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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의 한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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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모 유감[이준식의 한시 한 수]〈141〉

    세모 유감[이준식의 한시 한 수]〈141〉

    오랜 세월 뜻대로 잘 안 됐는데, 새해엔 또 어찌 될는지./그리워라,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 지금은 몇이나 남아 있을까./한가함은 차라리 자유라 치부하고, 장수는 허송세월에 대한 보상으로 치자./봄빛만은 세상물정 모르고, 깊은 은거지까지 찾아와 주네.(彌年不得意, 新歲又如何. 念昔同遊…

    • 20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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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의 소신[이준식의 한시 한 수]〈140〉

    시인의 소신[이준식의 한시 한 수]〈140〉

    종남산 북쪽 마루 곱기도 해라, 쌓인 눈이 구름 끝에 피어나는 듯.갠 날씨에 숲머리도 환하게 빛났건만, 저녁 되자 성안은 한기 더욱 짙어지네. (終南陰嶺秀, 積雪浮雲端. 林表明霽色, 城中增暮寒.) (종남음령수, 적설부운단. 임표명제색, 성중증모한.)-‘종남산의 잔설을 바라보며(종남망여…

    • 202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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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 초대[이준식의 한시 한 수]〈139〉

    술 초대[이준식의 한시 한 수]〈139〉

    푸르스름한 거품 이는 갓 빚은 술, / 불꽃 벌겋게 핀 자그마한 질화로.저녁 되자 하늘은 눈이라도 내릴 듯, / 술이나 한잔 같이할 수 있을는지? (綠蟻新배酒, 紅泥小火爐. 晩來天欲雪, 能飮一杯無.)―‘류십구에게 묻는다(문류십구·問劉十九)’ 백거이(白居易·772∼846)

    •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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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모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138〉

    연모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138〉

    하염없이 그리나니, 장안에 계신 님.가을 귀뚜라미 우물가에서 울고, 차디찬 무서리에 대자리마저 싸늘하다.등잔불은 저 홀로 가물거리고 그리움에 이 몸은 넋이 나갈 지경, 휘장 걷고 달 보며 괜스레 한숨짓는다.꽃 같은 미인은 아득히 구름 저 끝에 있건만. 위로는 높다라니 푸른 하늘, 아래…

    •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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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의 일탈[이준식의 한시 한 수]〈137〉

    시인의 일탈[이준식의 한시 한 수]〈137〉

    술 취해 잠시 환락을 탐하노니, 어찌 시름에 잠길 여유가 있으랴.요즘에야 비로소 깨달았네, 옛사람의 책, 전적으로 믿을 순 없다는 걸.어젯밤 소나무 곁에 취해 넘어졌을 때, 내 취한 꼴이 어떠냐고 소나무에게 물었지. 소나무 움찔대며 나를 부축하려나 싶어, 손으로 밀치며 말했지, “비켜…

    • 202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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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름겨운 밤배[이준식의 한시 한 수]〈136〉

    시름겨운 밤배[이준식의 한시 한 수]〈136〉

    달 지자 까마귀 울고 찬 서리 천지에 가득,강변 단풍과 고깃배 불빛을 마주한 시름겨운 잠자리.고소성 너머 한산사,한밤중 종소리가 나그네의 뱃전에 들려오네.(月落烏啼霜滿天, 江楓漁火對愁眠. 姑蘇城外寒山寺, 夜半鐘聲到客船.)월락오제상만천, 강풍어화대수면. 고소성외한산사, 야반종성도객선. …

    • 202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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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대의 운명[이준식의 한시 한 수]〈135〉

    갈대의 운명[이준식의 한시 한 수]〈135〉

    꺾이고 부러지며 제 몸도 못 가누는데, 가을바람 불어대니 어찌할거나.하얀 눈꽃 머리에 이는 것도 잠시뿐, 여기저기 잎사귀가 강물에 잠기네. 연약한 채 이른 봄부터 싹을 틔웠고, 무성한 줄기엔 밤이슬이 그득했지.강호에선 그나마 뒤늦게 시든다지만, 세월 헛되이 가버릴까 두렵기는 마찬가지지…

    • 20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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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화 이야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134>

    국화 이야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134>

    쏴- 쏴- 갈바람 속에 정원 가득 피었건만, 차디찬 꽃술과 향, 나비조차 찾지 않네.언젠가 내가 만약 봄의 신이 된다면, 복사꽃과 한자리에 피어나게 하리라.(颯颯西風滿院栽, 蕊寒香冷蝶難來. 他年我若爲靑帝, 報與桃花一處開.)삽삽서풍만원재, 예한향냉접난래. 타년아약위청제, 보여도화일처개.…

