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미만 SNS 차단’ 호주가 옳았다? 관련 근거 나와

  • 동아닷컴
  • 입력 2025년 12월 10일 14시 31분


어린이의 소셜 미디어 사용과  집중력 저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어린이의 소셜 미디어 사용과 집중력 저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이용을 차단하는 정책을 10일부터 시행한 가운데, 아이들의 소셜미디어 사용 증가가 집중력 저하·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A) 발생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호주 정부의 결정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와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미국 어린이 8300여 명을 10세부터 14세까지 4년간 추적 관찰해 소셜미디어 사용이 부주의 증상(inattention symptom) 증가와 연관이 있음을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 소아과학회 학술지 ‘Pediatrics Open Science’에 8일(현지 시각) 게재 됐다.

아이들은 하루 평균 2.3시간 동안 TV나 온라인 비디오(유튜브 등) 시청, 1.5시간 동안 비디오 게임, 그리고 1.4시간 동안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디오 게임이나 TV·유튜브 시청과 ADHD 관련 증상(집중력 저하·과잉행동·충동성 등) 사이에는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사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주의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유전적 소인, 가계 소득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 등을 통제한 후에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주의산만이 증가할수록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이 늘어나는지, 즉 반대 방향의 영향도 존재하는 살펴봤다. 결과는 ‘아니오’ 였다. 영향은 한쪽 방향으로만 나타났다.

이에 연구진은 “소셜미디어 사용과 부주의 증상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으며, 이는 인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밝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소셜미디어 사용이 집중력에 영향을 미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간 ‘디지털 미디어가 도파민(쾌락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주의력을 떨어뜨린다’라는 가설이 인기를 끌었다. 이번 연구는 그중 소셜 미디어와의 관련성만을 시사한다.

연구 공동 저자인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인지 신경과학자 토겔 클링베리(Torkel Klingberg) 교수는 “소셜미디어 사용은 아이들에게 지속적 산만함을 초래하여 집중을 방해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 보도자료와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연구 관련 글에서 “소셜미디어는 메시지와 알림 형태로 끊임없이 주의를 산만하게 한다. 메시지 자체는 방해가 되지 않더라도 메시지가 왔는지 확인하려는 생각만으로도 인지적 산만함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러한 방해는 순간적으로 집중을 깨뜨리지만, 수개월·수년 동안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집중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반면 게임은 하루 종일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시간 동안 이루어지며, 한 번에 하나의 작업에 집중하도록 요구해 소셜미디어와 다르다고 덧붙였다.

어린이의 소셜 미디어 사용과  집중력 저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어린이의 소셜 미디어 사용과 집중력 저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개인 수준에선 ‘크지 않지만’, 인구 전체에는 큰 영향
소셜미디어의 악영향은 개인 수준에서는 통계적으로 크지 않았다. 정상 범위의 주의력을 가진 아이가 소셜미디어 사용이 많다고 해서 곧바로 ADHD 진단을 받을 수준으로 나빠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인구 전체의 부주의 수준이 조금만 증간해도 진단 기준을 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짚었다.

이론적으로 단순 계산하면 전체 인구가 소셜미디어 사용을 1시간 늘릴 경우, ADHD 진단은 약 30% 증가할 수 있다.

실제 소셜미디어 사용 증가가 ADHD 진단율 상승 이유를 일부 설명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클링베리 교수는 지난 10~20년 동안 소셜미디어 사용이 하루 최소 1시간 이상 증가했다는 여러 자료가 있다며 20년 전만 해도 소셜미디어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으나 지금의 10대는 하루 약 5시간 온라인에서 활동하며 상당 시간 소셜미디어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미국 전국 아동 건강 조사에 따르면 아동의 ADHD 유병률은 2003~07년 9.5%에서 2020~22년 11.3%로 증가했다. 소셜미디어 사용이 사실상 ‘0’에서 하루 5시간까지 늘어난 사이 생긴 변화다.

이에 호주 당국의 조치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관련 법을 제정해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 보유를 막기 위해 합리적인 조처를 하지 않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최대 4950만 호주 달러(약 485억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적용 대상은 현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유튜브, 틱톡, 엑스(X·옛 트위터), 스냅챗, 레딧, 트위치, 킥 등 10개 소셜미디어이며, 향후 다른 소셜미디어도 추가될 수 있다.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이용을 금지한 것은 아니다. 이용자는 로그인을 하지 않은 채해당 소셜미디어 콘텐츠에 접근할 순 있다.

그럼에도 호주 정부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계정 보유를 막으면 소셜미디어의 가장 해로운 요소인 알고리즘이나 푸시 알림 같은 중독성 있는 기능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조치가 어떤 효과를 낼지는 꽤 오랫동안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껏 축적된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다른 나라들도 호주를 따라야 할지 모른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oi.org/10.1542/pedsos.2025-0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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