삭감해 일방 처리해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30조 원 추경을 말하더니 그사이에 5조 원이 늘어서 35조 원이 됐다”며 “이 같은 고무줄 추경은 민주당이 국가 예산에 대한 기본적 개념과 책임이 없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향해서는 “자기는 과일값, 빵값이 아까워서 경기도 예산,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람 아닌가”라고도 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상품권 형태의 현금 살포를 통한 이 대표 대통령 만들기가 아니라 국회가 해야 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추경 골든타임 지나갈 수도”추경 필요성에 대해 간극을 좁히던 여야가 다시 서로를 향해 비난에 가까운 설전을 벌이는 것은 조기 대선 국면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경안에 포함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13조1000억 원)이 ‘조기 대선용 예산’이라고 의심한다. 이 대표가 지난 총선부터 주장해 온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과 지급액 및 방식, 예산 규모가 같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추경 편성이 민주당의 업적으로 비칠까 봐 일부러 추경을 지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추경을 반대하는 논리가 정책적인 이유라기보다는 이재명과 민주당의 공으로 돌아가는 것이 싫은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여야는 추경 편성권을 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추경 논의 열쇠를 쥔 여야 대표 및 국회의장이 만나는 20일 국정협의회에서 추경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여야가 민생 대신 정략적 행보를 반복하는 사이 추경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 마련까지는 통상 2개월이 걸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7월부터 쓸 예산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상계엄 이후 소비 관련 지표가 굉장히 나빠진 상황”이라며 “지금 10조 원 규모로라도 신속하게 추경을 편성해서 일단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게 진통제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14일 경쟁적으로 감세 및 규제 완화 정책을 띄우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상속세 공제 현실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상승한 주택 가격과 변한 상황에 맞춰 상속세를 현실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며 상속세 완화론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재건축촉진법 제정안과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 등 ‘건설경기 활성화 2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