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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의 한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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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은 자의 비애[이준식의 한시 한 수]〈366〉

    남은 자의 비애[이준식의 한시 한 수]〈366〉

    창문(閶門)을 다시 찾으니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구나.함께 이곳에 왔거늘 어찌 함께 돌아오지 못하는가.서리 맞아 반쯤 시든 오동나무 같고,짝 잃고 홀로 나는 백두 원앙 같구나.들판의 풀, 이슬은 막 마르기 시작하는데,옛 보금자리와 새 무덤 사이,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구나.빈 침…

    •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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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렴 너머의 산빛[이준식의 한시 한 수]〈365〉

    주렴 너머의 산빛[이준식의 한시 한 수]〈365〉

    비가 오네. 가느다랗게, 또 성기게. 많이 쏟진 못해도, 끝내 그치려 않네.산빛 눈에 담으려는 시인을 시샘하듯, 천 봉우릴 일부러 주렴 한 겹으로 가리네.(雨來細細復疏疏, 縱不能多不肯無. 似妬詩人山入眼, 千峰故隔一簾珠.)―‘보슬비(소우·小雨)’ 양만리(楊萬里·1127∼1206)보슬비는…

    • 202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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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비의 빈정거림[이준식의 한시 한 수]〈364〉

    선비의 빈정거림[이준식의 한시 한 수]〈364〉

    말은 곡식에 싫증을 내는데, 선비는 겨조차 마다하지 못한다.흙벽에는 비단 장식이 둘러졌는데, 선비에게는 짧은 베옷조차 없다.저들이 뜻을 얻었을 때에는 나를 돌아보지 않더니,하루아침에 뜻을 잃고 나면 그 꼴이 또 어떠하겠는가.그만두자. 아아, 이 비루한 자들이여.(馬厭穀兮, 士不厭糠籺.…

    • 202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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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짧아서 더 빛나는 봄[이준식의 한시 한 수]〈363〉

    짧아서 더 빛나는 봄[이준식의 한시 한 수]〈363〉

    동산의 아욱은 푸르고, 아침 이슬은 해를 기다려 마른다.따스한 봄기운이 은혜를 두루 베푸니, 만물은 저마다 환하게 살아난다.늘 두려운 건 가을이 다가와, 꽃과 잎이 누렇게 시들어 가는 것.모든 강은 동으로 흘러 바다에 드니, 언제 다시 서쪽으로 돌아오겠는가.젊고 힘 있을 때 노력하지 …

    • 202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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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위를 견디는 꽃[이준식의 한시 한 수]〈362〉

    추위를 견디는 꽃[이준식의 한시 한 수]〈362〉

    뜰 안엔 잡목도 많건만, 오로지 매화만을 찬탄하노라.어찌하여 유독 그러한가 묻는다면,매화는 서리 속에 꽃 피우고, 찬 이슬 속에 열매 맺기 때문이라 하리.봄바람 흔들리고 봄볕 아래 고운 자태 뽐내는 잡목들아,너희는 찬바람을 좇아 스러질 뿐, 서리 속 꽃은 피워도 서리를 견딜 바탕은 없…

    •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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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 속의 봄밤[이준식의 한시 한 수]〈361〉

    기억 속의 봄밤[이준식의 한시 한 수]〈361〉

    어부의 집은 강어귀에 있어, 밀물이 사립문까지 스민다.나그네 묵어가고자 하나, 주인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네.대숲은 깊고 마을 길은 먼데, 달이 뜨니 낚싯배도 드물다.멀리 모래톱 찾아 배 대는 모습 보이니, 봄바람에 도롱이가 흔들린다.(漁家在江口, 潮水入柴扉. 行客欲投宿, 主人猶未歸. …

    • 20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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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되감을 수 없는 봄[이준식의 한시 한 수]〈360〉

    되감을 수 없는 봄[이준식의 한시 한 수]〈360〉

    한 해에 봄은 단 한 번뿐인 데다,백 년 인생에 백 세를 채운 이는 드물다네.꽃 앞에서 몇 번이나 실컷 취해볼 수 있을거나.만금 들여 술을 살지언정 가난 핑계는 대지 말아야지.(一年始有一年春, 百歲曾無百歲人. 能向花前幾回醉, 十千沽酒莫辭貧.)―‘장안성 동쪽 별장에서의 연회(연성동장·宴…

    • 20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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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담 뒤의 응원[이준식의 한시 한 수]〈359〉

