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줄기세포, 후속연구 멈춰선 안 된다

  • 입력 2005년 12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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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진위(眞僞)를 둘러싼 논란이 황우석 교수와 공동 연구자였던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진실게임’ 정면충돌 양상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양측 주장의 핵심 내용이 상반돼 어느 쪽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혼란스럽다. 노 이사장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모두 가짜”라고 주장해 국민에게 충격을 준 지 하루 만에 황 교수는 “줄기세포가 바꿔치기됐다”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황 교수팀의 연구는 국민세금인 정부예산이 330억 원(작년 65억 원, 올해 265억 원)이나 투입된 국가적 프로젝트다. “맞춤형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꿔치기됐다”는 황 교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훼방한 중대 사건이다.

그러나 노 이사장은 즉각 “김선종 연구원을 희생양으로 만들려는 황 교수의 시나리오”라고 받아쳤다. 범죄의 가능성까지 제기된 줄기세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서울대의 객관적 과학적 조사와 함께 검찰도 나설 수밖에 없다.

뛰어난 연구 성과를 계속 내놓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던 황 교수가 사진 조작 같은 결정적 흠결 때문에 사이언스 게재 논문을 취소하게 된 것은 한국 생명과학계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논문 작성상의 실수와 연구관리 소홀은 그동안의 과학적 성과까지 퇴색시켰다. 사이언스 논문 속의 줄기세포에 대한 진위 논란이 제기됐을 때 처음부터 솔직하게 실수를 시인하지 않고 말을 바꾸거나 침묵함으로써 의혹을 증폭시킨 것도 잘못이다.

더욱이 줄기세포 2, 3번 사진이 중복 사용되거나 조작된 것은 경위야 어떻든 진실을 추구하는 과학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황 교수에 대한 국내외의 신뢰가 떨어져 그가 이끄는 팀의 연구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어제 황 교수는 “해동과 배양 과정을 거쳐 검증할 수 있는 줄기세포가 8개 더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제 TV 인터뷰에서 “줄기세포는 없다”고 단언했던 노 이사장은 하루만에 “두 개는 검증을 해봐야 한다”고 말을 바꾸었다.

노 이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토사구팽 당했다” “환멸을 느꼈다”며 황 교수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노 이사장은 “곤경에 처해 있는 MBC를 위해 기자회견을 했다. ‘PD수첩’이 나를 살려 주었다”고 말해 MBC와의 관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발언도 했다. 검찰은 황 교수, 노 이사장, MBC, 그리고 신원이 가려진 ‘PD수첩’ 제보자의 얽히고설킨 관계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황 교수는 줄기세포 수립을 확인한 연구원 4명을 기자회견장에 배석시켰고, 줄기세포 수립을 검증할 수 있는 자료가 현미경 필름 등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논문이 조작됐는지, 아니면 부풀려졌는지, 줄기세포는 실제로 몇 개나 만들어졌는지 등은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밝혀낼 몫이다. 황 교수와 노 이사장은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미즈메디병원 소속으로 서울대 연구소와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김선종 연구원은 이번 사건의 의혹을 풀 수 있는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즉시 귀국해 미즈메디병원과 서울대 연구소 양쪽에서 자신이 실행하고 확인한 일을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

황 교수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었고 계속 만들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고 확언했다. 또 중요하고 의미 있는 논문이 저명한 학술지의 심사를 받고 있고, 머지않아 제출할 수 있는 논문도 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말이 아니라 검증된 논문과 연구결과를 통해 원천기술의 존재를 확인시켜야 한다.

줄기세포 논란은 황 교수와 노 이사장 간의 사적(私的)인 문제가 아니다. 지난날 연구성과의 진위는 치밀한 조사와 이를 보완하는 수사로 가려 진실만을 살려내되, 과학 한국의 한 희망인 줄기세포 후속연구에는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지금 같은 ‘진실게임’ 소모전에만 매몰돼 있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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