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을 7시간 미만으로 자는 사람은 평균적으로 수명이 더 짧은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미국 전역의 모든 카운티(한국의 군 또는 구와 비슷) 3141곳의 수면 패턴과 기대수명을 분석한 대규모 연구에서 일관되게 확인됐다. 이 결과는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부유한 지역이든, 의료 시설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시골 지역이든 상관없이 거의 똑같이 나타났다.
오리건 보건과학대학교(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OHSU) 연구진은 미국 내 카운티별 평균 수명과 질병통제센터(CDC)에서 2019~2025년 해마다 수집한 수면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수면 시간이 7시간 미만인 주민 비율이 높은 카운티는 예외 없이 기대수명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이 패턴은 흡연, 비만, 신체 활동 부족 등 다른 주요 건강위험 요인을 통제한 후에도 거의 모든 주에서 매년 동일하게 반복됐다.
주목할 점은, 여러 생활 습관 중 수면 부족이 흡연 다음으로 수명과의 연관성이 큰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음식이나 운동보다도 더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비만과 당뇨병을 추가해 다시 분석했을 때도 흡연과 비만보다는 낮았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사망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
국제 학술지 ‘SLEEP Advances’에 8일(현지 시각) 게재된 논문의 책임 저자인 OHSU의 수면 생리학자 앤드류 맥힐 교수는 “수면 시간이 수명과 이렇게 강한 상관관계가 있을 줄 몰랐다. 우리는 수면이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번 연구는 그 점을 확실히 보여준다”며 “사람들은 가능하면 7~9시간의 자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대학 보도 자료에서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 연구에선 수면 부족이 기대수명을 단축하는 기전을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맥힐 교수는 수면 부족이 심혈관 건강, 면역 체계,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리학적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수면 시간과 기대수명 간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관찰 연구로 수면 부족이 직접적으로 수명을 단축한다는 인과 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개인의 의학적 상태, 약물 복용, 특정 수면 장애, 수면의 질 같은 요소들을 분석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 건강과 장수에 매우 중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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