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혀도 너무 찍힌다’…삼성화재는 블로킹 차단도 다이렉트 [발리볼 비키니]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9일 08시 00분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11.7%가 상대 블로커에게 막힌 삼성화재 아히.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11.7%가 상대 블로커에게 막힌 삼성화재 아히.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프로배구 V리그 출범 이후 남자부에서 2573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벌어지지 않았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삼성화재가 두 자릿수 연패를 당한 겁니다

삼성화재는 18일 경기 의정부시 경민대 기념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3라운드 방문경기에서 KB손해보험에 0-3(19-25, 21-25, 20-25)으로 완패했습니다.

삼성화재는 그러면서 2라운드 첫 일정이던 지난달 12일 인천 방문경기에서 대한항공에 0-3으로 패한 걸 시작을 패-패-패-패-패-패-패-패-패-패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까지는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10연승 이상을 10번 기록하는 동안 9연패도 한번 없었던 팀입니다.

삼성화재는 이날까지 승점 7(2승 14패)로 6위 우리카드(승점 19·6승 9패)와도 승점 12 차이가 나는 꼴찌입니다.

삼성화재 = 수비를 제일 못하는 팀보다도 공격을 못하는 팀
삼성화재 = 수비를 제일 못하는 팀보다도 공격을 못하는 팀
이번 시즌 삼성화재가 제일 못하는 두 가지는 공격과 수비입니다.

삼성화재 팀 공격 효율은 0.273으로 남자부 7개 팀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거꾸로 수비 효을 그러니까 상대 팀 공격 효율은 0.393을 가장 높습니다.

공격 효율은 ‘(공격 성공 - 상대 블로킹 - 공격 범실) ÷ 공격 시도’로 계산하는 지표입니다.

따라서 공격 효율이 떨어진다는 건 △공격 성공 횟수가 적거나 △상대 팀에 블로킹을 많이 당했거나 △공격 범실이 많다는 뜻이 됩니다.

그리고 삼성화재는 블로킹을 많이 당해도 너무 많이 당합니다.

한국전력과 비교하면 블로킹을 76.1% 더 당하는 팀
한국전력과 비교하면 블로킹을 76.1% 더 당하는 팀
삼성화재는 이날까지 공격을 총 1535번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 12.5%인 192번이 상대 블로킹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시즌 이 비율이 10%가 넘어가는 팀은 삼성화재밖에 없습니다.

남자부 역사상 상대 블로킹에 가장 자주(12.8%) 당한 팀은 2012~2013시즌 KEPCO(현 한국전력)였습니다.

이어 역시 한국전력 옛 이름인 KEPCO45가 2008~2009시즌 남긴 12.7%가 두 번째 기록입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삼성화재가 V리그 출범 이후 세 번째로 블로킹을 자주 당하는 팀입니다.

도산지는 여전히 적응 중?
도산지는 여전히 적응 중?
삼성화재 공격이 상대 블로킹에 이렇게 자주 당하고 이유는 간단합니다.

세터가 상대 블로커가 많은 곳으로 세트(토스)하기 때문입니다.

배구에서는 상대 블로커가 1명 이하인 곳으로 공을 띄울 때를 ‘러닝 세트’, 2명 이상인 곳으로 보낼 때를 ‘스틸 세트’로 구분합니다.

삼성화재 도산지(29·호주)는 러닝 세트 비율 22.3%로 남자부 7개 팀 주전 세터 가운데 최하위입니다.

노재욱(33)은 이 비율이 29.7%로 도산지보다 높지만 리그 평균(30.8%)에는 못 미칩니다.

참고로 여기서 리그 평균은 세터가 아닌 선수가 세트를 기록한 상황도 모두 포함한 기록입니다.

인도계 호주인 도산지(오른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인도계 호주인 도산지(오른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거꾸로 삼성화재가 상대 팀 공격 시도 가운데 블로킹으로 잡아낸 비율은 6.9%밖에 되지 않습니다.

여자부 현대건설(7.6%)에도 뒤지는 남자부 최하위 기록입니다.

우리 팀 공격은 상대 블로킹에 가로막히고 우리 블로커는 상대 공격을 막지 못하니 경기가 답답하게 흘러가는 게 당연한 일.

그렇게 블로킹 벽은 상대 코트에만 서 있고 삼성화재 공격은 오늘도 그 벽을 향해 날아갑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V리그 역사상 최장신 세터인 도산지(204㎝)가 전위에 있을 때는 이 비율이 8.6%로 올라간다는 점.

물론 블로킹 벽 높이를 끌어올리겠다고 도산지를 영입한 건 아닐 테지만 말입니다.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그렇다고 도산지를 내보내고 새로운 아시아 쿼터 선수를 쓰기도 애매합니다.

노재욱이 그리 믿을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재욱이 띄운 공을 때렸을 때 삼성화재 선수들은 공격 성공률 48.2%에 공격 효율 0.276에 그쳤습니다.

도산지는 그래도 성공률 51.6%에 효율 0.327입니다.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은 “지금은 우리가 가진 자원과 무기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연패가 길어지다 보니 선수들이 자신감을 많이 잃었지만 경기력이 한 번 올라오기 시작하면 분명 해줄 수 있다고 본다”고 믿음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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