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 음식평론가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시즌2’(사진)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쇼 자체도 인기였지만 개별 요리사와 셰프가 연예인이나 아이돌 수준의 각광을 받기도 했다. 시즌1보다 성공했다고 봐도 지나친 말은 아닐 텐데, 이런 분위기를 타고 우리는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 더 흥미진진한 서바이벌 콘텐츠는 물론이고 요리계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인식 전환 과제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요리계의 성(性) 편향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자. ‘흑백요리사 2’에 출연한 100명 가운데 여성은 고작 18명이었다. 흑수저 80명 중 14명(17.5%), 백수저 20명 중 4명(20%)으로 고만고만하다. 2023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가정에서 여성이 집안일을 맡는 비중이 70%를 넘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편향은 엄청나다. 빛이 안 나는 집밥은 여성이, 그럴싸해 보이는 직업으로서의 요리는 남성이 맡는 현실이다.
요리계의 성 편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양의 주방은 군대식으로 운영되는 남초의 공간이었다. 일본에서는 ‘손이 따뜻해서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여성에게 스시를 맡기지 않았다. 국내에도 반찬 조리 및 허드렛일 담당의 ‘이모’가 따로 있다. ‘흑백요리사 2’에 출연한 남성 요리사들의 “집에 가서는 전혀 요리를 하지 않는다”는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성이었다면 얘기가 달랐을 것이다.
이런 이면에는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열세해 육체적인 상업 요리를 못 한다’ 또는 ‘상업 요리는 일이므로 남성의 영역이다’라는 뿌리 깊은 편견이 있다. 맞벌이 부부가 보편화된 시대에도 여성이 조리를 비롯한 집안일의 대부분에서 자질구레한 일까지 떠맡아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궤변이다. ‘유리천장’은 깨져야 하며, 음식과 요리의 세계에서 그 시급성은 더욱 크다. ‘흑백요리사’를 아낀다면 더 많은 여성의 출연을 응원해야 마땅하다.
둘째, 요리계의 노동 조건에 관심을 기울이자. ‘셰프(Chef)’는 프랑스어로 ‘(요리사의)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셰프 한 사람이 쇼에 출연하려면 두 손으로도 꼽기 어려울 만큼 많은 요리사들과 접객 및 운영 직원들이 막후에서 헌신한다. 과연 이들이 공정한 노동의 대가를 받으면서 일하고 있을까? 그럴 수 있도록 요리 콘텐츠를 사랑하는 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계급화의 고착을 경계하고 타파해야 한다. 지난 15년간 요리계, 특히 파인 다이닝 분야에서는 미국 및 프랑스의 특정 요리학교 출신들을 무비판적으로 추켜세우는 경향이 있었다. 입학 문턱이 일반 대학보다 높지 않은 해외 요리학교를 ‘요리계의 하버드’라 칭하는 한편, 실무 경험이 부족한 요리사들이 셰프 자리를 꿰차도 검증하려 들지 않았다.
요리는 반드시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분야도 아니며, 학교를 나왔다고 자동적으로 요리를 더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흑백요리사’의 콘셉트 자체가 바로 이런 발상에서 출발한 것 아닌가? 요리학교의 부상 이전에 요리는 주방에서 도제식으로 배우는 분야였다. 요리학교의 장점이 없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졸업 이후의 경험이다. 학벌주의에 젖어 요리계를 대해 버릇하면 ‘흑수저’와 ‘백수저’의 계급이 실제로 고착될 수도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