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 동안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최소 58만 명의 인재가 부족할 것이란 인력수급 예측이 나왔다. 국내 이공계 취업자 평균 연봉이 의사 연봉의 3분의 1에 불과해 앞으로 우수 인재를 이공계로 유인할 동력도 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김인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에 의뢰해 작성한 ‘이공계 인력 부족 실태와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5~2029년 국내 이공계 첨단 산업 인력 부족 규모는 고급 인재 28만7000명, 중급 인재 29만2000명 등 총 58만 명이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첨단 산업은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이다.
대한상의는 해당 인력 부족분이 ‘최소치’라고 강조했다. AI 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부족 인력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상의 측은 “내년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오라클 등 미국 빅테크의 투자 규모만 5200억 달러(약 765조 원)에 이른다”며 “그만큼 인력 부족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이공계 인력 부족의 원인으로는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고급 인력의 이공계 유입 감소가 꼽혔다. 2025학년도 자연계열 상위 1% 이내 학생들의 진학 상황을 보면 76.9%가 의대로 진학했다. 자연계 일반학과 진학자는 10명 중 1명 꼴인 10.3%에 그쳤다. 김 위원은 “국내 대표 이공계 대학인 KAIST에서 2021~2023년 의치대 진학을 위해 자퇴한 학생이 182명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공계 인력의 보상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고서는 한국은행과 보건복지부 자료를 인용해 “국내 10년차 이공계 취업자의 평균 연봉이 9740만 원으로 의사 평균 연봉(3억 원)의 3분의 1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해외 취업한 10년차 이공계 인력의 평균 연봉인 3억9000만 원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직업안정성 측면에서도 이공계와 의학계열의 차이는 뚜렷한 실정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이공계열 신규 박사 학위자의 30%가 미취업 상태이며 임시직 비율도 21.3%에 달했다. 반면 의사는 전 연령대에 걸쳐 100% 취업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AI 부문에 사활을 걸지 않으면 한국 제조업의 미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국내외 인재들이 신기술 분야에 모일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를 만드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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