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5칩 탑재 애플 비전프로 써보니
니트 밴드-몰입감 장점 뚜렷… 눈동자 ‘마우스’ 손짓 ‘클릭’으로
중장년층도 쉽게 사용… 500만 원 육박 가격은 부담
애플이 11월 한국에 출시한 비전프로(M5 칩 탑재 모델)를 쓴 채 손가락을 집어 감상할 영상을 선택하고 있는 주부 최민선 씨. 최 씨는 “사막을 걷는 영상을 틀었는데, 현장감이 너무 생생한 나머지 방 안에 있는 걸 깜빡하고 모래를 만져보고 싶어서 손을 뻗어 바닥을 만지기도 했다”고 체험 소감을 밝혔다. 애플에 따르면 기존 비전프로보다 M5 칩 탑재 모델은 전반적인 구동 속도가 더 빠르고 작동이 부드럽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애플이 지난달 28일 한국 시장에 출시한 헤드셋 형태의 확장현실(XR) 모바일 기기 비전프로(M5 칩 탑재 버전)를 이틀간 사용해 봤다. 경쟁사 제품 대비 착용 시 머리가 편안하다는 것, 콘텐츠를 즐길 때 몰입감을 준다는 것은 장점이었다. 다만 50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과 장시간 착용 시 느껴지는 무게감은 부담이었다.
우선 정수리와 뒤통수를 비전프로에 달린 ‘듀얼 니트 밴드’로 감싸 머리에 고정시키고 딱 맞게 조절한 후 눈앞에 기기를 위치시키며 사용을 시작했다. 관자놀이 근처에 있는 버튼으로 밴드를 정수리 높이와 뒤통수 너비에 맞춰 조정할 수 있었다. 비전프로는 듀얼 니트 밴드 덕에 메타퀘스트3 등 경쟁사 제품보다 착용감이 부드럽고 폭신하게 느껴졌다. 사용하면서 수시로 밴드를 조정했지만 머리카락이 끼는 등 불편은 없었다.
이렇게 비전프로를 착용하면 애플 로고가 뜬다. 이후에는 비전프로 너머로 눈앞 세상이 그대로 보인다. 본격적인 사용 전에 비전프로를 제어하는 기본적인 손짓을 익혔다. 비전프로에 있어 사용자의 눈동자 움직임은 컴퓨터로 치면 ‘마우스 커서’에 해당되고, 손짓은 ‘클릭’ 또는 ‘메뉴 불러오기’이다. 엄지와 검지를 꼬집듯이 부딪치는 ‘핀치’로 원하는 작업을 선택할 수 있다.
소파에 가만히 앉아 눈동자를 움직이고 작은 손짓을 하면 웹 서핑, 미국 주식 시장 현황, 음악 재생 등의 작업을 한꺼번에 할 수 있었다. 눈앞에 컴퓨터 화면이 떠 있고, 바탕화면은 집 안. 애플은 비전프로를 ‘공간 컴퓨터’라고 부른다. 물리적인 공간 위에 디지털 콘텐츠가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느낌을 줘서다.
비전프로의 최대 장점은 몰입감이었다. 사진 앱을 열자 애플 클라우드에 있던 반려견 사진이 나왔고 ‘몰입’ 버튼을 누르자 사진이 입체적으로 변했다. 반려견의 털 한 가닥 한 가닥과 코에 있는 주름까지 세세하게 눈앞에 보였다. 몰입감은 비전프로 전용 영상에서 극대화된다. 가수들의 공연 영상을 볼 수 있는 앱으로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영상을 재생했는데, 눈앞에 있는 것 같아 부담스러울 정도로 생생했다.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작업도 즐길 수 있었다. 디제잉 앱을 깔았더니 허리쯤 되는 높이의 허공에 턴테이블이 나타났다. 원하는 레코드판을 선택하고 음악을 믹싱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보드게임 앱으로 체스를 여러 판 두자 시간이 훌쩍 갔다.
이 같은 몰입형 경험이 정보기술(IT) 기기에 익숙한 젊은 연령대에 국한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중장년층도 비전프로에 비교적 쉽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부 최민선 씨(62·경기 수원시)는 비전프로를 쓰고 자연 다큐멘터리를 골라서 시청한 뒤 “자연에 가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몰입형 화면이 펼쳐지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시야 전체를 감싸는 화면에 놀라기도 했다.
가장 큰 단점은 무게감이다. 비전프로는 750g으로 갤럭시XR(545g), 메타퀘스트3(515g)보다 무겁다. 이마와 광대뼈에 압력이 균형 있게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잠들기 직전 2시간 반을 쉼 없이 사용했더니 다음 날 아침 목과 어깨에 통증이 조금 있었다. 경쟁사의 가상현실(VR) 헤드셋에 비해 시야각이 좁다는 느낌도 있었다.
지난해 출시된 첫 비전프로보다 중앙처리장치(CPU) 성능 등이 크게 향상된 비전프로 M5 칩 탑재 버전은 전반적인 시스템 반응성이 빨라졌다고 했는데, 실제 사용하면서 한 번도 에러나 끊김이 없었다. 이처럼 하드웨어 성능은 훌륭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아직 부족했다. 일례로 비전프로에서는 유튜브 앱 설치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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