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제야 ‘관저 이전’ 김오진 구속… 부실 감사 의혹도 규명해야

  • 동아일보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관리비서관으로서 대통령 관저 이전 업무를 총괄한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17일 구속됐다. 이 전 차관은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관저 이전·증축 공사를 부당하게 수주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저 공사 의혹의 핵심은 증축 공사에 필요한 종합건설 면허도 없는 영세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어떻게 이 공사를 맡게 됐느냐는 것이다.

21그램 대표 김모 씨는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주최 전시회를 후원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의 설계, 시공을 맡은 적이 있다. 두 사람은 대학원 동기이기도 하다. 이런 인연 때문에 이 업체가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따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시민단체가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한 핵심 이유도 김 여사가 업체 선정 과정에 개입했는지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감사원이 내놓은 감사 결과는 아무 알맹이도 없었다. 김 전 차관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호처 등에서 업체를 추천받았지만 누가 추천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자 선정 과정에서의 특혜 여부에 대해 더 이상 감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김 여사에 대해선 ‘감사 과정에서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며 서면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최재해 감사원장은 국회에서 “누가 (21그램을) 추천했는지는 감사의 키포인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감사원이 처음부터 김 여사를 조사할 생각조차 없이 의혹을 덮는 데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내놓은 2024년 9월은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 결정을 앞두고 시선이 집중되던 때다. 더불어민주당이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할 특검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관저 공사 감사 기간을 7차례나 연장하던 감사원이 이런 시점에 면죄부나 다름없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여러 측면에서 석연치 않다. 특검은 관저 공사 감사 과정에서 있었던 불법뿐 아니라 ‘맹탕 감사’가 이뤄진 배경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한 뒤 그에 상응하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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