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독감 예방에 얼마나 효과 있나? 과학이 밝힌 진실

  • 동아닷컴
  • 입력 2025년 12월 9일 11시 18분


독감 예방 등 겨울철 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실내 습도를 40~50%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독감 예방 등 겨울철 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실내 습도를 40~50%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독감(인플루엔자)이 유행하고 있다. 이럴 때 실내에서 가습기를 사용하면 독감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효과적이다.

겨울은 기온이 낮고 건조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의 생존력이 더욱 높아진다. 독감이 특히 추운 계절에 잘 걸리는 이유는 사람들이 환기가 잘 안되는 실내에 모여 생활하는 시간이 길고, 그 과정에서 기침이나 재채기하며 바이러스가 섞인 침방울(비말)을 공기 중에 퍼뜨리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습도가 낮은 공기도 문제다. 공기의 상대습도가 보통 30% 이하로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섞인 침방울은 표면의 수분이 더 빠르게 증발해 미세 입자(비말 핵) 형태로 공기 중에 장시간 떠다닐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우리의 입·코·손을 거쳐 내부로 들어올 위험이 커진다.

건조한 공기는 신체의 중요 방어막을 약화할 수도 있다. 우리의 비강과 기도를 덮고 있는 점막은 병원체를 걸러내 면역 체계가 이를 제거할 수 있도록 돕는데, 공기가 건조하면 이 보호막이 손상돼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반면 공기 중에 수분이 많으면 비말의 무게가 늘어나 바이러스를 더 빨리 바닥으로 가라앉힌다.

주요 보건기구는 겨울철 실내 상대습도를 30~50%로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 전문가들은 천식 같은 만성 호흡기 질환이 있다면 35~45%의 더 좁은 범위를 추천한다.

가습기가 바이러스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과학적 근거도 있다.

2018년 학술지 ‘PLOS One’에 실린 한 소규모 연구에 따르면, 가습기를 설치한 유치원 교실은 그렇지 않은 교실보다 독감 유사 질환 발생률이 절반 이하로 나타났다.
독감 예방 등 겨울철 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실내 습도를 40~50%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독감 예방 등 겨울철 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실내 습도를 40~50%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올 10월 미국의사협회지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한 공기청정기 관련 연구를 보면, 고효율 공기청정기 설치 초등학교 교실에서 바이러스의 다양성은 줄었지만, 바이러스의 총량은 줄지 않았다. 연구 저자들은 상대습도가 높을수록, 특히 40% 이상일 때 바이러스 노출이 낮아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공기청정기만으로는 바이러스 총량을 효과적으로 줄이지 못했기 때문에 습도 조절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습도가 60% 이상으로 너무 높아도 문제다. 특정 박테리아나 곰팡이, 집먼지진드기 등의 번식을 촉진할 수 있다.

여러 연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겨울철 실내 습도는 40~50%가 이상적이다. 집이나 방 크기에 비해 너무 큰 가습기를 사용하면 곰팡이나 집먼지진드기 번식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가습기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감염병 전문가들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매일 물을 교체하고, 주 1회 이상 살균 세척을 권장한다. 박테리아와 곰팡이는 탱크 내부에서 얇은 막을 형성하여 자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물질을 흡입하면 폐 질환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가습기 물은 수돗물이 권장된다. 수돗물에 함유된 미량의 염소가, 물탱크 내부의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초음파식 가습기는 수돗물 속 미네랄이 ‘백색가루’로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으므로 제조사 지침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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