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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의 한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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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설의 향연[이준식의 한시 한 수]〈244〉

    백설의 향연[이준식의 한시 한 수]〈244〉

    한기 감도는 외딴 마을의 저녁, 사방에서 들리는 스산한 바람 소리.계곡물 깊어 눈은 쌓일 겨를 없고, 산은 얼어 구름조차 꿈쩍하지 않는다.갈매기와 백로가 날아도 구별하기 어렵고, 모래톱과 물가도 분간되지 않는다.들판 다리 곁엔 매화나무 몇 그루, 온 천지에 휘날리는 하얀 눈발.(寒色孤…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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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웅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243〉

    영웅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243〉

    큰바람 일어나자 구름이 흩날리누나.온 세상에 위세 떨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나니,어떻게 하면 용맹한 군사를 얻어 사방을 지킬는지.(大風起兮雲飛揚, 威加海內兮歸故鄉, 安得猛士兮守四方.)―‘바람의 노래(대풍가·大風歌)’ 유방(劉邦·기원전 256년∼기원전 195년)

    •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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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서[이준식의 한시 한 수]〈242〉

    연서[이준식의 한시 한 수]〈242〉

    잔설처럼 하얀 비단 조각으로, 잉어 한 쌍 만들었으니내 맘속 일을 알고 싶다면, 그 배 속의 편지를 읽어보셔요.(尺素如殘雪, 結為雙鯉魚. 欲知心裏事, 看取腹中書.)―‘흰 비단 물고기를 만들어 친구에게 주다(결소어이우인·結素魚貽友人)’·이야(李冶·약 730∼784)

    • 20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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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를 사랑한 도적[이준식의 한시 한 수]〈241〉

    시를 사랑한 도적[이준식의 한시 한 수]〈241〉

    저물녘 부슬부슬 비 내리는 강마을,이 밤 녹림호객(綠林豪客)이 내 이름 듣고 알은체한다.다른 때라도 내 이름은 숨길 필요 없겠네.지금은 세상 절반이 다 그대 같은 도적이려니.(暮雨瀟瀟江上村, 綠林豪客夜知聞. 他時不用逃名姓, 世上如今半是君.)―‘정란사 마을에서 묵다 만난 밤손님(정란사숙…

    • 2023-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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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자의 깨달음[이준식의 한시 한 수]〈240〉

    수도자의 깨달음[이준식의 한시 한 수]〈240〉

    홀로 앉아 하얘진 귀밑머리 걱정, 텅 빈 방 어느새 이경(二更)에 다가선다.빗속에 떨어지는 산 과일, 등불 아래 울음 우는 풀벌레.백발은 결국 검어지기 어렵고, 단약(丹藥) 황금도 만들 수가 없다네.늙음과 질병을 없애려 한다면, 오직 한길 무생무멸(無生無滅)의 불도를 터득하는 것.(獨…

    •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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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공평을 향한 일갈[이준식의 한시 한 수]〈239〉

    불공평을 향한 일갈[이준식의 한시 한 수]〈239〉

    이끌어주는 사람 없는 길엔 잡초 삭막하고,예로부터 그대 사는 깊은 숲은 시장이나 조정과는 멀었지요.이 세상에 공평한 것이라곤 백발 하나뿐,귀인의 머리라고 봐줄 리 없다오.(無媒徑路草蕭蕭, 自古雲林遠市朝. 公道世間惟白髮, 貴人頭上不曾饒.)―‘은자를 보내며 쓴 절구 한 수’(송은자일절·送…

    •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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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과 가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238〉

    시인과 가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238〉

    의사가 수고비 달라는데, 내 어디 그런 큰 재물이 있나.정정(整整)이란 가기가 하나 있는데, 쟁반 나르고 밥 푸는 잔시중은 들 수 있지.내가 즐기던 가무는 적막해졌고, 이제 남은 건 피리 몇 가닥.정정이 이런 사정을 살펴, 마나님께 잘 지내시라 인사 고하네.(醫者索酬勞, 那得許多錢物.…

    •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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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향의 꿈[이준식의 한시 한 수]〈237〉

