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원전 정책, 편가르기 싸움 돼… 당적 없는 사람만 말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8일 03시 00분


[대통령 업무보고]
업무보고서 ‘과학적 논쟁’ 강조
美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분쟁에 “25년 지났는데 한국 기업에 횡포”
“경찰, 수사 인력 보강 재배치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원전 정책이 정치 의제처럼 돼 버렸다”며 “효율성이나 타당성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편 가르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원전 정책이 정치 의제처럼 돼 버렸다”며 “효율성이나 타당성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편 가르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업무보고에서 원자력 정책을 두고 “편 가르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당적(黨籍)이 없는 사람만 말하라”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을 공론화에 맡기겠다고 밝힌 가운데 인공지능(AI) 전환 정책으로 에너지 공급 부족 우려가 나오자 진영 논리가 아닌 과학적 접근을 당부한 것이다. 기후부는 37년 만에 산업용 전기요금제 전면 개편 방안을 보고했다.

● 李 “원전 정책도 편 가르기 싸움”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부 대상 업무보고에서 “정치 의제가 돼 진실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데 이렇게 되면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며 “과학 논쟁을 하는데 네 편, 내 편을 왜 가르냐”고 말했다. 이어 “새롭게 원전을 시작해 짓는다고 하면 얼마 만에 지을 수 있냐. 말하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10∼15년 걸린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7년이 걸린다는 사람도 있다. 정당마다 말이 다르다”고 했다. 이어 “김 장관도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 못 믿겠다.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대신 말해 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와 관련해 질문하면서도 “어느 정당 소속인가”, “무슨 당이냐”고 물었다. 민주당 의원 출신인 김현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답변하려 하자 “정당이 있잖아. 말해도 잘 안 믿어”라고 제지했다.

2035년부터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가동을 시작하겠다는 한수원의 계획에 대해서는 “낙관적 전망이지 반드시 실현된다는 보장이 없지 않나. 수천억 원을 들여 부지를 미리 확보하고 준비했다가 안 되면 어떻게 하냐”고 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지식재산처 업무보고에선 한수원·한국전력공사와 원전 기술 지식재산권 분쟁을 벌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대해 “어떻게 20∼25년이 지났는데 계속 자기 것이라고 한국 기업에 횡포를 부리냐”며 “원천 기술을 개발한 지 25년이 지났으면 (특허 기간이) 끝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 건은 영업비밀로 분류돼 한도가 없다. 영업비밀의 경우 25년 (시효) 제한이 없다”고 답했다.

김성환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로 전력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산업용 계시 요금제를 ‘낮 시간대는 인하, 밤 시간대는 인상’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곳이 지역에 분산되도록 ‘지역별 요금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998년 계절과 시간별로 전기료를 차등하는 계시별 요금제가 도입된 뒤 37년 만에 산업용 요금제가 전면 개편되는 것이다. 한전은 전력 사용량이 줄어드는 심야 시간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 시간 대비 35%에서 최대 50%까지 할인했는데, 앞으로는 평일 밤 시간대 요금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장관은 이날 “지금은 전기요금을 인하해야 할 요소들이 있지만 한전이 쌓아 놓은 부채를 탕감하는 쪽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도 시사했다.

● “警, 시위 진압 인력 줄이고 수사 인력 늘려야”

이 대통령은 이날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수사 업무 인력이 부족해 보인다”며 “집회 진압에 너무 많은 역량을 소진할 필요가 없다”고 경찰 인력 재배치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검찰청 폐지에 따라 수사 기능이 경찰에 집중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에서 증원된 집회·시위 대응 인력을 줄여 수사 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기동순찰대를 감축해 수사 인력을 1200명 늘리겠다고 보고했다. 또 마약 전담 독립수사기구를 편성하고 자치경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순위 조작이나 매크로를 활용한 여론 조작도 매우 나쁜 범죄 행위에 속한다”며 대책을 주문했다. 또 행정안전부에는 “지금까지 무조건 방치해 뒀더니 해괴한 현수막들을 다 붙이고 있다”며 혐오를 조장하는 현수막 단속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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