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하나가 빈 탓인지 서재가 한층 을씨년스럽다. 허전함을 달래려 시인은 책을 뒤적이고, 선배 이백이 건네준 문장과 시를 읊조려 본다. 곱씹어 보니 그것은, 두터운 우정을 기록한 역사 속 ‘좋은 나무’ 이야기나 ‘시경’ 속 ‘각궁(角弓)’ 시와도 뜻이 겹치는 듯하다. 선배의 글이 겨울밤의 적막을 보듬어주는 다시없을 위안이 되는 이유다. 한데 지금 시인은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는 데다, 선배와 함께 꿈꾸었던 선단(仙丹) 달이는 일마저 지지부진하다. 게다가 자신은 여전히 ‘장안의 그물’에서 빠져나올 엄두가 나지 않으니, 옛 현자처럼 산림에 은거하자던 둘의 언약도 연기처럼 흩어져 버릴 것만 같다.
겨울 서재의 그리움은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는다. 선배를 향한 마음은, 함께 유람하던 시간과 산천의 거리까지 끌어안고서도 끝내 식지 않는다. 이백과 두보가 서로에게 향했던 그 존중은 ‘문인은 서로 상대를 경시한다’는 오랜 편견을 무색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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