    낙향의 꿈[이준식의 한시 한 수]〈237〉

    누렁소 사고 농사일 배워, 숲속 샘물가에 초가집 지으리.늙어서 살날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차라리 몇 해라도 산속에서 지내고 싶네.높든 낮든 벼슬살이란 한바탕의 꿈, 시 짓고 술 마실 수 있다면 그게 곧 신선.세상만사 다 가치가 늘어난대도, 늙고 나니 내 문장은 한 푼어치도 안 되는구…

    •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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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귀비의 죽음[이준식의 한시 한 수]〈236〉

    양귀비의 죽음[이준식의 한시 한 수]〈236〉

    북방의 말과 무소 갑옷으로 무장한 반란군이 지축 흔들며 쳐들어오자,황제는 양귀비를 죽음으로 내몰았고 자신 또한 결국엔 재가 되었지.군왕으로서 진작 그녀가 나라 망칠 줄 알았더라면,황제의 가마 굳이 마외(馬嵬) 언덕을 지나 피란 갈 일 있었겠는가.(冀馬燕犀動地來, 自埋紅粉自成灰. 君王若…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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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속의 상봉[이준식의 한시 한 수]〈235〉

    꿈속의 상봉[이준식의 한시 한 수]〈235〉

    아득히 이승과 저승으로 갈린 십 년. 생각 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네.천 리 밖 외로운 무덤, 내 처량한 심사 호소할 길 없구나.우리 만난대도 알아보지 못하리. 얼굴은 세속의 때에 절고, 귀밑머리엔 서리 내렸으니.지난밤 아련한 꿈결 속 문득 찾아간 고향. 작은 창가에서 치장하고 있던 …

    •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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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분을 나누다[이준식의 한시 한 수]〈234〉

    울분을 나누다[이준식의 한시 한 수]〈234〉

    날 버리고 떠난 지난 세월 붙잡을 수 없고, 내 맘 어지럽히는 지금 시간 근심만 가득하네.세찬 바람에 만 리 먼 길 날아온 가을 기러기, 저들 바라보며 높은 누각에서 술을 즐긴다.그대 문장엔 건안(建安) 시대의 강건한 기개, 내 시엔 그 다음 시대 사조(射眺)의 청신한 기풍.우리 함께…

    •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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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풍에 빠지다[이준식의 한시 한수]〈233〉

    단풍에 빠지다[이준식의 한시 한수]〈233〉

    차가운 산 시월의 아침, 서리 맞은 나뭇잎 일시에 바뀌었다.타는 듯해도 불이 난 건 아니요, 꽃 핀 듯하지만 봄이 도래한 건 아니라네.가지런히 이어져 짙붉은 장막을 펼친 듯, 마구 흩날려 붉은 수건을 자른 듯.단풍 구경하려고 가마 멈추고, 바람 앞에 선 이는 우리 둘뿐이려니.(寒山十月…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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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외된 이들에게[이준식의 한시 한 수]〈232〉

    소외된 이들에게[이준식의 한시 한 수]〈232〉

    둥근달 찬 하늘에 떠오르면 사람들은 세상이 다 같다고 말하지만,천 리 밖 비바람이 몰아치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하리오.(圆魄上寒空, 皆言四海同. 安知千里外, 不有雨兼风.)―‘한가위 보름달(중추월·中秋月)’ 이교(李嶠·약 644∼713)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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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름달 예찬[이준식의 한시 한 수]〈231〉

    보름달 예찬[이준식의 한시 한 수]〈231〉

    하늘은 오늘 밤 저 달을 띄워, 온 세상을 한바탕 씻으려 하네.더위 물러나자 높은 하늘 더없이 깔끔하고, 가을 맑은 기운에 만상이 산뜻하다.뭇 별들은 달에게 광채를 양보하고, 바람결에 이슬은 영롱하게 반짝인다.인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유유자적 저 신선의 세계이려니.(天將今夜月,…

    •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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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이준식의 한시 한 수]〈230〉

    인생[이준식의 한시 한 수]〈230〉

    책은 마음에 들수록 금방 다 읽히고, 손님은 뜻이 맞을수록 기다려도 오질 않네.세상사 어긋나기가 매번 이러하니, 인생 백년 맘 편할 때가 얼마나 되랴.(書當快意讀易盡, 客有可人期不來. 世事相違每如此, 好懷百歲幾回開.) ―‘절구(絶句)’ 진사도(陳師道·1052∼1101)

    •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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