    농담 뒤의 응원[이준식의 한시 한 수]〈359〉

    거친 비단과 삼베로 한평생 둘렀어도, 가슴속 학문으로 기품은 절로 빛나리.박잎 삶아 버티는 노학자 곁 청빈한 삶은 싫어, 기어코 선비들 따라 과거 길에 나서리라.주머니 비어 봄놀이 다닐 말은 못 장만해도, 사윗감 찾는 수레들에 눈 어지러울 날 오리니.급제하는 날엔 세인 앞에 어깨를 펴…

    • 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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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의 기척[이준식의 한시 한 수]〈358〉

    봄의 기척[이준식의 한시 한 수]〈358〉

    대자연은 말이 없으되 정은 품고 있어,추위가 다할 때면 으레 봄기운이 움튼다네.울긋불긋 온갖 꽃을 이미 다 마련해 두고,그저 새봄의 첫 우렛소리만 기다리고 있구나.(造物無言却有情, 每於寒盡覺春生. 千紅萬紫安排着, 只待新雷第一聲.)―‘새봄의 첫 우레(신뢰·新雷)’ 장유병(張維屏·1780…

    • 202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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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녀의 값[이준식의 한시 한 수]〈357〉

    미녀의 값[이준식의 한시 한 수]〈357〉

    예쁜 용모는 온 천하가 소중히 여기는 법, 서시가 어찌 오래도록 미천하게 있었으랴.아침에 월나라 개울가에서 빨래하던 여인, 저녁 되자 오나라 왕궁 후비가 되었네.미천한 시절에야 어찌 남들과 크게 달랐으랴만, 귀해지니 드문 미인임을 알아차렸지.시녀 불러 분단장시키고, 비단옷도 스스로 입…

    • 202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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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의 막잔[이준식의 한시 한 수]〈356〉

    새해의 막잔[이준식의 한시 한 수]〈356〉

    수염이 눈처럼 하얘지도록 다섯 임금을 모신 신하, 또 새해를 맞으니 칠순이라네.늙은 덕분에 새해 술의 막잔은 내 차지, 병을 추슬러 아직 온전한 이 육신.세월에 닳고 삭이며 높은 지위까지 얻었으니, 동시대 사람들보다 운이 좋았지.대력(大曆) 시기 죽마고우 중에, 지금 몇이나 이 회창(…

    • 20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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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묵은해를 보내며[이준식의 한시 한 수]〈355〉

    묵은해를 보내며[이준식의 한시 한 수]〈355〉

    한 해가 거의 다해감을 알려면, 깊은 골짜기로 달려드는 뱀을 보라.뱀의 긴 몸통이 절반이나 사라졌다면, 떠나려는 그 뜻을 누가 막을 수 있으랴.하물며 그 꼬리를 묶어 붙들려, 부지런히 애쓴대도 어쩔 수 없는 것을.아이들은 억지로 잠들지 않으려고, 서로 붙어 밤새 웃고 떠들썩하네.새벽닭…

    • 20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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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을 건너는 법[이준식의 한시 한 수]〈354〉

    세상을 건너는 법[이준식의 한시 한 수]〈354〉

    사귐은 서로를 알아주는 데 있으니, 골육이라 해서 꼭 친하단 법은 없지.달콤한 말엔 참됨이 없고, 야박한 세상에는 소진 같은 자가 많지.바람 따라 잠시 눕는 풀도 있고, 부귀에 실려 하늘로 날아오르는 풀도 있지.산마루 큰 나무를 보지 못했는가. 꺾이면 내려와 장작이 될 뿐이라네.왜 기…

    • 202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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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별의 막잔[이준식의 한시 한 수]〈353〉

    이별의 막잔[이준식의 한시 한 수]〈353〉

    이별주로 취한 게 며칠째런가. 연못가 누마루를 두루 찾아다녔지.언제쯤 석문산 앞길에서 만나, 다시 술 단지를 열게 될는지.가을 물결은 사수 위에서 출렁이고, 바닷빛은 조래산을 환하게 비추네.흩날리는 쑥처럼 각자 멀어질 터, 우선 손에 든 술잔이나 다 비우세.(醉別復幾日, 登臨徧池臺. …

    • 202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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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자리의 온도[이준식의 한시 한 수]〈352〉

    빈자리의 온도[이준식의 한시 한 수]〈352〉

    적막한 서재 안, 종일토록 오로지 그대 생각뿐.‘좋은 나무’ 이야기도 다시 찾아보고, 우애를 노래한 ‘각궁’ 시도 떠올려 본다오.짧은 베옷 속으로 찬바람과 서리 스미는데, 선약 만들기는 날로 더디기만 하네요.이곳 장안을 떠날 마음이 나지 않으니, 녹문산에서 만날 기약은 허사가 될 듯하…

    • 202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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