    • 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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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모시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133>

    고양이 모시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133>

    가을 되자 쥐떼들 고양이 죽은 틈을 노리고,항아리 뒤지고 그릇 뒤엎으며 밤잠을 어지럽힌다. 듣자 하니 고양이가 새끼 몇 마리 데리고 있다는데,생선 사다 버들가지에 꿰어 그 고양이 모시고 와야겠네.(秋來鼠輩欺猫死, 窺甕飜盤攪夜眠. 聞道狸奴將數子, 買魚穿柳聘銜蟬.) 추래서배기묘사, 규옹…

    • 202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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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풍, 색다른 봄꽃[이준식의 한시 한 수]<132>

    단풍, 색다른 봄꽃[이준식의 한시 한 수]<132>

    가을 산이 사람을 삭막하게 한다 마시라,사계절은 저마다 한번씩 새로워지는 법. 갈바람도 사실은 봄바람 같은 손길 가졌으니,감나무 잎 단풍 숲으로 색다른 봄을 가꾸지.(休道秋山索莫人, 四時各自一番新. 西風사有東風手, 枾葉楓林別樣春.)휴도추산삭막인, 사시각자일번신. 서풍진유동풍수, 시엽풍…

    • 202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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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상념[이준식의 한시 한 수]<131>

    가을 상념[이준식의 한시 한 수]<131>

    마른 덩굴, 늙은 나무, 황혼의 까마귀./작은 다리, 흐르는 물, 인가(人家)./옛길, 서풍, 여윈 말./저녁 해 서쪽으로 지는데, 애끓는 이, 하늘 끝에 있네.(枯藤老樹昏鴉. 小橋流水人家. 古道西風瘦馬. 夕陽西下, 斷腸人在天涯.)―‘가을 상념(추사·秋思)’‘천정사(天淨沙)’ 마치원(…

    •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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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긋한 마음새[이준식의 한시 한 수]<130>

    느긋한 마음새[이준식의 한시 한 수]<130>

    남산 자락에 콩 심었더니, 잡초만 무성하고 콩 싹은 듬성듬성.새벽같이 일어나 김매러 나갔다, 달빛 속에 호미 메고 돌아온다.풀이 길게 자란 좁다란 길, 내 옷자락이 저녁 이슬에 젖는다.옷이야 젖어도 아까울 거 없지만, 내 소원만은 어그러지지 않았으면.(種豆南山下, 草盛豆苗稀. 晨興理荒…

    • 202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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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절한 하소연[이준식의 한시 한 수]<129>

    애절한 하소연[이준식의 한시 한 수]<129>

    황대 언덕 아래 오이를 심었더니, 오이 잘 익어 주렁주렁.하나 따면 남은 오이 더 잘 자라고, 둘 따니 오이는 듬성듬성.셋 따면 그나마 괜찮을지 몰라도, 다 따내면 덩굴만 안고 돌아가야 하리. (種瓜黃臺下, 瓜熟子離離. 一摘使瓜好, 再摘令瓜稀. 三摘尙自可, 摘絶抱蔓歸.)종과황대하, 과…

    • 20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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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를 향한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128>

    아내를 향한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128>

    내 마침 백발을 한탄하고 있자니, 젊은 아내도 덩달아 수심에 잠긴다. 겨울옷 등불 아래서 손질하는 사이, 어린 딸은 침상머리에서 놀고 있다.오래된 병풍과 휘장은 어두컴컴하고, 썰렁한 베개와 자리가 처량하긴 해도.가난에도 등급이 있는 법, 그래도 궁핍한 검루(黔婁)에게 시집가는 것보단 …

    •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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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음(知音)[이준식의 한시 한 수]<127>

    지음(知音)[이준식의 한시 한 수]<127>

    촉 땅 스님이 녹기금(綠綺琴)을 안고, 서쪽 아미봉을 내려와.날 위해 한 곡조 뜯으니, 뭇 골짜기 휘도는 솔바람 소리를 듣는 듯.객지 떠도는 이 마음 씻은 듯 맑아지고, 여운은 산사의 종소리에 녹아든다.어느새 푸른 산엔 날이 저물고, 가을 구름 어둑어둑 겹겹이 몰려 있다.(蜀僧抱綠綺,…

    •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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