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신생아 선별검사로 치료 가능한 희귀병 6종 조기 진단

  • 동아일보

고정민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독감 주사 맞는 어린아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독감 주사 맞는 어린아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고정민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고정민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리소좀 축적 질환(LSD)은 세포 속에서 노폐물을 분해하는 효소가 선천적으로 부족하거나 기능을 잃어 분자량이 큰 당지질, 인지질, 글리코겐 등이 세포 안에 쌓이는 대사질환이다. 이렇게 쌓인 물질은 심장, 콩팥, 뇌혈관 등 주요 장기에 손상을 일으킨다. 손상이 누적돼 장기 기능이 떨어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증상 및 징후가 나타나기 전에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리소좀 축적 질환은 희귀하고 증상이 비특이적(명확하지 않은)이라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24년 1월부터 파브리병, 폼페병, 고셔병, 니만-피크병A·B형, 뮤코다당증1형(MPS I), 크라베병 등 6종의 리소좀 축적 질환이 신생아 선별검사 항목에 추가되면서 국내에서 태어나는 모든 신생아가 이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선별검사 도입 이후 현재까지 약 2년 만에 전국적으로 폼페병, 고셔병, 뮤코다당증1형 신생아 10여 명이 조기 진단됐다. 이 중 절반이 치료를 시작했다. 조기 진단과 신속한 치료를 통해 합병증 없이 정상적 성장과 발달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희귀질환 중 치료제가 개발돼 있는 질환은 많지 않다. 하지만 신생아 선별검사에 포함된 리소좀 축적 질환 6종은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폼페병, 파브리병, 뮤코다당증1형, 고셔병 등과 관련해 결핍된 효소를 보충하는 효소대체요법(ERT)이 개발돼 조기 치료를 받으면 예후가 좋다. 반면 치료 시기가 늦어져 이미 비가역적 손상이 동반되면 장기 기능의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

출산을 준비하는 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신생아 선별검사는 확진 검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반복적으로 양성 결과가 나와도 대사 표지자, 효소 활성도, 유전자 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하고 신중하게 진단이 이뤄진다. 서울대병원 등 대부분 전국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에서는 확진을 위한 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보통 2∼4주 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진단이 확정되면 희귀질환 산정 특례를 등록해 고가의 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가족도 검사해 같은 질환을 가진 가족 구성원의 진단 및 치료도 가능하다.

의학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더 효과적이고 편리한 치료법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유전 질환의 가족력이 있더라도 산전 유전 상담과 착상 전 유전자 검사로 건강한 자녀를 출산할 수 있다. 조기 진단과 치료, 지속적 관리, 전문가와의 정확한 상담이 희귀질환 가족의 삶을 바꾸는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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