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지호 파면… ‘12·3 계엄은 위헌’ 전원일치로 거듭 확인한 헌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8일 23시 27분


헌법재판소가 18일 조지호 경찰청장을 재판관 9인 전원 일치로 파면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지 1년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제외한 계엄 가담자 중 처음 파면된 것이다. 조 청장은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봉쇄하고 선관위에 경찰을 배치해 무장한 계엄군을 지원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지시를 실행한 조 청장의 행위가 대의민주주의와 권력 분립 원칙을 중대하게 위반해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엄중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유린했음을 헌재가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이후에도 사과와 반성은커녕 재판 내내 야당에 대한 경고성 계엄이었다거나 계엄으로 시민들이 깨어났다느니 하는 ‘계몽령’ 같은 궤변을 늘어놓았다. 여기에 국민의힘 일부 세력이 동조해 ‘윤 어게인’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버젓이 내놓는 상황이다. 하지만 헌재는 계엄은 이론의 여지 없이 분명히 위헌적이고 불법적이었다고 쐐기를 박았다.

조 청장은 윤 전 대통령의 그런 위헌적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랐다. 국회에 무장한 계엄군이 투입되는 걸 알면서도 국회를 전면 차단했다. 그 결과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려던 의원들은 몰래 담장을 넘어야 했고 표결은 지연됐다. 아무리 대통령 지시라 해도 경찰청장이 위헌 여부조차 따지지 않고 추종한 것은 헌법 수호의 책무를 방기한 것이다. 조 청장은 계엄 때 위헌·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평균적인 법 상식을 가진 일반인들도 계엄이 위헌적이라는 걸 알았다며 이를 완전히 배척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계엄을 선포하러 가는 윤 전 대통령을 누구 하나 막아서지 않고서도 계엄 문건을 받은 사실조차 쉬쉬했던 국무위원들,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을 땐 위헌인지 따질 여유가 없었다고 주장한 군 수뇌부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 전 대통령부터 국정의 요직을 차지했던 총리와 장관들, 군 고위 장성들, 경찰 수뇌부까지 27명이 계엄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 위헌적 계엄에 대한 헌법적 심판에 이어 그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적 단죄까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이뤄내야 할 과제가 남았다.


#헌법재판소#조지호#경찰청장#파면#비상계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